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는 내선일체를 내세웠다. 그리고 조선의 의식있는 선비들은 그에 반대했다. 함재 제영근 선생도 그랬다. 민족정신을 바로 세우고자 동곡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아들 제정도 선생 또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서당을 운영하면서 고문서 번역도 하곤 했다. 그렇게 새겨진 가문과 문학의 나이테는 딸 제정례 시인에까지 이어졌다. 죽계 제정례 시인이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출판비 지원으로 6년 만에 신작시집 ‘꽃이 진다고 봄이 질까’를 펴냈다.(도서출판 청어) “이 세상이라는 시공을 함께하시는 모든 분께 신의 가호와 은총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거창한 서두가 없다. 시인의 말은 지극히 담백한 단 하나의 문장이다. 작품 또한 마찬가지다. 군더더기 없는 문체다. 그러나 한 단어 한 단어마다 그 의미와 깊이는 남다르다.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귀들이다. 제정례 시인은 2012년 문학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같은 해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이후 창조문학신문 기획 출판시집인 ‘깜부기의 첫사랑’,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출판비 지원 시조집 ‘믈리사랑’에 이어 이번 ‘꽃이 진다고 봄이 질까’를 펴냈다. 그는 한국문단 이사, 한국시조사랑운동본부회원, 소가야시조 사무국장, 고성문인협회와 경남문인협회, 경남시조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원 등 다양한 문학단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작은 한 권의 시집에는 또 다른 세계가 담겨있다. 한국의 문학작품을 다른 언어로 번역했을 때는 그 맛이 도통 살지 않는다. 정형화된 시조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제정례 작가의 시집에는 한글시와 영문번역본이 함께 들어있다. 찬찬히 읽어내리다 보면 영문은 영문대로 새로운 멋과 맛이 있다. 제정례 시인의 신작 시집 ‘꽃이 진다고 봄이 질까’는 동명의 1부부터 2부 ‘별마저 비에 젖어 꺼진 밤이어도’, 3부 ‘봄바람이 사는 그대의 손 편지’, 4부 ‘끝을 딛고 자라는 시작’, 5부 ‘섬은 옷깃이 늘 물에 젖어있네’까지 총 다섯 부로 나뉘어 82개의 이야기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