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금요일 - 둘째날
아침 일찍 온천욕을 하고 식사 후 9시 호텔을 출발 했다. 바쁘지 않게 움직였다. 휴양지이기에 천천히 쉬면서 둘러보는 여행이라고 했다. 첫째날만 장거리 이동을 했고 둘째날부터는 장거리 이동이 없으므로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간 곳은 호텔에서 도보로 가까운 곳에 있는 지옥계곡에 갔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계곡은 노랑색 회색 푸른색 하얀색 등 여러 가지 색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계곡이었다. 七色富山이라는 표말이 산 중턱에 있었다. 계곡에 나무 길이 만들어져 관광에 도움을 주었고 온천수가 부글부글 끓으며 솟고 있는 모습을 비롯해서 간헐천과 열탕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황냄새 때문에 지옥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았다. 여기에서 흐르는 온천수를 그대로 받아 온천탕의 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에 지다이무라라고 하는 민속촌에 갔다. 넓은 부지에 일본풍의 목조건물과 각종 테마관들이 있는 곳이다. 기생쇼와 닌자쇼(첩자놀이를 하는 것으로 무술시범이 볼만하다.)를 보았다. 일본어를 모르기에 모든 이벤트를 다 볼 수는 없었다. 고풍스러운 집에 옛 생활 모습과 사용한 도구들을 전시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음은 무로란으로 이동하여 지구의 맨 끝이라는 에토모반도의 등대가 있는 곳에 갔다. 높은 지역인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온통 안개가 자욱하여 제대로 구경할 수가 없었다. 바로 앞에 있을 것 같은 등대도 보이지 않고 넓은 태평양 바다가 앞에 펼쳐진다는 곳인데 바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지구의 끝을 밟았다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했다. 소개 된 그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되었고, 높이 메달아 놓은 종을 쳐 보고 오는 재미 정도였다. 부부가 함께 종을 치면 금슬이 더욱 좋아진다고 해서 부부들이 모두 줄을 같이 잡고 종을 쳐 본 것이다.
다음에 도야로 이동하여 쇼와신잔(昭和新山)에 갔다. 1943년에 보리밭이던 곳에 화산활동으로 지반이 솟아올라 만들어진 산으로 나무가 전혀 없고 지금도 화산활동이 계속되어 한쪽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오고 있는 산이다. 화산이 폭발하지 않고 지반을 밀고 오르다가 멈춘 상태라 하며 세계에서 유일한 산이라 한다. 맨 처음 그곳에 살던 우체국장이 땅이 조금씩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하고 정부에 보고 하였으나 정부에서 반응이 없으므로 자신이 그 주변의 땅을 모두 매입하면서 날마다 눈에 보이는 대로 화산일지를 기록한 것이 지금은 비전문가가 기록한 화산일지인데도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어 있고, 산이 천연기념물로 지정 되어 있고 주변은 국립공원이 되어 유명 관광지가 된 곳에서 그 후손들은 조상 덕에 그 일대의 땅에서 집을 짓고 장사 등을 하며 잘 산다고 한다. 해발 402m의 별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주변이 평지이기에 우뚝 솟은 모습이 뚜렷하고 신비감을 주었다. 지금도 활동 중인 화산이라고 하는데 산 아래에서 사람들은 장사를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는 모습은 어쩌면 평화스럽기도 했다. 사람 사는 곳에 위험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 같기도 한다.
도야호수는 매우 컸다. 호수 안에 4개의 큰 섬이 있다. 한 섬에는 산림박물관이 있어 유람선에서 내려 구경할 수도 있다고 했으나 우리는 내리지 않았다. 중세 고성을 본떠 만들었다는 유람선을 처음 보았을 때는 바닷가에 있는 건물인줄 알았다. 커다란 유람선에 올라 50여분 호수를 떠다니며 글자 그대로 유람 했다. 주변의 산들은 평범했다. 베트남에 갔을 때 보았던 하롱베이가 생각났다. 300여개의 섬으로 둘러쌓인 바다가 호수 같았고 거기에 산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5시간 동안 유람선을 타고 구경하는데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야호수는 50여분도 다소 지루했다. 안개가 옅게 끼인데다가 볼만한 경치가 없었다. 크다는 것 외에는 별로였다. 바다가 가까워서 갈매기들이 날아와 유람선을 따라다니며 먹을 것을 받아먹는 것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았다. 유람선에서 내리면서 양손에 목발을 짚은 사람,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서 관광의 묘미를 즐기는 사람들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유람선에서 내려 도야니시야마라는 화산 분화구에 갔다. 오늘의 마지막 산책코스였다. 2000년 3월에 형성된 화산지대라 하며 지금도 여기저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고 있으며, 화산이 폭발한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화산으로 망가진 집과 나무들을 보았다. 수학여행 온 일본고교생들이 열심히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과 달걀을 돌에 구워 팔면서 약수를 준비해서 관광객들에게 나누어 주는 친절한 사람도 보았다. 상술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먼 곳에서 길어온 좋은 약수라 했다. 물론 아이스크림과 달걀을 사 먹게 된 것은 당연했다.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가서 방 배정을 받고 기분이 좋았다. 방 앞창에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환상적이라 할 만큼 좋았다. 베트남의 하롱베이에서 1박할 때 호텔방과 같았다. 저녁식사를 한 후 호수가로 산책하면서 호수가에서 펼쳐지는 불꽃 쑈를 보았다. 호텔들이 연합해서 펼치는 이밴트라 했다. 산책에서 돌아와 온천욕을 즐겼다. 역시나 유명한 온천이었다. 남탕 탈의실에 들어가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여자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남탕에 여자 청소부는 처음 본 것이다. 후에 일본에서는 보통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호텔 맨 위 9층에 온천탕이 있었다. 온천탕에도 앞창에 호수가 보였다. 호수 옆에 호텔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기에 경치가 모두 같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