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계열사인 ㈜왕산레저개발이 조성한 왕산마리나 시설에 160억 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부적절하게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왕산마리나는 ㈜왕산레저개발이 인천시 중구 왕산해수욕장 일원에 조성한 요트 계류시설로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으로 사용됐다. ㈜왕산레저개발은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설립 당시부터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대한항공이 2011년 자본금 60억 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왕산레저개발은 왕산마리나를 짓기 위해 지난 2012년 산업은행과 1천억 원의 대출약정을 체결, 지난해 11월까지 799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조현아의 '왕산마리나', 불법으로 국비 지원 받아
▲ 왕산레저개발 감사보고서 일부 2014년 3월에 공개된 왕산레저개발의 감사보고서. 이때까지는 예산 지원이 100억 수준이었다가 2014년 말까지 모두 167억원이 지원되었다.
14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인천시는 왕산마리나 건설 사업에 국비 30%와 인천시 예산을 보태 167억 원을 지원했다. 이는 전체 공사비 1500억 원 가운데 11%에 해당하며, 이 돈은 지난 2011년 3월 인천시와 대한항공, ㈜용유무의프로젝트매니지먼트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지난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지원됐다.
당시 협약에 따르면, 인천시는 ㈜왕산레저개발이 조성하는 왕산마리나를 2014인천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으로 무상사용하고, 인천시가 국비를 받아 건설비 일부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간 경기장 건설에 공공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다.
2010년 3월에 개정된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및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법(약칭 국제대회지원법)'은 민간투자로 유치되는 대회 관련 시설(경기장)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비를 지원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시행령 제13조).
익명을 요구한 인천시의 한 공무원은 "추진 당시에도 왕산마리나 건설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쉬쉬 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당시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과 도시철도 2호선 등 대형 개발사업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었다.
시민단체 "법적 근거없는 예산 지원, 환수해야"
▲ 왕산마리나 출입구 현장 관리사무소 직원은 "마리나 시설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출입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