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위한 글을 하나 올려봅니다.
다음 뉴스를 보니 윤석렬이 킬러 문항을 없애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비판 보도들이 많습니다. 민주당과 진보 언론사들은 수능의 혼란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언론사들은 유명 수능 강사들의 윤석렬 비판을 그대로 가져와서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킬러 문항을 없애는 이유가 사교육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과거의 경우, 보수가 아닌 진보 정당에서 나오던 정책인데 이번에 윤석렬이 언급하면서 진보 정당과 언론이 이를 비판하면서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수능 강사들의 킬러 문항 제외 비판은 들을 가치도 없습니다. 킬러 문항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자들에게서 객관적인 비판이 나올리가 없습니다. 실제 저는 여러 기사를 찾아봤지만 합당한 비판을 보지 못했습니다.
소위 '킬러' 문항은 높은 수준의 학생을 분별해 내려는 의도로 출제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높은 수준이라는 게 과연 우리의 고등학교 환경 안에서 가능한지, 교과서 수준에서 나올 수 있는 문제인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교과서로 학교 수업만 듣는 아이들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이 문제가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한 킬러 문항의 존재로 인해 사교육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학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을 가지고 있다면 이 또한 문제입니다. 제 주변에는 아이들의 학원비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세 번째로, 킬러 문항이 과연 대학 진학에 반드시 필요한 문제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 논란의 답은 의외로 쉽게 풀립니다.
고등학교는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중간 과정이고 대한민국의 거시적 관점에서 대학 교육은 고등학교 교육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고등학교는 성인이 되는 아이들이 일상 생활을 하기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가르치고, 동시에 대학으로 아이들을 보내기 위한 중간 역할을 해야 하는데 킬러 문항과 관련해서는 전자는 아예 해당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킬러 문항의 존재가 아이들이 대학에서 더 효과적인 공부를 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킬러 문항은 필요합니다. 사교육이라는 부작용으로 가계에 일부 부담을 준다고 하더라도요. 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킬러 문항은 해당 주제를 대학에서 전공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난이도의 공부이고, 해당 주제를 전공한다고 하면 어차피 대학에서 배우게 되는 내용입니다.
킬러 문항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비판은 수능의 분별력 문제인데 이것은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 다룬 주제인데 중급 난이도의 비중을 조금 늘리는 등의 방식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 교육에 대해 오래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은 것 중에 하나가 우리의 모든 시험에서 목격되는 이 킬러 문항입니다.
킬러 문항은 공무원 시험에서도 존재합니다. 공무원 시험을 본 사촌 동생이 영어 문제지를 가지고 저를 찾아온 일이 있습니다. 저는 문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문제 중의 상당 수가 전혀 실용적이지 않아 보이더군요. 시험 자체가 공부한 사람들과 공부 덜 한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서 만들어져서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학습을 수험자들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나 티브이에 출연한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수능 문제를 풀면서 틀리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일이 있을 겁니다. 제가 수능이나 공무원 영어의 지문을 보면 정상적인 글이 아닐 때가 많더군요. 예문들이 문제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정상적인 구조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심각합니다.
제가 킬러 문항 이슈와 관련하여 갖는 유일한 불만은 메가스터디에 대한 압수수색입니다. 정부가 정부에 불만을 갖거나 비판하는 행위에 대해 압수수색을 무기로 사용하는 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협입니다. 저는 킬러 문항 미출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지만, 공권력으로 국민의 의사 표현을 힘으로 누르고 입을 막으려는 정부의 태도는 크게 잘못되어 있고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사태에서 제가 또 다른 느낀 점은 진보 세력의 수준 하락입니다. 과거에는 민주당 내부에 여러 의견들이 나와 토론과 논쟁이 이어지면서 정책의 장단점이 논의되고 이런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진보 세력의 여론을 주도하는 김어준이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하던 시절이 있었죠. 유시민이 적절한 화두를 던져서 진보 세력 내부에서 시기적절한 논의를 유도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진보 세력에는 정말 킬러 문항을 던져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제 김어준도 유시민도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더는 민주적인 대화를 갖지 않습니다. 민주당을 장악한 당원들이 이를 허용하지 않고 당 고위층은 이를 묵인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경향신문의 저질 기사입니다. 근본적으로 이번 정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관점은 배제된 채 정치적 비판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당은 미국의 민주당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두 번쨰 기사는 정부의 메가스터디 압색에 대해 학력평가 입수를 배경으로 언급하고 있고 이는 실제 가능한 시나리오이지만 본래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https://v.daum.net/v/20230628175534123
https://v.daum.net/v/20090716191306004
첫댓글 킬러 문항 배제와 관련 진보 교육감의 의견이 궁금해요.
이럴 때 나는 킬렁문항 배제 찬성한다 해주면 좋으련만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