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花냐, 민영禍냐
순이익 늘고, 부채비율 줄어… 지금까지 성적 좋은편
"숫자만 보고 성공 단정못해… 부작용 고려해야" 의견도 매출액 2배 증가, 248억원 적자에서 2987억원 흑자로, 시가총액 30배 상승….
공기업이던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이 2000년12월 민영화된 이후 7년 동안 성적표다. 두산그룹에 인수된 이 회사는 작년 한해 6억 달러의 해외 수주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발전설비 회사로 자리 잡으며 대표적인 민영화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두산중공업처럼 IMF 외환위기 이후 민영화된 공기업은 8개다. 8개 모두 김대중 정부 시절에 민영화됐고, 노무현 정부 때는 민영화 실적이 없다. 이들 기업들은 민영화 이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공기업 민영화는 국민 경제에 득(得)일까, 손(損)일까.
◆순이익 증가 직원수 감소
본지가 8개 민영화 공기업(국정교과서·KTB네트워크·대한송유관공사·
포스코·
남해화학·
두산중공업·
KT·
KT&G) 중 다른 업체에 합병된 국정교과서를 제외한 7개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02년 이후 작년 말까지 매출액은 평균 31%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 순이익은 65% 증가했다.
기업별로 보면 2000년 10월 민영화가 완료된 포스코는 민영화 7년 만에 매출액이 90% 가까이 증가했다. 순이익은 2배가 됐으며 부채비율은 20%대로 내려갔다.
KTB네트워크는 민영화 이전보다 매출액은 82% 줄었지만 적자였던 순이익은 지난해 330억원 흑자를 냈다. 400%에 육박하던 부채비율도 2006년 두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7개사 중 2002년 민영화가 완료된 KT만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52%)했다.
민영화 안 된 공기업들은 어떨까. 정부가 50% 이상 출자한 13개 정부투자기관 공기업(농촌공사·석탄공사·주택공사·관광공사·도로공사·석유공사·전력공사·조폐공사·토지공사·수자원공사·농수산물유통공사·광업진흥공사·코트라)의 2002년 이후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42%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11% 줄어들었다.
석탄공사는 7년째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다. 13개 공기업 중 순이익이 늘어난 회사는 8개였고, 한전·수자원공사·농수산물유통공사·석탄공사·조폐공사는 31~86%씩 순이익이 감소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순이익률은 2002년 10.63%에서 2006년 7.04%로 악화됐고, 부채는 57% 늘어나며 부채비율이 87.98%에서 104.66%로 높아졌다.
또 민영화된 공기업 7개 회사 직원수는 16% 감소했지만 13개 공기업 직원은 3.3% 늘어났다.
◆소비자 가격 상승은?
6년 전 KT 민영화 당시 일부에서는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통신요금은 오를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지금도 민영화 반대론자들은 민영화가 제품·서비스 가격을 급등시켜 소비자(국민) 편익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는 어떨까. 우선 시내·시외 전화요금은 KT 민영화 이후에 큰 차이가 없었다. KT에 따르면 시내 통화료는 45원에서 민영화 직전인 2001년 39원으로 하락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또 시외통화료(100km 이내 1분 기준 1996년 182원→2000년 64원→2001년 이후 81원) 역시 민영화 이전과 변동이 없었다. 반면 2001년 KT에서 한국인포서비스로 분사(分社)된 114 번호안내 이용요금은 2002년 80원에서 100원으로 인상됐다. 민영화 이후인 2003년 11월에 다시 요금 인상이 이뤄져 120원(평상시간 기준)으로 올랐다. 한국인포서비스 관계자는 "당시 번호안내사업 부문 누적적자가 많았고, 안내직원 인건비 충당도 안 돼 요금을 올렸다"고 말했다.
KT&G의 대표 담배제품인 '에쎄' 값은 민영화 이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500원 올랐다. 하지만 KT&G가 가격을 올린 게 아니라 정부의 세금 인상분이 반영된 것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처럼 민영화 이후 제품·서비스 가격상승이 크지 않았던 것은 ①정부가 가격통제를 했거나 ②민영화 기업의 사업 분야가 시장경쟁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KT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여전히 시내요금 등에 대해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원은 "KT는 가격규제라는 측면에서 반(半)민영화였다"고 말했다. KT&G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가격 결정권을 회사가 갖게 됐지만 외국 담배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담뱃값을 무작정 올릴 순 없다"고 말했다.
남해화학 관계자는 "비료 전량을 농협에 경쟁입찰 형식으로 납품하기 때문에 가격을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형 성장만 따져선 안 돼"
민영화 성공 여부를 외형 성장이나 경영 실적만 갖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두산그룹이 한국중공업 인수를 발판으로 성장했던 것처럼 경제력 집중 문제도 간과돼서는 안 되며, 대량의 감원이 미칠 사회적 부작용 등도 따져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외형적 성장만 갖고 민영화 성공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산업·국가경제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민영화만이 정답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