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아 연정
靑湖 윤봉석
홍조 빛 고운 얼굴 행여나 남이 볼까 수줍어 담을 넘지 못한 채 앞마당 뜰 안에 핀 봉선화
매미 노래 듣고 곱게 자라 된장과 백반으로 단장한 몸
아낙네 손끝에 간직한 붉은 영혼 흰 눈 오면 첫사랑 이루려고
결백한 씨주머니 곱게 곱게 간직하고
고추잠자리 잠이 들면 찬이슬 벗이 되어 시집가는 네 모습이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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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숭아 전설 ♧
삼국시대, 백제 땅에서 살고 있었던 한 여인이 선녀로부터 봉황 한 마리를 받는 꿈을 꾼 뒤 어여쁜 딸을 낳았답니다.
그 여인은 딸의 이름을 꿈에서 본 봉황과 신선이라는 글씨에서 각각 한 자를 따내서 봉선(鳳仙)이라고 지었는데... 봉선이는 자라면서 거문고를 너무나 잘 뜯었답니다.
마침내 봉선이의 거문고 솜씨는 왕궁에까지 전해지게 되었고 임금님의 앞에서 거문고를 뜯은 그날, 궁궐에서 돌아온 봉선이는 갑자기 몸이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병석에 드러눕고 말았답니다.
그런 어느 날, 임금님의 행차가 봉선이의 집 앞을 지나간다는 말을 들은 봉선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힘을 다해 거문고를 뜯기 시작했답니다.
그 거문고 소리를 들은 임금님은 마침내 봉선이의 집으로 행차했는데 그때 거문고를 뜯는 봉선이의 손에서는 붉은 피가 동글동글 맺혀 떨어지고 있었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임금님은 봉선이를 몹시 애처롭게 여겨 무명천에 백반을 싸서 봉선이의 손가락을 싸매주고 길을 떠났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봉선이는 결국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죽고 말았는데 이듬 해, 봉선이의 무덤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빨간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 빨간 꽃으로 손톱을 물들이기 시작했고, 봉선이의 넋이 화한 꽃이라 하여 '봉선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봉선화의 꽃말은 성급한 판단,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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