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 최영미]
언젠가 한번 와본 듯하다
언젠가 한번 마신 듯하다
이 까페 이 자리 이 불빛 아래
가만있지 저 눈웃음치는 마담
살짝 보조개도 낯익구나
어느 놈하고였더라
시대를 핑계로 어둠을 구실로
객쩍은 욕망에 꽃을 달아줬던 건
아프지 않고도 아픈 척
가렵지 않고도 가려운 척
밤 새워 날 세워 핥고 할퀴던
아직 피가 뜨겁던 때인가
있는 과거 없는 과거 들쑤시어
있는 놈 없는 년 모다 모아
도마 위에 씹고 또 씹었었지
호호탕탕 훌훌쩝쩝
마시고 두드리고 불러제꼈지
그러다 한두 번 눈빛이 엉켰겠지
어쩌면…부끄럽다 두렵다 이 까페 이 자리는
내 姦飮의 목격자
시대가 어쩌고저쩌고 오늘이 어쩌고저쩌고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이만큼 거침없고 솔직하고 자유분방하며 확실하고 현실을 정확하게 그려내는 것을 보고자 한다. 최영미는 응큼떨지 않는다. 의뭉하지 않으며 난 척하지도 않는다. 다만 정직할 뿐이다. 정직하다는 것은 세상을 종합하는 눈이 정확하다는 뜻도 된다. 괜히 이것저것 집적거리지 않는다. 내뱉어버린다. 맛없고 싫어서가 아니라 맛있는 것을 뱉어내어 그것이 맛이 있었던 것인가를 확인하는 일을 그는 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시에서는 또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은 자기와의 싸움이 짙게 배어 있다. 무차별하게 자기를 욕하고 상대를 욕한다. 솔직한 것이다. 이 좌충우돌의 사투가 한편 한편 시에서 음큼떠는 우리들의 정곡을 찌른다
목을 다 열거하기힘들 정도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정직이며 사회에 대한 솔직한 자기 발언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시집 『서른잔치는 끝났다』 발문 중에서
김용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