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 사랑 1
靑坡 황인호
바람 바람은 시월에 살쪄있는 햇살 피해다니고
풋풋한 애송이 시절 나풀대던 솜털도
눈부신 가을하늘 아래 어쩔 수 없다며 날아오른다
들녘은 붉으락이며 무르익어 가기도
때론 가시 돋힌 얼굴로 살랑대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잎에 그려진다
그래도 언제나 당신 품에 안긴다면
쩍하고 벌어져 툭하고 떨어진다
갈빛 하얀 속살의 달콤함처럼
내 안의 그녀는
피할수 없는 중독
내토 전통시장
靑坡 황인호
시냇길과 벗삼은 시장통 사람들
어깨동무한 중앙시장과 동문시장에 가면
넘실대는 맛의 향연
순위와는 상관없이 진열된 소쿠리 속에
맛깔나는 조연들이 먼저 나와 춤을 춘다
빨간오뎅, 순대, 족발, 빈대떡, 녹두전, 수수부꾸미..,
쥐어진 만큼만 살아가는 골목은
고단한 퇴근길 막걸리에 절여지고
국밥에 몸을 담그면 끝이 난다.
삶은 늘 버무려지고 튀겨져
부풀어 오르다 식어 가는 것
마음 속 내일은 나도 주인공
불면의 밤도 아름답다
靑坡 황인호
밤을 밝히고 있는 눈이 행복하게
바라보는 사이 말하려는 순간을 놓칠 수 없어
둘만의 여행이 시작된다
보고 듣는 사이 소리없이 움직이는 밤은
까만 도화지를 찾느라 바쁘다.
잠들면 떠나고 마는
떠나고 나야 잠들 수 있는 밤
아프고 시린 흔적은 또렷하게 남아서
두드려 깨우는 아침마다
하얀 햇살에 슬며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