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양평에서의 일이 바쁘다.
지난주 캠프 올라가느라 못한 일들도 해야 하고
상추뜯어 씻기도 해야하고
이성수님께 먹을거 많이 싸오라고도 해야 하고
조용석님 하네스도 구해야 하고
플라이 필요할 거 같다는 이성수님의 성화에 전화로 플라이도 조달해야 하고
민지님 은마아파트에 주차해두려니 확인증도 끊어야 하고..
함께 가는 친구 배낭도 챙겨야 하고...
모든 게 시간이다.
어쨌든 버스가 도착하기 전에 한전 앞엘 갔다.
반가운 얼굴이 그득하다.
심영섭님....하나도 안 변했다.
박순복님은 또 어떤가....최근 살을 왕창 빼서 날씬하고 핸섬하다.
오우~ 은성수 악사님도 방가방가^^
양평댁은 양평서 뜯어씻은 상추 망가질까 바구니채로 배달했다.
이 바구니는 이후 유용하게 쓰였다.
아니? 김종구선생님이 평상복 차림으로 오셨다.
샘....뭔 일이십니까....................라는데
아크테릭스 배낭이 짱짱한 모습으로 있다.
선생님은 아침 열한시부터 밖에 나와 계시고 사모님께서 배낭을 싸가지고
한전앞 택배를 해두셨단다.
선생님은 이날 잠드실 때까지 혈중알콜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셨다.^^
우리가 누구인가.
버스 출발과 함께 전성률님의 회가 나눠진다.
다들 맛있게 푸짐하게 양평상추에 싸서 예쁘게 복스럽게도 자신다.
판교를 지나니 버스는 거침없이 달린다.
김은섭 선생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은성수 악사님의 산노래 강의와 실기.
은 악사님은 산노래 악보까지 준비.
오랜만의 산노래에 동문들은 행복하다.
은 악사님의 빈자리가 컸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는 분, 오랜만에 온 분도 계셔서 각자 인사 정도 하는데
김종구 선생님께서 혜성과 같이 나서셨다.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선생님 주도하의 개그콘서트, 웃찾사. 개그야, 폭소클럽, 웃음충전소, 무릎팍도사,
휴먼다큐 사랑, 인간극장, 일요다큐 산의 패러디판....
산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 와
각 자의 씩씩함이 가득하다.
특히 강인철 선배의 완성도 높은 코너........
저 긴 대사를 어떻게 다 외우셨지?
대둔산 입구. 아홉시반.
야영은 작년에 하던 곳에서 한다.
수도간 앞 등나무를 지붕삼아 오불오불 모였다.
회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조용석님과 이재오님은 고기를 굽고
여기저기서 맛있는 것들이 나온다.
코오롱 윤재학 선생님께서 방문. 인사.
윤재학 선생님 산악회원인 조용석님과 전제우님 약간 머쓱(?)하지만
뭐.....어쩔 것이여.
신성희님은 지난 주 도봉산에서 다친 다리를 끌면서 왔다.
다들 성의가 대단하다.
은성수님의 우크렐레에 밤깊은 줄 모르는 우리들.
반가운 사람들로 인해 밝고 따뜻한 밤이다.
등반은 5시30분 출발이다.
아침에 진로를 바꾸었다.
양평댁은 로프를 가져오지 않아 자진해서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은성수님을 조장으로 신성희님, 김재희님, 신철수님,
정진호님(영화배우 정준호와 배다르고 씨다른 형제라는...)
장리디님, 전제우님이 한 팀이다.
우리는 위대(胃大)하신 조장님의 영도하에 맛있는 청국장을 감탄하며 먹었다.
알뜰한 김재희님은 파김치를 기어이 챙긴다.
정진호님이 조장님 몰래 밥값을 쐈다.
(은성수 조장님은 나중이 이 사실을 알고 은근히 좋아했다*^^*)
다리 아픈 신성희님은 케이블카역까지만 가기로 했다.
이 대둔산은 참 팍팍하다.
돌계단 낙폭이 커서 피곤하기 그지 없다. 또 사람들은 어찌 이리도 많은지...
어쨌든.....
사진과는 달리 짧은 구름다리를 실망실망 건너 우리 등반팀을 봤다.
자랑스런 우리 대원들...
우린 코너에 걸린 전망대 마다 철난간에 딱 붙어서서
다른 객들이 와~ 저거 좀 봐라 사람들이 붙어있네 어쩌구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어머 저기 누구잖아...응...그려 저기 저 파란옷은 누구야..
글구 저 파란 헬맷은....저 노란줄 있는 배낭은 누구잖아....
뭐 이러면서 있는 대로 아는 척을 한다. ㅋㅋ
신성희님 장리디님 전제우님은 케이블카 스테이션으로,
나머지 은성수 김재희 신김철수 정진호님과 양평댁은 가파른 철다리를 넘어
정상으로.
정상 철 난간 바로 아래 등반대가 마침점을 찍으며 올라올 곳을 돌아
전망 좋은 바위턱에 앉았다.
신김철수님의 인생, 은성수 조장님의 병아리 시절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영문명 실라제과의 파운드케잌을 다 먹고
케이블카 타러 가는 길은 정말 죽을 맛이다.
구름같은 사람과 소음들...
3명은 이미 가고 없다. 당연하지...나 같아도 안 기다리겠다.
미안한 맘이 앞선다.
바글바글한 사람들 틈에 끼여 서 있는 케이블카 창문 너머로 우리 등반대가 잠깐 보인다.
사람들의 감탄~ 바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자랑~ 아 뿌듯하다.
어제 야영한 장소로 돌아왔다. 무릎이 아프다.
등반대가 도착하려면 아직 두 시간이 남았다.
신김철수님이 두릅라면을 끓인다.
재희님이 주차장엘 다녀오더니 주차장이 차와 사람들로 꽉 찼단다.
매연과 소음과 북덕거림...도심보다 더 도심스러운 이 소란함...
그렇담............배낭들을 몽땅 지고 야영장으로 옮겨?
아님 주차장에 서 있다가 자리라도 확보?
잔디밭에도 이사람 저사람 모여들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어느 단체 단합대회 게임까지 한다.
자칫 이 자리까지 날아갈 수도 있겠다.
여기라도 지키자...
코오롱팀도 내려오고 다른 팀도 내려온다.
오후 두시...눈이 빠진다.
지나가는 배낭들마다 눈길이 간다.
우리 대원들은 안 보인다.
여기저기 전화를 때리지만 꺼져있거나 안 받는다.
오후 세시....아무도 안 오고 있다.
인철 선배와 간신히 전화 연결이 됐다.
거의 정상에 도달해 간단다.
그렇담...케이블카까지 넉넉잡아 30분....네시쯤이면 당도하겠지.
뭘 해놓으려 해도 좀 암담하다. 사람들의 배낭을 다 뒤져야 한다.
네시...
119구조대가 요란하게 올라간다.
좀 있다 또 올라간다.
설마....................
재희님이 확인하러 올라간다.
우린 우리를 망부석팀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주차장엔 이제 차들도 많이 빠져나갔다.
시간이 늦었으니 대원들이 오더라도 끓이는 건 곤란하겠고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할 거 같다.
지친다. 기다림이란...참 지난한 거구나.........
장리디 전제우 신김철수 김재희 님은 산보를 나가고
신성희님 은성수님 정진호님 양평댁은 버스에 남았다.
.
.
.
섬마을 아기 노래가 생각난다.
.
.
.
.
이번 산행의 특이점 스무가지
01. 영희 선배가 안 계시다(미국 출장 중)
02. 모두들 먹을 거 싸오느라 초긴장했다
03. 심영섭님이 몇 년만에 출현하셨다
04. 박순복님이 등반하셨다
05. 지영애님도 등반하셨다(작년엔 하이킹 하셨다)
06. 길이 한 개도 안 막혔다
07. 주행중 버스 안 세웠다
08. 뜨거운 물 엎지르지 않았다
09. 날씨가 죽였다
10. 작년에 빼먹은 코스 다 했다
11. 산노래 열라 했다
12. 최계정 총무님 불참하셨다
13. 손성모님 못오셨다
14. 김문영선배 원행에 참여하셨다
15. 하이킹팀이 등반팀 사진 찍었다
16. 불참한 세원형 역시나 씹혔다(?^^)
17. 김수진 선배는 알고 보니 장정이었다
18. 철규 선배가 보고싶다
19. 어딜 가나 바글바글 했다
20. 양평댁 새로 구입한 블랙다이아몬드 지팡이 데뷔했다(이 대목은 필자의 권한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