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대체 무엇입니까?
기도, 나도 정말 잘 해보고 싶은데, 왜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을까요?
기도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에 앞서 기도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될 것입니다.
정말 쉽고 간결하게 우리를 기도생활로 인도 하셨던 헨리 나웬 신부님은 기도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합니다.
“산다는 것은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봉사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신학자는 기도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립니다.
“기도는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비상금 같은 것이 절대 아닙니다.
기도는 우리 영혼의 안식처, 다시 말해서 영혼의 집입니다.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집을 지니고 있습니다.
새에게는 둥지가 있고 여우에게도 굴이 있고 벌에게도 벌집이 있습니다.
기도는 우리 영혼의 집입니다.
기도가 없는 영혼은 집 없는 떠돌이 영혼입니다.”
이렇게 기도는 물고기에게는 물과 같은 것, 우리 인간에게는 공기와 같은 것입니다.
기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삶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놓치며 산다는 것,
기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참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산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기도 한다는 것
때로 엄청 어려운 작업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우리 마음에 하느님을 담으면 그게 기도입니다.
우리 내면에 사랑을 품으면 그게 기도입니다.
복음을 묵상하고 삶에 옮기면 그게 기도입니다.
이웃의 복을,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면 그게 기도입니다.
최고급 드럼 세탁기를 선물로 받았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 세탁기가 지니고 있는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 할 작업이 있습니다.
우선 세탁기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포장을 뜯어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제품에 달려 있는 플러그를 전원에 꽂아야 하겠지요.
그래야 작동이 시작되고 그 세탁기는 제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습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통교하지 않고, 하느님과 대화하지 않고 고립된 섬처럼 홀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그저 한 목숨 부지하고 있는 단순한 생명체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진정 한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우리 각자에게 달려있는 플러그를
하느님이라는 전원에 꽂아야 됩니다.
이렇게 기도를 통해서만 우리는 하느님과 연결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서만 우리는 우리 각자를 향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과 측은지심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기도는 영혼의 성 깊은 곳에 있는 궁방으로 들어가는 은총의 문입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알고 자신을 알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입니다.
하느님이라는 일생일대의 좋은 벗과 함께 있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
그 하느님과 단둘이 우정을 나누기를 원하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에 한번 맛을 들여 보시길.
기도의 대가이신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는 기도를 얼마나 잘했으면,
얼마나 기도에 깊이 몰입했으면 하느님과 완벽한 일치 상태라고 할 수 있는
탈혼 상태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데레사 성녀는 탈혼 상태에서 하느님과 하나 되는 것이 얼마나 달콤했으면
탈혼 중단 후의 슬픈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낙원에서 쫓겨나는 기분, 귀양살이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기도를 잘 하려면 우선 기도의 맛을 느껴봐야 합니다.
일단 기도에 한번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 그 시간이 얼마나 감미로운지 모릅니다.
천국이란 어떤 곳일까요?
여러 정의를 내릴 수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순간이 천국이 아닐까요?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 단둘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분이 너무 아름다워,
나를 잊는 것, 그분의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 나를 감싸는 것, 그것이 기도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의 주파수가 하느님이라는 안테나에 잘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가 사랑으로 충만한 하느님 현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천국입니다.
기도의 참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기도시간은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그 시간이 정녕 천국입니다.
그러나 기도의 맛을 모르는 사람에게 기도 시간은 지옥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고통 그 자체입니다.
기도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도가 무엇인지 우선 알아야 되고,
기도에 맛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기도를 즐겨야 합니다.
기도는 마음 없이, 준비 없이, 무조건 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기도의 주체, 기도 안에서 대화의 상대는 누구일까요?
당연히 하느님이십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분은 자비의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 나를 이 세상에 내신 분,
나를 당신 눈동자처럼 사랑하시는 분....
기도에 왕도는 없습니다.
기도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 늦었지만 다시 한 번 기도를 시작해 보시려는 분들,
학업에는 왕도가 없듯이 기도에도 절대로 왕도가 없습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기도가 잘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신앙의 선배들을 자주 찾아 가십시오.
그들에게 기도의 노하우를 배우십시오.
이웃끼리 좋았던 기도체험을 나누고 공유하십시오.
시간을 쪼개 하루 단 10분 만이라도
기도를 위한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십시오.
- 양승국신부님의 기도레슨(1)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