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 저수지(올레 13코스에서)

[설우]

한경면 용수에는 제주도에서 제일 큰 저수지가 있다. 논이었던 곳에 샘이 나와 일제시대때 저수지를 만들었다. 이 저수지 덕에 이 마을엔 '산디' 라 불리우는 벼를 재배하고 있다. 제주산 찹쌀이 여기서 생산된다. 저수지 주변 습지가 형성되어 '부들'같은 수초가 많이 자라고 있다.

올레리본을 달고 있는 멀구슬나무가 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작년 7월에 이 곳엔 뻐꾸기들이 노래가 흥겨웠고, 삼백초꽃이 무리져  하얀 칼라를 세우고 있었다. 초겨울 마지막 열매들을 종자씨앗으로 달고 있는 누런 멀구슬열매를 보니 쓸쓸하다.. 

수면이 많이 낮아졌다. 요즘 통 비가 오지않아서 그런가보다 그리고 주변 밭에서 검은 호수를 꽂아서 물을 대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지난 번엔 물이 제법 만수였고 안개가 드리워있어 매우 환상적이었다.

철새들이 앉았다가 사람발자국소리에 발바닥에 물을 튕기며 활주로 없이 다다닥 날아오른다. 철새도래지다. 지금은 오리들의 천국이다. 낚시대를 드리운 강태공 몇 사람 드문드문 앉아 자기만의 세계를 즐기고 있다.

오름이 저수지주변에 있어 오름의 그림자가 담기기도 한다..오름 너머로 밀짚모자같은 한라산도 윤곽을 드러낸다...작년에 쓴 내 시를 적어본다...

 온 섬의 동그라미가 용수리에 다 모였다 /구름 한 점 머리에 인 더벅머리 수초섬이 /

넌지시 오름 하나를 우리 앞에 보인다 //초여름 산새들이 울음소리 젖어오는, /거울 속에 잠긴 청정지역의 사념 한 촉 /눈부신 백로 한 마리 왕자처럼 앉아있다. -용수저수지-

주인이 무거워져 내려놓고 싶은 짐 처럼 ...잎파리들이 그냥 아래로 향하며 말라버리고 있다..살아있는 것은 위로, 죽어있는 것은 땅으로 향하는 것이 생명의 원칙인가보다...죽은 거죽이 제 몸 한 부분을 차지하여 붙어있지만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밭 가운데 세 사람이 서서 이파리를 떼어내고 수확을 하고 있는 자주색 열매가 '콜라비'다. 우리는 처음 본 이 채소가 무엇인지 그들에게 물었다. 한 아주머니가 '콜라비'를 두 개 들고 나왔다. 자주색 껍질을 칼로 깍아서 한번 먹어보란다...

아주머니가 돌담 위에 놓아준 '콜라비'를 집에 가져와 깎았다. 껍질이 두껍고 깎기 어려웠다. 나박김치 재료처럼 썰어 맛을 보았다. 무우보다 달지만 시원한 물기는 적었다. 생고구마를 씹는 것 같았다. 물김치용으로 쓰는데 보라색 껍질도 넣어 보라빛 물김치용으로 마트로 출하되고 있단다...  

제주도엔 야자수라 불리우는 종려나무가 많다. 다 베고 그루터기를 불에 태워도 그 그루터기에서 다시 살아난다하여 '불사조'라 불리운다.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수호신처럼 거리와 밀감밭에도 늠름하게 서 있다...그래서일까,  종려나무는 '의인'이란 별명이다...

지난 여름에 다녀온 '주산저수지'는 산정에 있어 나무들이 거울을 보는 곳이었다. 물론 주산저수지가 더 운치가 있고 수려하다.  그러나 용수저수지는 이 섬에서 매우 귀한 곳이다...안개끼거나 흐린 날 우울한 무드일 때 오히려 찾고 싶은 곳이다...때로는 우울이 눈물이 되도록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저수지주변을 걸어보고 싶은 곳이다...(끝)

[한골]

이 번 일요일 날 가 보겠습니다. 거북이 오름은 중학교 때 소풍장소였습니다. 저수지는 그 뒤쪽에 있는 것 같은데 못 적이 없어요. 자료 고맙습니다.

[한라산]

용수 저수지, 말로만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주도가 참 넓기도 합니다. 40 평생을 살아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이리 많으니...

[자청비]

별로 안 살았네요... 사십평생 ㅋㅋㅋ

[여의주]

콜라비 수확이 한창이라고 귤도 못 따준다는 후배, 저기 밭 가운데서 포즈 취하고 있었네. 그런데 세리아빠는 어데로 간나

[설우]

얻어온 '콜라비'를 잘게 썰어 소금,설탕 식초를 넣은 물을 끓여 부었습니다..새콤달콤한 장아찌가 될 겁니다...오이도 첨가하겠습니다..당뇨나 만성병에 아주 좋다하더군요.. 그런데 이 작물의 등장이 여의주님네 귤밭에 수확에 지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