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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梁山市) 천태산(天台山,631,9m)을 가다.
글 쓴 이 棹 一 高 枓 永
11월23일, 묘시(卯時)에 일어나니 아직은 어둑 어둑 하다.
지다 남은 하현(下弦)달이 남서쪽에 걸려 있고, 소설(小雪)을 지났건만 날씨는 포근하다.
차에 오르니 빈자리가 없다.(44명) 해를 거듭할 수 록 낯선 회원님들이 더 많아지니 정회원님들의 확보가 절실히 요망된다.
딱딱하고 정형화된 도심을 빠져나가 밀양 방향(중앙고속국도)으로 달리니, 다가오는 산천(山川)의 풍광들이 정겨웁게 느껴진다.
지다 남은 잎들이 대~롱 대~롱 오~헨리의 “마지막잎새”를 연상케하고, 앙상한 나목(裸木)들은 진솔한 나를 보는것 같아 청순(淸純)하고 황량(荒凉)하다.
청도(淸道) 휴게소(休憩所)에서 조식(朝食)을 하고, 20여 분을 곧장 달리니 삼랑진읍(三浪津邑)에 이른다. 낙동강, 밀양강, 화포강(花浦江)이 만나서 세 물결이 한데 어울어져 얻은 이름이 삼랑진(三浪津)이라!
남쪽으로는 1,300여 리를 흘러 내린 장강(長江:낙동강)의 하류인 지라, 홍수때는 거대한 물바다를 이루니 그 이름이 김해(金海)인가 봅니다.
삼랑진읍을 지나 1022번 국도를 타고 물금읍(勿禁邑)으로 향하니, 산길은 구~불 구~불 구절양장(九折羊腸)이다. 여러개의 산 굽이를 돌아 돌아 山行 기점인 천태사 입구에서 홍총무의 구령으로 간단히 몸을 푸니... 에어로빅 체조가 몸에 보약(補藥)이다.
천태사 일주문(一柱門) 앞에서 단체로 기념촬영을 마치고, 천태산통천제일문(天台山通天第一門)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니 계곡을 중심으로 좌우(左右)가 높은 절벽으로 싸여 있고, 주위는 단단한 암반(巖盤)의 지세(地勢)여서 강건(强健)한 골기(骨氣)를 느끼게 합니다.
도량(道場) 중앙에서 약간 뒤 쪽으로 대웅전이 진좌(鎭坐)하고, 그 우측으로 칠성각, 산신각, 천태통천각, 요사채, 종각(鐘閣) 등이 즐비하고, 무량수궁(無量壽宮)에는 거대한 석조여래좌상(石造如來坐像)을 모셔 놓아 21세기 설치미술을 연상케
한다 .
거대한 암벽(岩壁)에다 석불을 조성해 붙여 놓아서, 얼핏보면 마애불(磨崖佛)을 새겨 놓은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연화좌대(蓮花坐臺)위에 앉은 석불의 수인(手印)은 중생들의 모든 소원을 들어 주신다는 시무외 여원인(施無畏 與願印)을 하고 있으며, 좌우에는 협시보살로 관음보살님과 보현보살님을 모셔 놓아 공간의 미(美)를 창조 하였다.
좌대 아래 조성된 납골당의 석물들은 수 백기가 정돈됀 상태로 다닥 다닥 모셔져 있어, 영혼의 안식처로는 그리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도량이 넓지는 않으나 청룡, 백호가 암반으로 이루어져 기운(氣運)이 범상치 않으며, 저만큼 안산(案山)은 적당한 거리에서 용(龍)머리 모양으로 특이하다.
천태사 도량을 벗어나 개울을 따라 오르니 낙엽이 쌓여 등산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절기는 입동(立冬)을 지나 소설(小雪)이 지났건만 포근하기 그지없고, 낙엽수는 지다 남은 잎들이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대롱 대롱 햇볕에 찬란하다.
오늘은 최대장이 불참하여 필자(筆者)가 선두에 서고, 중간에 최형달 회원님이, 후미에 디카맨 황부회장님이 진행을 맡으시니 행진이 순조롭다.
20여 분을 올랐을까? 거대한 암벽에 V자 형태의 용연폭포(龍淵瀑布)가 눈앞에 다가오니 모두가 탄성(歎聲)을 지른다. 깍아지른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 줄기는 가늘어 폭포의 이미지(image)가 반감되기는 하지만 수량(水量)이 많으면 참으로 장관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탈진 계곡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가 폭포 위에서 내려다 보니, 지나 온 계곡의 풍광이 한눈에 보이며 높이와 승경(勝景)에 압도 되어 현기증이 다 난다. 고사(古事)에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이라 드니... 갑자기 신선이 된 기분이다!
뒤 이어서 노익장 서부장님, 홍총무, 흰머리 이태만님, 모처럼 오신 별이님, 고장석님, 조덕현님 등 많은 회원님들이 함성을 지르며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으시다.
머무르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천태산으로 향합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늦가을의 정취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한시간 여를 올랐을까?
천태호(天台湖:상부댐) 부근에 이르니 여러기의 무덤들이 보인다. 관리가 소홀한 탓인가? 봉분에는 풀 한포기 없는 흙무덤만 댕그러니 남아 생(生)과 사(死)의 모습이 확연하다.
영원할 것 같은 우리네 삶이 저러할 진데... 아둥 바둥 하며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새삼 부질없어 보입니다 그려!
오고 가는 흰구름이 실체가 없듯이
사대(四大:地水火風)로 구성된 이내몸이
어찌 내것이라 하리요!
아~아 세속의 먼지를 털어 내니
진여(眞如)의 세계가 보입니다.
오르고 보니 개념도와는 상당히 벗어나 있으며, 천태호 전망대(꿈바위:삼랑진발전처가 조성한바위) 쪽으로 내려가 주위를 조망(眺望)하니 저만큼 낙동강이 휘감아 흐르고, 그 너머로 무척산, 신어산이 그림처럼 반공중(半空中)에 우뚝하다.
오래전에 등산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천태호로 내려가서 포장된 도로를 따라 20여 분을 걸어 오르니, 거대한 돌 덩이에 “천태호(天台湖)”라는 기념비가 보이고 그 옆으로 천태정(天台亭)이 호수가에 날렵하다.
산정(山頂)에 호수라! 천태호는 1970년대 초에 계곡을 가로 막아 상부(上部)에 호수를 만들고, 하부 안태리에 저수지를 막아 물을 산정호수(山頂湖水)로 끌어 올려 낙차를 이용한 양수 발전소를 건설하여 이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니... 산업과 관광의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며,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설한 발전소라고 한다.
천태공원을 지나 40여 분을 걸어 오르니 봄 날씨나 진배없어 외투를 벗었다 입었다 몇 번이나 반복한다.
정상이 가까워 질 수록 시계(視界)는 더욱 넓어져 오를수록 가슴이 후련하다. 정상에 이르러 선착(先着)한 회원님들과 간단한 기념촬영을 한뒤 8~9명이 한데 모여 준비해 온 도시락을 드신다.
과메기며, 돼지족발, 김반찬, 고추김치, 젓갈류, 배추김치, 무우김치, 깻잎, 장아찌 등 진수성찬이다. 포근한 초겨울 날씨에 따사로운 햇볕이 등뒤를 쪼여 주시니 밥맛도 한층더 좋을시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오늘만 같았으면...
찬란한 태양빛의 축복을 받으며 잠시 주위를 조망(眺望)하니, 천하는 넓고 넓어서 사방을 가늠키가 어렵구나!
천태산(天台山,631,9m)은 낙동정맥상의 영취산 부근에서 서남으로 시살등, 염수봉(鹽水峰), 금오산(金烏山)을 지나 이곳 천태산에 이르니 이름하여 영축지맥이라 하며, 백두와 낙동정맥의 정기가 오롯이 이곳에 맺혀 있다.
북으로는 금오산과 동쪽으로 토곡산(土谷山)이 지척에서 손에 닿을 듯 하고, 멀리 양산천(梁山川)을 건너 천성산(922m), 금정산(810m)이 아련하게 보인다.
남으로는 1,300여 리를 달려 온 낙동강이 휘감아 흐르고, 그 너머로 김해의 무척산, 신어산, 진해의 불모산 등이 겹겹으로 에워싸고 있으니 길지 中 에 길지(吉地)요! ‘양산(梁山)의 금강(金剛)’이라 드니... 과연 허언(虛言)이 아니외다.
山 좋고 물 맑은 이 곳에는 오고 간 인걸(人傑)도 많아서... 고헌산(高獻山,1034m) 부근에는 신라때 부도지(符都誌)를 쓴 박제상(朴堤上363~419)선생의 출생과 그의 유허지(遺墟地)가 있고, 언양(彦陽) 부근에는 조용기 목사 및 오영수 시인의 고향이며, 양산의 통도사 부근에서는 롯대그룹의 신격호, 농심의 신춘호, 포철의 박태준, 전민주당대표 최형우 등과 양산시 부근에서는 “나의 살던 고향”의 동요를 지은 이원수 선생이 출생하여 그가 15살 되던 해에 “고향의 봄”을 지었다고 하시니... 어찌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란 말을 믿지 않으리요!
아~ 아 태산(泰山)이 준령(峻嶺)하니
오고 간 인걸(人傑)도 많으셔라!
수려한 풍광(風光)에 만물이 깃드시니
천태산의 자혜로움이 영겁으로 무궁 하도다!
정상을 뒤로 하고 다시 금오산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중간(6-2) 최형달회원님의 워키토키는 고장으로 전달이 되지 않고, 후미(6-3) 황부회장님은 연락이 가능하여, 서로간의 진행 방향과 위치를 확인합니다.
등산로는 낙엽이 쌓여 사~각 사~각 발밑에 감촉도 좋을시고, 낙엽진 앙상한 가지 사이로 언뜻 언뜻 내비치는 푸른 가을 하늘은 간간이 흰구름으로 수(繡) 놓아져 아름답고 향기롭습니다.
1시간 여를 걸어 숭촌 고개 마루에 이르니, 여러 갈래의 등산로가 이정표에 새겨져 있어 하산길을 가늠키가 한결 수월하다.
선착한 김장길님, 구윤서님, 윤진석님, 김광남님, 조덕현님, 금와보살님, 천여순님 등 을 차례로 해선암(海仙庵) 방향으로 하산케 하고, 20여 분을 더 기다려 후미에 도착하신 분들과 함께 내포리(內浦里)로 향합니다.
숭촌 마을은 전원적인 산촌(山村) 마을로서 주민의 수는 드물고, 외부에서 들어 온 듯... 전원주택으로 보이는 집들이 뛰엄 뛰엄 몇 채가 보이며, 밭 언저리에는 잎 떨어진 앙상한 감나무 가지에 홍시가 대롱~ 대롱~ 보는 눈이 즐거웁다.
앙상한 고목 가지에 붉은 홍시가 대롱~ 대롱~
홍옥(紅玉)이 붉다 하나 너만 하리요!
천지(天地)의 기운으로 빚어 놓은 결실이요
해와 달의 정기(精氣)가 감나무에 달렸구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삼키니 천상의 향기로다!
단기 4341년(서기2008년)11월 23일
양산시 천태산(631.9m)을 가다.
첫댓글 컴퓨터가 문제를 일으켜서,산행 후기가 많이 늦었슴니다. 이해를 바라면서 많은 질정을 바랍니다.
고문님의 산행후기를 책으로 엮어 출판하심이 어떠시온지요...^*^(산사랑 책처럼) 저의 소견으로는 작가수준에 도달?? 글 잘보고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새롭게 생각이 납니다. 잊을 수 없는 산행을 화면에 그리듯 하니겁기만 합니다. 감사 합니다.
취산님의 격려말씀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하여 좋은글 올리도록 하겠슴니다. 남산산악회의 발전을 위해 많은도움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까페지기 황부회장님의 수고에 늘 감사드리며, 좋은사진 올리시느라 애쓰심이 큼니다.장문의 글 읽으시는라 수고 하셨슴니다.감사합니다.
산행후기 잘~읽고 나갑니다...존경합니데이~~~~~^^
구슬님! 너무 반갑슴니다. 많이 바쁘신가 봐요, 가끔씩 등산도 오시고 남산 카페도 들리셔서 좋은글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