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혁신도시
1. 충북 혁신도시는 음성군과 진천군 두 개의 군 경계에서 조성되었다. “혁신도시(革新都市, Innovation City)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사업과 연계하여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지방균형발전사업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산(産)·학(學)·연(硏)·관(官)이 서로 협력하여 지역의 성장 거점지역에 조성되는 미래형 도시이다.” 각 지역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선정하여 전국을 골고루 발전시키려는 명목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혁신도시가 보통의 신도시와 다른 점은 공공기관의 이전과 산업단지의 조성일 것이다. 혁신도시가 추진되었을 때 각 지역에서는 유치 경쟁이 드셌다. 공공기관와 산업단지의 이전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속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제공해주기 때문이었다.
2. 충북 혁신도시의 중심 거리에는 이 지역에 이전한 ‘공공기관’의 이름들이 안내되어 있었다. 20여개 가까운 기관들이 이전한 것이다. 익숙한 ‘교육개발원’의 이름도 눈에 띈다. ‘혁신도시’는 노무현이 구상하고 추진했던 ‘행정수도’와 연결되어 있다. 서울의 과밀 집중화가 가져오는 피해의 심각함에 주목한 노무현은 대한민국의 수도 이전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집권 초기에 무리하게 추진한 ‘수도 이전’은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결국 헌법재판소에 의해 중단되었다. 노무현은 일차적 실패에 실망하지 않고 ‘행정수도’로 방향을 바꾸었으며 부가적으로 ‘혁신도시’를 통하여 전국의 균형적 발전에 대한 신념을 계속적으로 추진하였던 것이다.
3. 노무현의 정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정부 때 대략적으로 기본적 틀을 완성할 수 있었다. 행정수도와 혁신도시 추진에 가장 큰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공무원들과 공공 기관 근무자들이었다. 하지만 중요 기관들의 이전과 그에 따른 사람들의 이동은 일시적으로나마 지방 발전에 활력을 제공한 것은 분명했다. 현재 행정수도 ‘세종시’가 주목받고 사람들에게 선호되고 있는 점은 이러한 후광효과가 분명하게 작용하였다. 그렇다면 ‘혁신도시’는 어떨까?
4. ‘혁신도시’의 내부적 상황은 분명하게 알 수 없었지만 2020년 3월의 방문이 준 인상은 ‘활력’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것은 혁신도시의 문제가 아닌 현재 대한민국과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19’의 공포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외출을 막고 ‘사회적 거리’를 강조하는 현재의 상황은 사람들의 이동을 단절시키고 내부의 개별적 공간으로 사람들을 숨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5. 충북 혁신도시의 중심 거리는 아직도 정돈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공공기관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제법 많은 산업시설도 가동하고 있지만 중심 거리에서 감지할 수 있는 활력은 없었다. 식당이나 편의시설도 생각만큼 다양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을 닫은 가게를 종종 볼 수 있었으며 다른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카페’들의 수는 적었다. 도로는 넓고 계획적인 설계로 이용하기 좋았지만 도시의 안정과 정돈은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6. 충북 혁신도시의 공공기관과 중심 상가는 주로 음성군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주거 시설은 진천군에 집중되어 있었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는 이제는 익숙한 대한민국의 풍경이 되었다.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기시감으로 다가오는 아파트의 공간 배치는 이제는 편안함과 단조로움의 복합적인 감상을 준다. 신도시의 기본적인 요소, 아파트와 공원 그리고 상가의 조합은 어느 곳이나 비슷하다. 건설 회사들이 전국을 통해 유사함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이러한 익숙함을 사람들도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혁신도시’가 신도시와 다른 점은 이러한 공간에 공공기관이 들어섰다는 점일 것이다.
7. 혁신도시를 비롯한 신도시들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거리가 쾌적하고 불편함이 적으며 안정되고 익숙한 풍경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신도시가 생기면 사설 교육기관들이 생겨나고 때문에 아이들 교육에도 충분한 장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신도시를 좋아하고 사람들의 선호는 아파트 가격 상승이라는 부가적 행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어디에나 걷기 좋은 길이 공원 주변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교육, 건강, 안정 이라는 현대 사람들이 원하는 다양한 장점을 신도시는 ‘계획적’으로 제공해주는 것이다.
8. 도시의 편리함, 신도시의 확장된 안정은 분명 사람들의 주거 조건을 쾌적하게 만들고 아이들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서도 약간의 걱정은 든다. 어렸을 때 세균에서 보호받은 몸이 어른이 되었을 때 치명적인 박테리아 공격에 취약하듯이, 아이들을 위한 익숙한 보호와 안정이 오히려 아이들의 미래에 필요한 힘을 빼앗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다. 구태여 ‘위험’을 선택할 필요는 없겠지만 일정한 시기, 일정한 정도에 대한 어려움과의 직면은 저항력을 길러 주고 삶의 복잡함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훈련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안정에 익숙해지고 편리함에 집착하면 아이들이 앞으로 직면하게 될 더 큰 고통과 제대로 된 투쟁이 가능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삶은 때론 인내가 필요하고 익숙하지 않는 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외부의 위협 속에서도 일상적인 방식을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머리로만 배울 수 없으며, 구체적 경험 속에서 배울 수밖에 없는 ‘몸과 머리의 합작품’이다. 부모와 가족들에 의한 보호막은 투쟁을 위한 힘을 빼앗는 역설적 상황을 제공할 수 있다. 쾌적하고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적절한 어려움에 직면시키는 것도 어른들의 역할이다. 성장은 수많은 고난의 극복을 통해 완성된다는 점을 오랜 인류의 신화와 민담이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현재 아이들의 삶은 단지 ‘단조로움’만을 학습하고 있을 뿐이다.
첫댓글 생각 = 거친 자연 속으로!
생활 = 편안한 도시 속에서!
ㅡ 이상과 현실이 마주치는 경계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