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속 배추벌레
아는 친구로부터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퇴비로만 생산했다는 유기농 배추를 얻었어.
여덟 포기정도 되었는데 배추는 중간크기로 노란 고갱이보다는 푸른 겉잎이 더 많은 편이었어. 아직 김장 담글 시기가 아니라서 그런가 봐.
그런데 우와...
소쿠리를 옆에 놓고 배추를 자르고 있는데 아기 새끼손가락만한 크기의 배추벌레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배추를 모두 다듬는 동안 무려 아홉 마리나 기어 나왔단다. 놀라서 소리를 치니까 스물일곱 살짜리 우리 아들이 이러는 거 있지.
“엄마, 벌레들이 엄마보고 더 놀랬을 거예요. 뚱댕이 아줌마가 소리지른다고요. 이리 주세요. 내가 처리할게요.”
하면서 배추를 다듬을 때마다 꿈틀거리는 벌레들을 대접에 담아서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는거야 글쎄.
놀란 와중에 그래도 김치는 담가야하기에 양파를 가지러 일어서는데 어머나, 이번에는 그중 제일 큰 배추벌레 한 마리가 내 무릎 위까지 기어올라오고 있지 뭐니.
또다시 소리를 꽥 지르니까 이번에도 아들이 그 벌레를 성큼 집어서 대접에 넣고 ‘또 나오면 더 크게 소리쳐 주세요’ 하고 놀리는 거야.
요즘 너희들은 곤충이나 애벌레 심지어 뱀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고 놀더라. 아줌마는 시골에서 자랐는데도 왜 그렇게 지렁이나 뱀 벌레가 싫고 징그러운지 모르겠어. 아들 말대로 벌레들이 우리 인간들을 더 무서워하고 싫어할텐데 말이지.
아마 벌레는 징그러운 것이라고 인식된 잘못된 편견 때문 일거야. 그치?
미안한 일이기도 해. 우리가 벌레나 곤충을 죽이고 못살게 하면서 엉뚱한 소리를 하니 참 걔네들 입장에서는 사람이란 동물이 참 밉고 싫을 거야.
인사가 늦어졌네.
9월인데도 매일처럼 덥더니 오늘은 시원한 바람이 열린 창문사이로 솔솔 들어오니 기분이 좋네.
가끔 눈을 들어 푸르른 가을하늘을 바라 보렴
가슴속이 환해질거야. 청명한 날씨만큼 밝은 마음으로 생활하기를 바랄게.
곧 다시 만나자 안녕!
흰구름을 좋아하는 해당화 아줌마가
첫댓글 도시락 편지는 십대들에게 보내는 건가봐요. 십대 앞자리에 6자 붙인 제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배추, 그야말로 무공해였군요. 저도 벌레를 몹시 싫어하지요. 그러면서 입으로는 만날 시골에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니 무언가 아귀가 안 맞아요. 그래도 시골에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니 벌레와 친해져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언젠가 누가 무공해상추를 가져와서 맛있게 나눠 먹었지. 밥 한 숟갈 쌈장 푹 떠서 주먹만하게 싸서 먹고 있는데, 입에 뭔가 툭! 터지면서 씹히는거야. 벌레였지. 그런데 다들 맛있다고 먹고 있던 순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잠시 멈추다가, "에라~ 이 벌레도 상추먹고 사는 것인데, 까짓, 먹어버리자. 내가 호들갑 떨면 상추가지고 온 분도, 상추 먹던 분도 얼마나 당황하겠나?" 싶어서 꿀떡 삼켰던 일이 떠오르네. 그 자리에 해당화도 있었다네. 벌써 오래된 일이지만 말일세. 그런데 이 벌레가 나온다는 배추는 그만큼 귀하고 싱싱한 것이려니. 그런데 그 김치 정말 , 증말 맛있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