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궁극적으로 모든 학문과 대화할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어야 한다. 그 가운데 성경을 해석하고 신학적 진리를 세워나가는 데 긴밀한 영향을 주는 학문들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학과 다른 학문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가? 다른 학문과 신학의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것은 각 학문의 목표와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여 그 차이를 파악함으로써 가능하다.
신학과 과학은 진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그것에 접근하는 방법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방법론에서 볼 때 과학은 아래로부터의 귀납적 방법을 사용하지만 신학은 위로부터의 연역적 방법에 의존한다. 출발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기본 전제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은 현상세계로부터 출발하지만 신학은 하나님의 계시를 전제하고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질문양식에도 신학과 과학은 차이가 있다. 과학은 ‘어떻게’(how)를 묻는 것이라면 신학은 ‘왜’(why)에 관심이 있다. 따라서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도출되는 결론도 자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과학적 지식이 성경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경을 과학 교과서를 읽듯 대해서는 안 된다.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를 신앙의 눈을 통해 읽어내야 할 진리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학적 진리도 마찬가지로 성경을 읽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