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무지하게 피어나는 열구름이 나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앞뒤 잴거없이 덕소로 달렸고 벌써 예봉산을 오르고 있는 나...
이륙장주막의 막걸리 반잔에 빈속으로 힘들게 올라온 나의 몸은
퍼져버렸고 정신도 오락가락 혼미하고 속도 무지 쓰리다.
이륙은 되었으나 지천에 널린 그 많은 써멀을 두고 사이사이로 누비고 다니길 30여분...
성수형은 1700으로 일찌감치 팔당호를 가로질러 분원리를 한참전에
지나갔고 난 최후의 발악으로 1100을가지고 운길산 수종사위로
간다.
그리고 다시 1200 좀 넘겨 도강...묘지위로...참 어렵게 한다.
근근히 살아나가 청계산 근처에 다다르니 800여...
시커먼 구름밑으로 기어들어가니 거칠고 시원하게 빨아주는데-
거참 표현도 거시기하네...- 무섭게 올라간다.
1600에 차마 구름속으로 들어가질 못하고 도망나왔다.
곧바로 대부산으로 가 다시 1600...그리고 백운봉으로...
900까지 내려가며 약간의 고생을 할려는 참에 웬일인지 포사격장이
처음으로 일을 한다. 별일이다 싶은 생각에 몇바퀴 도는데
난데없는 포성이 일제히 울려온다.
이런 씨바... 저 유탄파편에 맞을라...마구돌려 1700 구름속으로
피하며 풍향따라 흐른다.
처음계획은 이쪽방향이 아니었다.
북서예보에 덕소-퇴촌-이포-여주-원주를 예상했는데 풍향은 거의
서북서로 흐르고 있어 그냥 바람따라 온거다.
먼저간 성수형만 비를 쫒아 가고 있는 형국이 되었고 결국 비행중에
무지한 소나기를 맞고 홀딱저저 여주휴게소에 내렸다는
후문이었다.
나는 풍향따라 흘러 추읍산으로 갔고 이곳에서 1987까지 올려 문막으로 달렸다.
가는 내내 무전을 때렸지만 아무도 응답이 없다.
이륙장부터 말썽이던 내 무전기가 결국 맛탱이가 갔고 핸드폰은
안터진다.
성수형도 무지하게 불러댔다고 하는데 내 형편이 그랬다...
사방으로 검은 구름에 가려 햇빛을 못본지 오래다.
차츰 고도 까지고 결국 500까지 내려와 버렸다.
전화를 했다.
안받는다.
그렇다면 아직도 비행중이라는 말이군...
그러나 잠시 후 전화가 온다. 비행 중 진탕 비맞고 감곡 언저리까지
갔다 여주휴게소로 되돌아 와 내렸단다.
나도 곧 내릴 형편이라 말하고 착륙장 확보에 들어갔다.
한참을 조용하던 바리오가 끊어질듯한 아주 작은 소리의 경보음으로 열이 있음을 알려준다.
0.1...0.2...0.4....소리는 이어졌다 끊어지길 반복한다...
그러다 제대로 된 소리와 함께 1100까지 ... 그리곤 놓쳤다.
한스럽지만 그걸로 갈데까지 가보는 수 밖에...
골프장 공사장인줄 알았다.
좀 더 가서는 스키장 공사장인줄 알았다.
거의 다 가서야 오크밸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내 짐작이
맞았다.
더 가고는 싶었지만 더 갈수가 없었고 결국 슬로프 아래 골프장에
내렸다. 언제 봤는지 카트가 달려오고 짐싸니 콘도앞까지 태워다
준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진짜루 비가 오고 있었다.
4시1분이었다.
산속에 갇힌 꼴이 되었고 난감했다. 대중교통도 없고 지나는 차들도
거의 없는 외진 곳이다.
셔틀버스가 원주터미날까지 공짜로 왕복한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언제있냐니까 6시 50분이란다...미치는줄 알았다.
지하 편의점 들려 빈지갑 채우고 20여분 지나니 비가 그친다.
잠깐의 우여곡절끝에 멋진 여자분의 승락으로 원주터미널까지 왔고
동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고 눈을 감았다.
무지 힘들고 배고프다. 잠이 안온다.
그때 날라온 사진메시지...
먼저 도착한 성수형과 병일이형 그리고 춘수가 삼겹살파티를
하고 있다며 빨리 오란다...두번째 미치는 줄 알았다..
동서울터미널까지 고속버스로 그리고 다시 덕소 당구장까지...
편하게 먼저 와있던 성수형이 복음밥 사준다길래 삼선 복음밥으로
주문...허기진 배를 채우고 ...
집에 와서는 뻣었다...
첫댓글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간 떼놓고 비행하면 저렇게 날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