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등산화 바닥에서 노란색 팔각형 모양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한쪽에서는 "와" 하는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이 노란색 팔각형 모양이 바로 등산 재킷으로 치면 '고어텍스' 정도에 해당하는 '비브람'창을 상징한다.
먼 거리에서도 눈에 잘 띄도록 고안된 이 비브람 문양은 최근 들어 등산화 앞과 옆을 가릴 것 없이 날렵한 모양의 글씨로도 등장, 등산화 자체가 홍보까지 겸하게 한다. 전 세계 산악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이 비브람창은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아웃솔의 대명사.
평범해 보이는 등산화도 비브람창을 달았다는 문구 하나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국내 등산 전문가들은 이 비브람창에 대해 그다지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비브람창이 부틸 함유 아웃솔과는 달리 접지력보다는 내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틸 함유 아웃솔과 비브람창을 놓고 손톱으로 살짝 긁어보면 부틸 함유 아웃솔이 부드러운 데 비해 비브람창은 상당히 딱딱한 느낌을 준다.
등산용품 전문업체인 오케이아웃도어 강주익 부산점장은 "지리산 종주나 육산(흙으로 덮인 산) 위주의 장거리 트레킹에는 적당할지 몰라도 골산(바위나 돌이 많은 산) 산행에는 비브람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비브람의 명성을 등에 업고 높은 가격에 팔리는 등산화가 무조건 좋은 것으로 보고 '묻지마' 구매를 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은 듯하다.
적어도 비브람창 등산화를 산다면 급격한 온도변화에도 고무의 탄성을 유지하는 비브람의 특징을 먼저 염두에 두고 내구성을 우선으로 등산화를 장만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상윤 기자
등산화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잘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 하산길에서 아차 하는 순간 미끄러져 발목을 다치거나 심할 경우 목숨이 위태로운 사고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끄럼 방지는 등산화의 가장 일차적인 기능이다. 이 미끄럼 방지 기능은 등산화의 바닥, 아웃솔에 달려 있다.
등산업체마다 온갖 명칭을 단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이 아웃솔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바로 부틸이라는 성분의 함량이다. 동전을 거꾸로 붙여도 들러붙어 있을 정도로 점성이 좋은 이 성분의 함량이 등산화의 접지력을 좌우한다. 하지만 부틸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아웃솔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틸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내구성이 약해 그만큼 쉽게 마모되기 때문이다. 접지력을 높인다고 부틸을 많이 넣어 몇 번 신지도 못할 등산화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등산업체들은 이 부틸의 황금비율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부산지역 등산화 전문업체인 트렉스타의 '하이퍼그립'이나 캠프라인의 '릿지엣지' 등은 바위산이 많은 한국 지형에 맞춰 이 부틸의 가장 적절한 함량을 찾아낸 아웃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