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해가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하며 밖을 본다. 구름이 많다. 집을 나서 김밥 4줄, 켄 맥주 2개와 초콜릿 몇 개를 사서 출발하며 친구와 전화한 시각이 6시 40분 쯤. 해가 나와주면 좋으련만.
장흥에 8시 무렵에 도착하여 내차로 옮겨 타고 천관산 물 담고 아래서 산행 시작을 8시 30분에 하다. 양근암 연대봉 쪽 잡고 40분 남짓 오르다가 땀 식히며 바다와 능선을 본다. 마음 속내를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를 이해해 주는 벗이라 말한다. 정답은 보이지만 나의 몸으로 문제를 푸는 힘은 왜 이리 무능하고 부족한지, 나의 욕심이 이리 큰지, 그걸 자존심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하다. 보다 명확하게 빠른 결정을 함이 내 자신을 더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게 지옥일 지라도.
연대봉에 닿으니 10시 30분. 긴 봉우리 능선으로 하얀 억새꽃이 가득하다. 하얗게 선 바위들이 긴 능선의 가로선과 함께 보기에 좋다.
억새밭을 지나며 사진을 찍고 검은 구름에 어두운 고흥반도와 완도며 해남의 바다와 북쪽으로 첩첩의 산을 본다. 금강굴의 물을 보기만 하고 내려오는 길엔 사람들이 많다. 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이들의 긴 행렬에 멈추어 서기도 하고, 서둘러 고향 찾아 온 귀성 가족들의 산행도 많다. 모두가 행복하다. 그들에겐 나도 그러하겠지?
친구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하산한 시각이 12시 20분. 덩치가 있는 산이라지만 느긋하게 지나왔다. 장천재 앞의 소나무를 찍어보고 관산의 돌장승의 얼굴도 다가가서 본다.
용산 못 미쳐 오르다가 정남진과 남포를 찾아서 전어를 먹기로 하고 8킬로 남짓 운전하며 갔더니 축제 영화 표지판에 정남진 한자가 돌에 크게 써 있을 뿐 횟집이라고 써진 간판만 보일 뿐 모두 장사를 않는다.
안양을 지나 수문포 식당에서 고소한 전어회와 무침에 소주를 친구는 한 잔 반 나머지는 내가 마신다. 그 덕분에 광주로 오면서는 졸음 때문에 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