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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청주장로성가단 원문보기 글쓴이: sungwoo
톤레삽(Tonle Sap)호수
톤레삽 호수는 건기에 2,500㎢, 우기에는 4배 이상 불어나 12,000㎢, 캄보디아 전국토의 15%를 차지하는, 캄보디아 지도에서 호수만 덩그러니 보일 만큼 넓다. 티벳에서 발원하여 7개국(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관통하여 남지나해로 흘러가는 메콩강물이 유입되어 형성된 호수이다. 이곳에서 호수 위에 배(수상가옥)를 띄워놓고 살아가는 수상족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적셔주는 어머니 강 메콩이 범람하면 톤레삽에 비옥한 옥토를 머금은 물이 흘러들고 건기가 되면서 물길이 프놈펜 쪽으로 다시 빠지면서 자연스레 곡식을 심기만 하면 되는 비옥한 누적토가 남는다. 물이 차면 어획을 하고 물이 빠지면 농사를 짓고..... 인간이 살아간다. 이 호수는 담수호인데도 역겨운 갯냄새가 가득하다. 건기에 수량이 많이 줄어든 데다 주변 마을로부터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마구잡이로 흘러드는 갖가지 오염물질 때문이다. 그런데도 탁하다 못해 잿빛을 띠는 물에 들어가 물장구치는 아이들 모습들이 쉽게 눈에 띈다. 나무판을 대충 덧대어 만든 유람선을 타고 물가에 늘어선 허름한 '초가'들과 밀림처럼 울창한 습생 식물대 사이로 난 물길을 따라 호수로 나아간다. 한두 집도 아닌 한 마을이 서로 줄로 묶인 채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생필품을 파는 가게도 있고, 배를 수리하는 거뭇거뭇한 정비소도 있으며, 새뜻한 학교와 아이들이 공놀이하며 뛰어노는 체육관도 '떠' 있다. 학교의 벽에는 태극기가 또렷이 박혀 있어 우리나라에서 이곳 주민들을 위해 지어 준 건물임을 알 수 있다. 지나가는 배 위에서 유심히 보면 집안 내부도 살짝 엿볼 수 있는데, 부엌과 방 따위의 구분도 없고 간단한 가재도구들만 벽에 걸려 있다. 부엌도, 화장실도 따로 없으니 난간에 기대 소변을 보는 아이 옆에서 버젓이 손을 담가 세수하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그리 보기 드문 광경은 아니다. 톤레삽 호수에 기댄 채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의 생계 수단은 단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물고기를 잡아다 시엠립 등의 인근 도회지에 내다 파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구걸하듯 바나나를 파는 일이다. 갖가지 음료와 과일을 파는 물 위 장터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랍시고 울타리 안에 악어떼를 풀어놓기도 하고, 허름하게나마 맨 꼭대기(그래봐야 고작 3층이지만)에 노천 스카이라운지도 갖춰 놓아 동양 최대의 호수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톤레삽 호숫가 주변의 풍경은 가없는 수평선이 주는 장쾌함을 얘기하기에는 사뭇 부담스럽다. 이곳저곳에 가난과 고통의 더께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널찍한 양푼을 타고 노 저으며 노는 아이들, "어 돌라(a dollar)"를 외치며 구걸하는 서너 살배기의 순진한 얼굴들이 이곳에도 지천입니다. 또, 팔 한쪽이 없거나 발이 잘려나간 아이들의 모습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다 열악한 의료 시설 탓에 그런가 싶어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산에 돈 벌러 갔다가 지뢰를 건드린 것'이라며 웃어 보인다. 정말이지 안타깝다 못해 슬픈 웃음이다.
불과 30여 년 전 인접한 베트남과 이곳이 핏빛 전쟁으로 얼룩졌던 그때 뿌려졌던 지뢰들이 지금도 다 걷히지 못한 채 그렇지 않아도 힘겹게 살아가는 오늘의 캄보디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그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 앞에서 마치 '좋은 곳에서 태어난' 내가 가해자인 양 느껴져 괴로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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