평소 그리던 몽골과 시베리아 바이칼호수를 일주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는 기행이었는데, 유전학적으로 우리와 가장 가깝다는 몽골에서는 실제로 그 유사성을 곳곳에서 확인했고, 한때 몽골의 땅이었던 바이칼호수와 인근 이르쿠츠크 시에서는 상상으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몽골에서는 게르 체험, 맑은 공기 하늘과 큼직한 별 보기가 인상에 남습니다. 현지인들의 일반적인 가옥인 게르(천막집)에서 장작불을 피워가며 이틀 잠을 잤습니다. 일교차가 심해서 낮에 햇볓을 쬐면 약간 덥지만 밤에는 다소 춥더군요. 또 몽골 유목민들의 일상적 행위중 하나인 말타기도 좀 했습니다. 몽골에서는 3살께부터 말타기를 시작하기에 어린이들이 특히 말을 잘 타더군요. 특별히 우수한 사람들은 몽골 최대축제인 '나담'(승마,씨름,활쏘기 대회)에서 기량을 십분 발휘한다는군요. 박물관 등에서 유적들을 생생히 보았는데 특히 공룡 유적들이 많고 매우 사실적이어서 놀랍더군요.
몽골은 이같은 학습효과와 선교활동, 단순한 휴식장소로는 권할만한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국교회에서 선교차 많은 사람들이 몽골을 찾더군요. 그러나 일반인들은 대개 여행중 무료해합니다. 가도가도 나지막한 민둥산과 돌산만 나오고, 뉴질랜드와는 달리 그 초지의 민둥산에 양이나 다른 가축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더욱 심심하지요.
이르쿠츠크와 바이칼 기행은 몽골에 비하면 훨씬 즐겁고 풍요롭게 느껴집니다. 러시아어를 구사한다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는 반면, 현지 벙어리가 돼버리면 즐거움이 반감될 수 있는 지역이지요. 바이칼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1637미터), 가장 오래된 호수, 수량이 가장 풍부한 호수 답게 넓고 깊게 보이더군요. 도시 외곽으로는 자작나무들을 비롯한 침엽수림들로 온통 둘러싸여 있고 그 숲속에 최고급 호텔급 통나무집이 많아 자연스레 산림욕을 하면서 쉬고 명상하기에 더 없이 좋았습니다.
바이칼과 이르쿠츠크를 잇는 큰 강 앙가라는 전설의 눈물과 풋풋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사람들을 포근하게 안아줍니다. 그 강가의 러시아식 사우나에서 땀을 뺀 후 벌거벗은 몸을 맑디맑은 앙가라에 던지는 기분...통나무집 숲속으로 초대된 러시아 민속악단의 눈물방울 소리같은 3줄 현악기 연주와 노래는 잠시 뇌를 감전시키더군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녔다는 러시아 여성의 미모는 이르쿠츠크에서도 확인되더군요. 학창시절 이광수의 '유정'을 읽은 후부터 그리던 이르쿠츠크 였기에 더욱...바이칼과 이르쿠츠크, 그 크고 넓고 깊고 맑은 산수와 같은 삶을 그려 봅니다.
*인천-울란바토르간 비행시간은 갈 때는 3시간20분, 올 때는 2시간40분이 걸려 여행객들이 놀랐습니다. 조종사가 속도를 낸 건지, 편서풍 영향인지...8월 11일 밤 특별기로 도착했습니다. 몽골-바이칼 여행은 여행사를 잘 택하지 않으면 낭패와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