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가 부채를 해소하고, 홀몸노인·고아를 섬긴 교회가 있다. <뉴스앤조이>에서 지난 5월 탐방한 시골 교회 후영순복음교회(사진 왼쪽 위), 도화교회(왼쪽 아래), 해남새롬교회(오른쪽) 이야기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
'농산물 직거래 장터로 농가 부채 해소하다', '자궁암 투병 중인 홀몸노인을 돌보고 장례까지 치르다', '폐지 모아 마련한 재정으로 독거노인에게 무료로 급식하다'. 복지 기관 얘기가 아니다. 시골 교회 이야기다. 단순히 교회 나오라 예수님 믿으라 하지 않고, 지역을 섬기며 삶으로 전도하는 교회들이 있다.
<뉴스앤조이>에서 지난 5월 지역을 섬기는 교회를 탐방했다. 하나님 말씀을 따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를 찾았다. 시골과 도시를 누비며 서울을 비롯해 충청·전라·경상 지역을 돌았다. 이렇게 만난 교회가 10곳이다. 이 중에 시골 교회는 충북 괴산 후영순복음교회(김경준 목사), 충북 제천 도화교회(문순국 목사), 전북 해남새롬교회(이호군 목사)다. 이들 교회는 지역의 필요를 채우는 사역을 꾸준히 해 왔다.
직거래 장터로 마을 경제도 공동체 신앙도 살려
▲ 후영순복음교회는 선한농부마을이라는 직거래 장터 사업을 펼쳐 농가의 빚 문제도 해결하고 마을 경제를 살리는 기반을 마련했다. 서로 협동하고 생계를 책임지는 관계를 형성하니 공동체로 사는 신앙도 자리 잡았다. (사진 제공 후영순복음교회) |
'개똥쑥 조청', '자연 발효 민들레초', '얼룩 울타리콩'. 특이한 이름이다. 흔히 보는 식품은 아니다. 이것은 후영순복음교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직거래 장터 '선한농부마을'에서 파는 먹거리다.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합쳐 총 100여 종의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가입 회원만 5만 3000명이다.
김경준 목사는 시골에서 목회하면서 처음부터 장터를 한 것은 아니었다. 농사일을 하는 교인 중 부채에 허덕이는 이들이 많았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제값을 받지 못할 때가 많아 빚을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김 목사는 이런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1997년 교인들이 재배한 고추를 도시 교회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1998년 직거래 장터를 시작했다.
온라인 장터에서는 교인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한다. 절임 배추, 간장, 고추장 등의 가공식품을 공급하기 위해 영농 조합도 결성했다. 조합 농부들은 되도록 제초제나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지어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하려고 한다. 장터 사업으로 남는 이윤은 구제와 청소년 장학금 등으로 쓰고 있다.
교인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사역은 마을 전체로 뻗어 나갔다. 직거래 장터 사업은 주민들의 빚 문제도 해결하고 마을 경제를 살리는 기반이 되었다. 사업에 동참한 주민 중에는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이도 생겨났다. 서로 협동하고 생계를 책임지는 관계를 형성하니 공동체로 사는 신앙도 자리 잡았다.
▲ 후영순복음교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직거래 장터 선한농부마을에서는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합쳐 총 100여 종의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가입 회원만 5만 3000명이다. 이 사업은 교회가 농가 부채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힘쓴 결실이다. (사진 제공 후영순복음교회) |
아이에겐 부모같이, 노인에겐 아들딸같이 섬기는 교회
도화교회는 냇가와 논밭으로 둘러싸인 곳에 자리해 있다. 예배당 앞에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잔디 깔린 마당이 펼쳐져 있고, 양옆으로 지역 아동 센터와 산촌 유학 센터 '희망나무숲'이 있다. 산촌 유학 센터는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시골로 유학을 와서 자연과 더불어 지내게 하는 곳이다. 교회 터전은 시골과 도시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놀이터가 된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 와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 도화교회 문순국 목사 가정은 지역의 필요에 맞게 아이들과 노인을 위한 사역을 펼쳤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방과 후 공부방과 산촌 유학 센터를 만들어 지역과 도시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자연에서 뛰놀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제공 도화교회) |
문순국 목사 가정이 충북 제천에 정착하게 된 때는 2002년이다. 이 지역과 연고가 없었기에 처음에는 시골살이가 쉽지 않았다. 우선 지역의 필요를 찾기 시작했다. 노인들이 많았고, 교통편이 불편한 편이었다. 차가 없는 노인들은 읍내에 가거나 병원에 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문 목사는 차를 가지고 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수발했다. 그러다가 홀로 살며 자궁암으로 고생하던 할머니 오 아무개 씨를 오랜 기간 돌보다가, 장례까지 도맡아 치렀다.
결손가정 아이들도 문 목사와 그의 아내 이영숙 씨의 눈에 밟혔다. 문 목사 가정집에서 2003년 방과 후 공부방(현 지역 아동 센터)을 시작했다. 공부방은 홀로 있던 아이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고아를 위해서는 아동 그룹 홈 '옹달샘'을 만들었다. 옹달샘 아이들 7명은 예배당 가까이에 지은 집에서 사회복지사 교사와 함께 살고 있다. 이 아이들은 문 목사 가정과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이런 사역이 지역에 알려지자 마을 주민들이 도화교회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교회 사역을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지역의 한 시멘트 공장의 사장은 지역 아동 센터를 위해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해 주기도 했다. 이는 교회가 아이들에게는 부모 같은, 노인들에게는 아들딸과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도화교회는 노인 문해학교, 이주 여성 한글학교도 꾸준히 이어 가고 있다. 지역을 섬기는 마음이 전해지니 사역에 참여하는 주민들 안에 신앙이 싹트기도 한다. 올해 이주 여성 3명이 교회 집사가 되었다. 앞으로도 문 목사는 마을을 섬기는 사역으로 복음을 전하고자 한다.
▲ 도화교회는 노인 문해학교, 이주 여성 한글학교도 꾸준히 이어 가고 있다. 지역을 섬기는 마음이 전해지니 사역에 참여하는 주민들 안에 신앙이 싹트기도 한다. (사진 제공 도화교회) |
독거노인 섬기다 보니 '진짜 교회' 소문 퍼져
폐지를 주워 고물상에 팔아 모은 돈으로 홀몸노인을 위해 무료 급식을 한 교회가 있다. 해남새롬교회의 이야기다. 2004년 7월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제공하다가 2006년부터는 매주 토요일 급식하기 시작했다. 이호군 목사가 먼저 폐지를 줍기 시작했고, 이후에 교인들도 동참했다. 2013년 11월까지 폐지를 주워 모은 금액은 무려 1억이 넘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폐지 줍기가 사역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독거노인을 위한 사역은 도시락 배달과 생일잔치, 가정 봉사원 파견으로 뻗어 나갔다. 사역의 초점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을 찾아 지속적으로 돕는 것이었다. 이 목사는 군청과 읍사무소를 찾아가 복지 사업을 제안하는 일에 발품을 팔았다. 결국 이 사역에는 교인들뿐 아니라 지역의 다른 단체들도 동참하기까지 이르렀다.
▲ 해남새롬교회는 폐지를 주워 고물상에 팔아 모은 돈으로 홀몸 노인을 위해 무료 급식을 했다. 독거노인을 위한 사역은 도시락 배달과 생일잔치, 가정 봉사원 파견으로 뻗어 나갔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지역 아동 센터 '꿈바라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해남새롬교회) |
지역 아이들을 위한 사역도 필요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움텄다. 이호군 목사 가정에 자녀가 셋이 있는데, 친구들이 하나둘 집에 놀러 왔다. 이 아이들을 보살피다 보니 방과 후 공부방이 자리 잡게 됐다. 지금은 지역 아동 센터 '꿈바라기'를 운영하면서 삼산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 활동을 위탁받아 아이들 30여 명을 돌보고 있다.
해남새롬교회는 재활용품을 기증받아 판매하는 '초록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교회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바자회를 열었는데, 그때 남은 물품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가 매장을 만들게 됐다. 가게에서 파는 물품은 가지각색이다. 옷, 신발, 모자, 유모차, 생필품에서 가구까지 없는 게 없다. 초록가게는 지역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 해남새롬교회는 재활용품을 기증받아 판매하는 '초록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가게에서 파는 물품은 옷, 신발, 모자, 유모차, 생필품에서 가구까지 없는 게 없다. 초록가게는 지역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
소개한 시골 교회들은 처음부터 사역을 잘한 건 아니었다. 저마다 시행착오가 있었다. 공통점은 지역의 필요를 찾고 이웃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꾸준히 섬긴 것이다. 처음에는 모호했지만, 대안을 힘써 찾으니 길이 보였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역하다 보니 교인도 자연스럽게 하나둘 늘어 자립하게 됐다.
<뉴스앤조이>는 지역을 섬기는 교회를 계속 발굴해 갈 계획이다.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하고, 바른 신앙을 회복하는 교회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번에 탐방한 교회 중 일부는 오는 9월 29일 '지역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바른 신앙 시리즈 책으로도 지역을 섬기는 교회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