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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의 시편들
春望
둔덕 밑에 엎드려 있다가
불쑥 눈길 앞에 돋아나
山行을 가로막는 지난겨울
覺華寺 대웅전 용마루 위를 피는 구름을
몰아와 한지에 못질하더니
山池는 잠을 깨지 않아
草魚는 속이 타는데
피부를 뚫고 심장을 뚫고
마침내 法鼓를 울게 하는
그대 잔잔한 못질 소리여
年齒에 서린 가난을 툭툭 터는
어느 따스한 봄날
그런대로 노오란 개나리는 일렁이는데
石燈을 감추며 혼자 웃는데
환절기
水草는 육지에 닿자
이윽고 훨훨훨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밤의 방파제에 몇 번이고 곤두박질하던
물고기들의 호흡은 이제
내장을 드러낸 채 파도 위를 졸고 있다
햇살 하나 없는 바닷가를
헤매던 말갛게 익은 공기들은
세월은 가고 오는 것 그 굳은 바다 속으로
그의 부드러운 그림자를 끌며
투항하고
짜릿한 소금기까지 곁들인 우리들의 이승이
바다의 뿌리 근처에서
거칠게 일어서고 있었다
낯선 동물들은
하오의 햇살에 목이 메이고
그의 억센 손아귀에 사로잡히고
꽃가루가 하느적일 때마다
바다의 고향을 기르는 우리들의 푸른 등
아사녀의 손이 솟아올라
청동의 하늘을 따고 있었다
금광리의 댓잎
후원이 곱게 웃는다
잠이 깨는 가지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고
그대의 젊은 구름 속으로 걸어간다
어느 날 보조개를 설레이며
삭은 山水를 명주수건에 물들이던
붉은 앵두꽃 아래 아름다운
열일곱 나의 누이여
칠보댕기에 찰랑이는
그네들의 목소리가 젖어있다
그네들의 얼굴이 흔들리고 있다
풀잎을 쓰러뜨리는 거센 손들
다시 돋아나는 무서운 눈길
엷은 비명의 틈 사이로
구세대의 흐린 기왓장들이
혼자 맥없이 쓰러진다
성긴 논둑길을 달려와
문득 어린 부처의 입술을 스치는
살아나는 호흡은 하나 둘
그대의 핏줄 속을 철철 흐르는
조상의 푸른 바람들이다
금광리의 기억 위로
흔들리며 걷는 댓잎의 一代
어느 때 다시
길게 목을 늘이랴
꺼져내리는 것은
한 줄기 관념의 바다
빈손바닥 위에는
은혜로웠던 지난날들이 울고 있음을
번쩍이고 있음을
비껴가는 산
도솔천의 술래를
늙은 아재비 자주 홀리던
싱싱한 생소나무 냄새를
베갯닛 삼아
자정을 훌쩍 뛰어넘는 해
미운 바람은
제자리돌기 아파도 제자리돌기
우구치
산새도 쉬어 넘는다는
아득 아득
유월 산꽃이 지는
산맥 속 마을
이슥한 야반 라디오를 틀면
낯선 이국의 바람 만나
금 캐던 사내들은
우구치 너머에 머리를 묻고
달무리 흔들릴 적
분교 뒷산등성이마다
젯불 사르던 아낙네
사랑은 가고
그대 初夏만 신작로에 남아
사랑은 가고
그대 해골만 풀끝에 남아
낮게 부는 돌개바람
누구 못 잊어
떨기 떨기 지는 산수유
애당리
이 마을 어디라도
눈이 내리면
수없이 지워지는 신작로
들판과 같아지다
들판의 높이와 같아지다
눈이 내리면
수없이 지워지는 신작로
이 마을 어디라도
허술히 쓰러지는
쓰러지다가는 불꽃처럼 일어나는
눈이 내리면
들판은 같은 높이로
몇 몇 마을을 지운다
무오년 정월에
생명연습
그날 바람이 조금 불었다고 해둔다
죽음의 나무에는 청자빛 풀잎이 피고 이울고
못된 사내아이가 버린 곰인형은 바람따라 훌쩍훌쩍 울었다
모성의 노을 속으로 까마귀 세 마리 깍깍깍 길게 울었다
나는 풀잎 하나 따물고 풀잎의 절개를 연습하면서
수백 번 엎어졌다 그날 바람이 조금 분 후 아무 데도 풀잎은 보이지 않았다.
풀이란 풀은 하늘 끝까지 말아올리고 흙이란 흙은
뜨겁게 뜨겁게 사형되던 날
1977년 늦은 가을에
벗이여
벗이여
그대의 술잔에다 황금의 씨앗을 뿌려라. 터지지 않고 살아 오르던 그대의 사랑을 심어라. 이슬의 근처에서 피는 분꽃의 분해처럼 싱싱한 이즘을 먹고 자라는 황금의 씨앗을 뿌려라.
사랑은 긴 날을 참으면서 연명해 온 탓이었습니다. 어디 하나에도 사랑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말입니다. 눈물은 한갓 헛된 것, 태양이 떠오르면 이슬은 드디어 잔명을 다하듯이 오랜 시간을 흔들리기만 하던 풀잎들의 합창이 칼로 베이듯 쓰려오는 어느 여름 날 오후, 나는 마침내 눈물의 속살을 보았습니다. 풀잎과 함께 울고 있었습니다.
벗이여
사랑은 아름다운 발자취만 남기고 강물을 건너서 떠나갔습니다. 아 아 젊은 날의 고독의 껍질을 으깨며 나는 강물의 중심을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1977년 장장하일에 울산 622방공포대대에서
꿈의 나라
꿈의 나라
아득한 철새들의 나라
나는 몇 마디 노래를
부르며
바람을 탄다
바람을 타다가는 이내
사라지는
이름이 된다
오노 어느 누구의
虛飢로도 채워지지 않는
千年의 고독
꿈의 나라
아득한 꿈의 나라는
더욱 불탄다
1978.5. 4
비비추새
몇 마디 언어는
하늘에서 풀풀풀 떨어져 내리다가
이윽고 비비추새가 되어
날아갔다
보이는 하늘가에는
기득하니 다족류의 곤충들이
더듬이를 곧추세우며 싸움하고 있었다
몇 마디 언어는
언덕에서 풀풀풀 굴러져 내리다가
이윽고 민들레꽃이 되어
피어났다
나는 청동의 거울 속
무너져 내리는 비비추의 하늘을 우러르며
민들레꽃씨를 튕기고 있었다.
78. 1. 20 병영에서
78. 6월 대구매일신문 게재
[自註] 시원한 여인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꼽추나 기형인을 생각하게 한다. 1, 3연을 잘 살리면서 完成을 기해야겠다. 2연에서는 언어의 과밀성이 보이고 4연에서는 구태의연한 감각과 표현이 보인다. 좀 더 新鮮하고 좀 더 美的인 표현법이 있어야겠다. 역시 제1연은 靈感의 句이다. 白眉이지 아니한가. 좀 더 詩句를 연장하고 언어의 절약과 이미지의 강렬한 표현이 있어야겠다. 詩에 있어서 作爲의 意圖的인 이미지 導出과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써지는 것이다 하고 말하고 싶다. 詩語의 과밀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지나친 축약도 있어선 안 되겠다.
鍾소리도 겨울에 얼어
짧은 아픔을 吐하는 겨울날 아침 병영
南道의 참새들은 울기도 유난하다
들불
여름이 타고, 울부짖는 가을이 깊어 가면
독초들도 마침내 앙상히 시들 것이고
바람은 빈 허공을 왔다 갔다 할 것 아닌가
처음에, 생각 없이 뿌린 씨앗들이기에
무성히 자라 마침내 가시나무숲을 이루었도다
이제, 황량한 빈 들판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가까워지나니
헛된 기억의 숲과 잔디밭에다가 불을 지른다
이념의 불을 지른다
그 불은 마침내 모든 생물들을 태울 것이고
생명이 없는 미물들조차도 오래오래 태울 일이다
나의 깊은 영혼처럼
ps : 우리는 수없이 애당리와 만난다
만나다가는 이내 헤어져 이름을 잊어버리는
돌부처가 된다.
눈이 내리는 항구
떠나자는 머언
뱃고동 소리
이렇게 이렇게
눈이 나리는 날이면
고개라도 깊이 묻고 있을 일이다
고향은 분해되어
저만치서
한없이 출렁이다가
마침내 눈물을 감추며
돌아서고
어이하잔 뱃고동 소리뇨
젊은 날의 가슴을
술렁대는
어이하잔 뱃고동 소리뇨
恨 많은 77년을 보내며 울산 병영에서
생명연습 2
풀잎 하나 떨고 있다
풀잎 하나 관목 숲을 떨고 있다
이브의 비수로도 어찌할 수 없던
바벨의 꼭대기를 풀잎 하나 떨고 있다
신의 쓸개를 쪼아 먹다
안개처럼 흩어지는 극락조 떼 속
아담의 머리칼이 살아서 떨고 있다
풀잎 하나 떨고 있다
바람의 끄트머리 패랭이꽃 속을 드디어
그대는 아주 비스듬히 누워버리고
머리를 맞댄 풀잎과 풀잎의 거리를
더듬다가 매서운 한나절
알몸의 아담이 바람에 지고 있다
77, 늦은 가을에 622에서
어둠의 늪
상수리나무들도
한나절 내내 울다 떠난
우리들의 나라 어둠의 땅
나는 그 곁에서 팔을 벌린 者
힘깨나 쓰는 靜物이다
한나절 구타당한 흙들이
마침내 서러움 속에서 裸身이 된다
몇몇 나뭇잎이 수직으로 떨어지고
몇몇 풀잎들이 몸에서 힘을 빼고
귀뚜라미 한 마리가 힘을 뺀 풀잎의 등을
기어가고 있다
平靜아 너는 어디 있느냐
낮은 목소리로 부르면 가만히 돌아서고
낮은 눈길로 보면 가만히 주저앉고
상수리나무의 손끝에서도 파르르 떨고
풀잎과 풀잎의 交換과
목소리와 목소리의 엄청난 무게가
힘없이 가라앉는 우리들의 나라
어둠의 땅
金環式
옛날에도 달은 가리워졌었드라
너도 나도 돌아오지 않던 길을
달은 빛을 감추며 돌아서오고 말았드라
누군들 대낮같이 밝은 달 아래
울지 않았으리요만
그래도 하늘은 맑게 맑게 빛나고 있었드라
누구의 약속도 아닌 처절한 비명의 밤길을
발바닥 닳도록 헤매이던
金環式의 안타까운 前夜祭이더라
그날도 그날도 대낮처럼 밝은 산길을
너도 나도 헤매이고 헤매이고 하더라
우리는 어디로인들 갈 길이 없었으리요만
더운 말의 기억처럼
九龍浦에는 가득히 어둠이 밀리고 있더라
1978년에 622에서
ps : 九龍浦 散調
哀歡萬里 可能性의 굴레
빛나는 金環式
戀歌 23 대낮
대낮에
手淫을 하기는
뭔가 죄송해서
여인은
죄 없는 셀로판지를
구겨버린다
戀歌 24 벼슬
벼슬은 했다고 보는 데
자꾸만 자꾸만 죽음을
생각하는 우리들
선풍기를 틀어 놓고
철거를 주장하는
死刑의 哲理
언제든지
공기의 속삭임
살기 위하여
靑松골 시숙이 멀리서 온다니
붉은 창호지의 門을 깜짝 열고
여인은
죽을 노름은 아니라고
비로소 말 한다
실컷 울면
밑까지 풀어지는 마음인데
신안다리
戀歌 25 욕망
사내의 욕망은
애 낳고 사는 데 있고
여인의 욕망은
얌전한 듯 웃는 데 있다
戀歌 26 철길
마음도 하 서러워
별빛이 총총히 들어서는 날
철둑을 베고 누웠다가
기적소리 쯤에야 아예 놀라지 않다가
비로소 징징거리는 철길의 울음에
다섯 길 풀언덕 아래로
풍만한 몸을 구르는
여인 있었다
戀歌 27 전화
전화 한 통이면
(5원이다)
그날 오후면
프라이드를 숨기고 쫓겨 갈
술집 여인들
戀歌 28 번지 없는 주막
시시한 사나이들
자기들은 이런 허름한 술집에 오면서
뭐, 노가다나 이런 데 와
술집 아줌마의 용감한 발언
장꾼들도 온다구요
(그네들은 모르리라
기껏 욕망을 감추면서
世波를 헤치는 법을 배웠으리라)
프라이드 하나만으로 인생을 살아온
번지 없는 주막 아주머니
끝없이 장꾼들을 사랑 하세요
戀歌 29 자비심
하나는 용서할 수 있으리라
둘은 용서할 수 있으리라
셋은 용서할 수 없으리라
넷은 쓰러지리라
戀歌 30 氣品
젊은 손님이 오면
분을 바르고
술 한 잔 드세요 하면
반갑게 일어서고,
성냥 주는 버릇이
더러웁네요
戀歌 31 바람
바람이 분다
버들이 흔들린다
바람이 분다
얼굴이 이그러진다
戀歌 32 자코메티의 개
어둠의 입자를 부리로 밀어내며
새벽을 짖어대고 있는 자코메티의 개
희망의 날은 파도에 얹혀서 춤추고
희망의 날은 나뭇가지에 걸려 휘날리고
어둠의 속을 부리로 파먹으며
그래도 새벽을 짖어대는 魂이여
검은 무리들이 지나가면 쉬지 않고 쉬지 않고
미친 듯이 어둠의 손을 짖어대는 자코메티의 개
戀歌 33 웃음
고등학생들이 노래와 춤을 추는 속을
앙상한 유령이 싱겁게 웃고 있었다
戀歌 34 아들이여
아들이여
네게 줄 것은
아비의 슬픈 詩와
뜨거운 빈 손 뿐임을
1976년 6월 입대를 앞두고 안동에서
詩人의 길
하나, 겸허하자
둘, 直視하자
셋. 마지막까지 남아
삶도
사랑도
우정도
어머니도
죽음도
운명도
자연도
하늘도
神도
멸망도
역사도
道도
言語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넷, 사람과 사물과 현상을
至誠으로 對하라
바람의 유희
비린내를 풍기며
키 큰 버드나무 뿌리의 중심에 와 앉아
散調로 흐르는 바람
바람이 불면 자꾸만 작아지는 사내들
버드나무 세 개 정도의 살결을 까슬리는
깔깔깔 바람은 그대만의 영지에서
숱 많은 머릿결을 뼈마디 앙상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쓰다듬으며 쏟아내는 정액의 유희다이
튼튼한 바람이여
한
줄기
가득한
工場이여
거울 속의 우리들은
싱싱한 사과꽃을 따먹으면서
팬티를 벗은 봄 속을 걸어오고 있었다
금방 추억을 깨고 나온 젊은 개구리들이
붉은 유희에 열중하는
바람 속을
砲手처럼 그는
휘청거리며 기어 나오고 있었다
ps : 惺心理는 人間의 根本이다
사람은 追憶 하나만으로 충분히 살 수 있다
靜騎詩魂宣言
가슴을 다치지 않고 詩를 쓰는 法
우리는 죽음도 詩로 표현 하여야 한다
義와 正氣가 핍박받고
人情이 메마르고
흔들릴 듯 하면서도 결코 흔들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서러운 이야기를
우리는 깊은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개미軍의 出戰
아홉 마리의 개미
내 시선을 흡입하는 일렬종대의
사막 언덕을 넘어 그들은 진군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촉각을 내두르면서
그들은 무언가 탐색하고 있었다
총알이 아니다
화들짝하게 구름에 비낀 햇살이 어려 오는 戰場에서
제 몸의 조히 억 배는 됨직한 戰車가 굴러온다
아 아
마치 이 여름 오전 한 잎의 꽃잎이 지듯
散化하는 두 兵士
분대장은 전투 계속의 악을 쓰고 있다
어제 오후엔가 옮겨 놓은
주춧돌이 까맣게 웃고 있는
律音의 공간 속에서
나는 그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
누군가 내 등 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시퍼렇게 살아서 번뜩이는 눈과 눈으로
누군가 내 등 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늘은 예대로 코발트빛으로 칠하고
땅은 누르끼리한
千古의 빛깔 그대로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슬픈 音調로
그대들의 심장 가까이서
꿈틀대고 있다
완전한 어둠
-嬰兒의 죽음을 슬퍼하며
어디 애통한 일이 예 뿐이랴
흐르다 보면
짙은 통곡소리 곳곳인 것을
우리 모두
목숨의 한 올 촛불을 들고
먼 異國 요단의 푸른 강
허이허이 건너면
비 내리다 해 나듯이
해 빛나다 구름 일듯
우리 모두 낯선 손님 되어
오후의 벽에 걸어 놓은 옷 찾아 입고
먼 서방정토 길 떠나듯이
삶과 죽음이란
낡은 銀貨의 앞면과 뒷면이다가
티끌로 흩어지면서
완전한 어둠 속으로 추락하면서
끝끝내 한 마디
비명도 없음이여
비명도 없음이여
來生의 아내에게
야수다라의 꽃 꽃 꽃
그대는 他人의 아내
고운 얼굴에 행복이 가득
처절하니 고운 계집
鳳凰山浮石寺여
철없는 아내의 사랑 겨운
얼굴처럼
지금은 그대 은밀한 사랑의 노래,
山寺에 심은 뜻은
山寺에 심은 뜻은
1977. 6 휴가 수식을 다녀와서
ps : 先賢의 遺積을 重修하는 것도 좋으나 그 분이 k라는 바는 그런 것이 아닐 것이 틀림없다. 시대의 바람을 탄 重修와 관리, 가장 중요한 점인 性理論을 모르고 관광객들은 선입감과 분위기에 억눌린다.
先賢의 위업을 필요에 의해 美化하는 者들 -忠武會 碩學, 軍人.
국가의 요구와 자연인의 요구.
그 法과 道를 전수할려고 노력하지 않고, 문헌조사와 관리, 미화에만 신경을 써서 되겠는가. 살아있는, 현대에 생명이 있는 書院, 眞城李氏들은 退溪先生 뼈다귀나 팔아먹고,
才勝薄德, 붓끝이나 희롱하는 拙士가 되어서는 안 된다. 心魂의 詩를, 心魂의 글을.
追憶
몇 개 세월을 접어
품에 안으면
추억이여
터져 나오는 운명의 웃음을
어찌 하리
너는 어느 廢墟의
성터에 앉아
종소리처럼
훨훨훨 날아오르다
고개 꺾이는 새이다
의식의 중앙을 뚫고
사라지는 강 소리처럼
가장 은밀한 우리들의
內部로 內部로
도주하다
쓰러지는 虛像이다
나는 이승의 강 언덕에 피는
몇 개 풀꽃
때로는 울다 때로는 웃으며
이슬보다 고운 命의
한가운데를 흐른다
78. 11 .24
四月
해마다 四月이면
흘레붙는 봄
아득히 설레이다가
너의 눈빛 너머로
수없이 가라앉는 바다의 鄕愁
음성 한 개로 활짝 피는 꽃과 꽃의
叛亂이여 ……
진달래꽃 빛깔로 홍건이 화장하는
해마다 四月이면
如歸, 如歸, 不如歸
애오라지
빛살처럼 내리꽂히는 젊은 靈魂의
서성대는 눈짓으로 復活하는
叛亂이여
무등타기
무등타기놀이를할적마다우리는각혈하곤하였지
아버지의아버지의어머니의어머니의시절에서나
무등타기를좋아하면서우리들은끝없이뛰어오르곤하였지
어느날이듯어느날이듯하면서도제패하지못하고
상징의푸른깃발을드높이곤하였지마치추억처럼
타오르는태양의축제여축제여하고고함치면서
우리들의구슬처럼영롱한꿈으로무등타기를하곤하였지
어찌할거나어찌할거나하면서도깊은잠에취해있었지
타오르는태양과태양의근처에서도
무등타기는밑져도본전이야사내놈의새끼가그까짓거어이하지도
못하는무등타고무등타고하늘높은줄몰라
무등타기무등타기무등타기우리들의알몸으로무등타기
어느날아침너와함께몸을섞으며지꺼리던인연이었는지도몰라
그리하여아이들의무등타기놀이가시시해졌는지도몰라
가슴으로가슴으로피를뿜어내면서도고놈의무등타기재미 때문에
이러지도저러지도못하고무등의아이들이듯끝없이산으로산으로
기어오르곤했지
무등을타렴아이야네허리를진뜩수그리고떠오르는달처럼고요한
무등을타렴무등이듯이무등이듯이그러고도사라지지아니하는
무등을타렴
開南浦
고깃배 한 척이
하루 종일 서 있다 떠나가는
漁港 속의 商街
먼 異域에서는
푸른 웃음의 보리꽃이 피고
흐린 연기를 내뿜다가
조용히 파도를 타는 고깃배
끝없이 출렁이다 마침내 떠나가는
목 쉰 어부의 얼굴
파도의 약손으로도 아물 수 없는
돌아올 줄 잊은
단단한 패각류의 숲다이
고깃배는
쓰러지듯 출렁이고
파도는 뭍의 기슭을 오르기
날이 날마다 배 떠나기
사루비아 季節
눈물을 보일 줄 아는 사루비아여
이젠 내게로 와 꽃이 되렴
이별을 아침 식탁 위에 올리면
슬픈 눈초리로 추스르는 이름들
향기 잃은 언어가 되어 뜨락에 나릴 뿐
사루비아 피는 두 해마다
가을 하늘을 아득히 오르는 나비 한 마리
너희의 촛불 때문에
날아가다 날아가다 낙하하는 입술
靈魂은 식탁 위의 꽃밭이었다
예닐곱 장 書片을 쥐고
九月 호수로 달리는 목숨
사루비아 지고 말면 그 뿐
마음은 한 곡 노래를 잉태한다
땅은 엷은 슬픔을 잉태한다
短想
먼 시간에 눈이 내린다
큰 詩人, 큰 思想家, 큰 政治人의 길, 浩然之氣
‘먼 시간에 눈이 내린다
조용히 금이 간 해바라기
오늘도 까닭 모를 憂愁에 젖어
침의를 적신다 -박용래의 詩에서’
하루하루를 산다고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결단은 일찍 내렸어야 했다
아름답게 산다는 것
自己中心的인 思考와 生活
大凡과 浩然之氣
강이나 내 마음을 달래 줄까
별이나 내 마음을 달래 줄까
바다나 내 마음을 달래 줄까
漁燈이 명멸하는 浦口가
내 마음을 달래 줄까
비가 내리는 포구 눈이 내리는 마을
비와 바람과 눈
가로수
비가 내리는 마을
눈이 내리는 마을
바람이 부는 마을
비가 내리는 강나루
눈이 내리는 강나루
바람이 부는 강나루
비가 내리는 포구
눈이 내리는 포구
바람이 부는 포구
다시는 理念에 떨지 않으리라
理念과 詩의 內燃
순간을 지나기는 어려운 일이나
다 좋다 하면 좋지만 아직은
<내가 낳은 자식도 마음에 드는 것이 있고 들지 않는 것이 있다>
민족이여, 최소한의 의무는 다 했다
형제여, 그런 것이다
革命과 時運
浪漫詩의 바람
76. 6.1
武運을 빌며
戰場의 허허로운 소식을 듣는가
끝내는 풀잎 하나로 남을
죽음보다 더 고요할 사랑이여
내가 詩를 처음 시작할 때
어디 富貴功名 때문에 시작 하였던가
한 세상 살기는 쉽다고
그러나 의미를 갖고 살기는 어렵다
끝내는 전자의 이슬로 사라질 숙명
어둠이여 !
철 늦은 외투를 입고
CHAOS
오늘도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부는 길목에 나와 선 사내
그 사내의 머리 위로
청기와가 날아가고 있었다
아카시아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아직 집은 무너지지 않았는데
그대와 내가 편히 살라고
바람이 분다
六月의 都市
유월의 도시는
빨간 장미꽃잎에 쌓여 출렁인다
유월 어느 날 아무도 모르리라
수줍게 피어난 장미꽃의 사랑을
저리도 여린 장미꽃잎의 낙하
우리의 빛나는 사랑을 잊지 마세요
유월의 도시는 차디찬 발걸음이다
푸른 현기증에 이마를 짚고
분수기에 기대서 논 때가 더러 있다
한 잎 두 잎 햇살을 까맣게 지우고
싱긋 웃으며 돌아서는
돌아서는 오 ! 아름다운 도시여
ps :
때론 까닭 모를 憂愁에 젖어들고
生命의 완전한 原理를 알고
그리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가며 노랠 부른다
끝끝내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여
순간을 잘 보내야 하는 것이다
한 세상 살기는 쉽다 그러나 의미를 갖고
살기는 어렵다
시적인 표현을 얻는 法
장날의 떠돌이 장사꾼
끝내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남으리라
理性에 의한 질서를 회복하고
生命의 경이를 알고
삶과 사랑과 운명과 詩의 協素
인생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다
슬프고 괴롭지만 인내하는 것이
인생의 길이리라
한 때는 바람을 따라
바람이 되어
비를 따라 여름비가 되어
질골리를 가득 덮는 캄캄한 구름이 되어
풀꽃이 되어
흐르는 대로 남기리라
주먹을 불끈 쥐며
질골리를 떠난 사나이
어둠을 부등켜안고 울던 사나이들
어둠은 무지개
어둠은 비 바람 구름
아득하여라
참고 견디면 빛을 보려니
사랑
눈을 감으면
죽어 있는 너의 모습이 보인다
필경 어디엔가는 죽어 있을
너의 모습
나는 밤 못 잔다
아득히 아득히 깊은 밤은 흔들린다
시인의 가슴 위로
暴雨처럼 흘러내리는 너의 모습
나는 잠 못 잔다
그대는 내 침묵에 우는
철로에 피는 이틀 치의 풀꽃이다
눈을 감으면
아무 소리도 없이 죽어 있는
사랑하던 너의 모습이 보인다
ps : 女人의 눈은 끝없이 맑구나
讚美하라 女人이여
ps : 떠나야 할 때이다
삶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삶을 단념할 뿐
한 줄의 詩를 얻기 위하여
나는 떠난다
어둠의 술래가 된 숲의 허기
타히티 섬의 꽃
떠나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세상이 허락하지 아니하고
세상이 허무하다면
마땅히 세상을 버려야 하리라
아 아 먼 시간에 눈이 내린다
海兵隊, 떠나야 하는가
어머님 끝없소이다
어디에 가든지 詩를 생각하외다
어둠의 숲 2
어둠이 크게 흔들린다
아직 바람은 불지 않는데
신평리에서 금광리까지
어둠이 흔들린다
날이 날마다 목이 잦는 물새 떼
누님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하이얀 찔래꽃은 지천으로 강을
덮는가
어둠이 크게 흔들린다
그대 많이 많이 먹고 한 세상 편히
살라고
찔래꽃을 귓가에 꽂은 어둠이다
푸른 불꽃이 어둠 속에서 불타고 있었다
ps : 큰 詩人 큰 思想家 큰 政治家
내가 생각하는 것이 바를 것이다
志向
부끄러운 일이다
새로운 時代의 章을 열다
침착, 忍耐, 重
가벼운 감정의 희롱은 없어야 한다
道文의 出産과 分離와 歸一
마음의 문을 열고, 開眼
먼 시간에 눈이 내린다
한 세상 살기는 쉽다
그러나 의미를 갖고 살기는 어렵다
知性의 모임
살아있는 모든 것과 죽어가는 모든 것을 기쁜 마음으로 노래하는 시인이여
시인은 부끄럼이 없어야 한다
모든 것은 相對的이다
그러나 絶對的인 것도 있다
먼 시간에 눈이 내린다
하얀 공간에 눈이 내린다
軍入隊 - 東國大學校 文理大 國文學科
大學敎授 그놈의 政治
먼 시간에 눈인 내린다
인간의 條件, 限界, 可能性
먼 시간에 눈이 내린다
한 인간이 살기는 진실로 어려운 시대요 지구이다
죽더라도 부끄럼이 없어라
僞善者 僞善者
먼 시간에 눈이 내린다
먼 시간에 눈이 내린다
어머니의 마음
하늘이여, 당신의 뜻을 말하소서
唯物論, 唯心論
어머님
<大道, 大我, 大義, 大詩>
1976년 6월 21일 군입대를 앞두고
麗日散調
덩게르크 철수작전에서 살아남았던
풀꽃 하나가
대륙 모퉁이를 우회하고 있었다
원을 그리며
응달진 처마 끝을 밤새 헤매 다니던
유년의 꿈 하나가
거미줄에 걸려 은빛 날개를 파닥이고 있었다
파닥이는 날개 짓의 뒤로
그칠 줄 모르고 증발하던 무지개 빛깔
지느러미로 지느러미로 살아남아
유년의 흉몽을 갈리면서
바다를 쪼아 먹으면서
수없이 머리로만 자맥질 하는 해녀의 혼
바다는 침묵하고
바다 밑에 닿은 햇살만이 남아
그의 왼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었다
77. 5. 14 울산 62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