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인생(50)
멋진 시보다 멋진 유행가 가사를 만들어야 한다
송현(시인)
1.
"한글공졍"이란 말은 최근에 네티즌이 만든 신조어이다. 이말은 중국에서 휴대전화 한글자판을 국제 규격화하려는 작업을 두고 경계하는 말이다. 이 문제를 의논하기 위하여 박 흥호 선생을 오전 10시에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했다. 박 선생과 두어시간 의논을 한 뒤에 곧바로 12시에는 내게 "신발장이론"을 개인 교숩 받는 X 선생과 만나기로 되어 있다. 광화문 약속 장소에 가까워질 무렵에 뜻밖의 전화가 왔다. 내 동시에 곡을 붙이기로 한 작곡가 고XX선생이었다.
"고 선생님, 반갑습니다."
"송선생님, 반갑습니다. 서울에 볼 일이 있어서 온 김에 인사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이구! 제가 지금 10시에 약속이 있어서 약속장소로 가는 중이고, 또 12시에도 약속이 있는데..."
"아닙니다. 그냥 송선생님께 인사 하려고 전화했습니다."
" 고 선생님, 제가 10시 약속 중에 양해를 구해서 10분간 짬을 내볼테니 잠시 얼굴이라도 보면 안되겠습니까? 저는 선생을 보고 싶은데요."
"좋습니다. 그러면 얼굴이라도 잠깐 보고 가겠습니다."
"고 선생님께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건너편 케이티 빌딩 앞으로 와서 전화를 하셔요. 제가 나가겠습니다."
2.
나는 박선생에게 양해를 구하였다. 그래서 박 선생과 용무를 한시간 안에 끝을 내었다. 그 바람에 고 선생에게 십분만 쓸려고 한 시간이 한시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고선생이 멋장이 차림으로 키타까지 메고 나타났다. 누가 봐도 음악하는 사람 같지 싲었다.
처음에는 내 동시에 곡을 붙이는 문제의 원칙을 논의하였다. 그런데 뜻밖에 무슨 말 끝에 유행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말을 하였다.
"조 병화 선생의 술에 술 탄듯 물에 물 탄듯한 그런 맹물 같은 시 한트럭을 준대도 양인자 선생의 노래 가사 한 줄과 안바꾸겠다"
이 말때문에 고 선생은 내가 유행가에 대해서 대단히 호의적인 줄을 알고 뜻밖의 말을 했다.
"제가 만난 시인들은 대부분 유행가 가사를 아주 천시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런데 송 선생님은 유행가 가사에 대해서 아주 호의적이군요."
"고 선생님, 저는 유행가 가사에 대해서 호의적인 정도가 아니라 멋진 유행가 가사를 짓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러면 송선생님께서 직접 유행가 가사를 써 보시지요?"
"저는 이십 년도 전에 박 상희 선생이 하던 유행가 가사 클럽의 회원이었습니다. 선뜻 가입을 하고는 한글 타자기 자판 싸움 하느라고 그만 노랫말은 쓰지 못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마음 속으로는 늘상 멋진 유행가 가사를 써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3.
드디어 나는 고선생에게 유행가 가사를 써 보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그러자 고 선생은 유행가 가사를 쓰는데 몇가지 주의사항을 말해 주었다. 양인자 선생의 그 절절한 노랫말은 이미 고전이 되어서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쓰려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씨가 먹힐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이 부르는 노랫말을 쓰는 것은 감각적으로 불가능할 테니 고전적인 노랫말과 현대적인 노랫말의 틈새에 해당하는 노랫말을 쓰면 좋겠다고 했다. 아주 친절하게 몇가지 예를 들면서 설명해주는 바람에 나는 금세 이해하였다.
4.
아직 노랫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벌써 가슴이 설레인다. 내가 쓴 노랫말에 곡이 붙어 멋진 노래로 재탄생된다는 상상을 하니 며칠 밥을 안 먹어도 살것 같다. 내 가슴 저 깊은 곳에 쌓여 있는 절절한 사랑과 이벌, 눈물과 한숨 등을 담아서 멋진 노랫말로 만들고 싶다. 언제 짬을 내어서 책방에 나가 최신 노래 가사집부터 사서 찬찬히 공부를 할 참이다. 그리고 우리 아들이나 딸을 만나면 요즘 무슨 노래가 유행을 하는지 누구의 노래가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는지도 물어볼 참이다.
5.
언젠가 조영남씨, 김도향씨, 정대철 의원, 조영남씨 메니저와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조영남 씨에게 말했다.
"조 선생에게 한 가지 해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러자 좌중이 다를 내 입을 쳐다보았다.
"조선생이 처음 데뷔할 때 "딜라일라"를 부를 때는 아주 멋졌는데 요즘 노래 하는 것은 별로입니다. 딜라일라를 부를 때는 그 노래 한 곡에 조영남선생이 완전히 몰입하였는데 "화계장터" 따위를 부를 때는 완전히 몰입은 커녕 절반도 몰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프로로서 아주 불성실한 태도입니다. 그리고 노래 가사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노래 가가 중에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사로잡고 오래 잔상이 남는 것은 비극적 테마라야 합니다. 그런데 화계장터 같은 것은 사람들의 가슴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이 없는 노래말입니다. 가사부터 도무지 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조 영남 선생을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비극적 테마의 가사를 써 드리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저미게 하는 비극적테마의 노랫말을 말입니다."
이말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조영남씨의 메니저 X씨였다. 내딴에는 큰소리를 치긴 했는데 아직도 이 약속을 못지키고 있다. 아마 조 영남 씨는 이일을 오래 전에 다 잊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 대철 의원 선거 운동을 하려고 종로 중구 극장 극장은 다 돌아다니면서 나는 찬조연설을 했고, 조 영남씨는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한국현실문제연구소(이사장 정대철, 소장 송현) 기금 마련을 위해서 신라호텔에서 "조영남 디너쇼"를 할 때는 내가 무대에서 조영남씨와 함께 "이 수일과 심순애" 대사를 읊어서 청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제 생각해보니 이십년도 더된 아득한 옛날 일이다.
이번에 고 선생과 약속한 대로 내가 유행가 가사를 쓰게 되면 제일 먼저 조영남 씨에게 진 빚을 갚을 생각이다. 글쎄? 과연 내가 멋진 노래 가사를 쓸 수 있을까? (2010. 10. 24)
첫댓글 유행가 가사는 현실적인 삶의 현장이라면 시는 형이상학으로 승화시킨 일면이 있어서
가슴을 직접적으로 강타 시키기는 조금 부족한점이 있지않을까요????
선생님! 기대 합니다. ^^
조영남씨한테 분명 이자까지 쳐서 진 빚 갚을 거라 확신해요~~ㅇ
그럼 조영남씨 화계장터 이후에 두번째로 멋진 노래 나오는건가요?
요즘 유행가는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약한것 같아요
가사도 그렇고...빠른 멜로디도 제대로 알아듣기도 힘들고요
편하게 일상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빠져들수 있는 우리들의 노래가 절실합니다
기대할께요 선생님 ^.~
정말 멋진 가사를 쓰실 수 있을 거예요.
카페 회원 모두 응원합니다.^^~ 화이팅!!!
고선생님과의 약속된 유행가 가사도,
조영남씨에게 빚 갚음도 멋드러진 노래가사로 표현될 것입니다. 기대됩니다*^^*
삶의 경륜과 경험이 많으신만큼 멋드러진 유행가 가사가 탄생할듯 싶은데 기대 하겠습니다. ^^
우와! 무지하게 기대 됩니다. 전 화개장터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