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린이보호구역인 스쿨존(School Zone)을 만든 지 6년 째.
그러나 운전자들의 대부분이 스쿨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으
며 규정을 위반할 경우 도로교통법 11조에 의해 처벌받는다는 사실조
차 모르고 있다.
최근 국제아동보호단체인 유니세프(UNICEF)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CD) 26개 회원국 가운데 교통사고로 인한
아동 사망률이 선진국에 비해 4~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구 10만명당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무려 12.6명. 반면 스웨
덴은 2.5명, 영국은 2.9명, 일본은 3.1명에 불과하다. 또 한국은
보행자 사망률이 70%를 차지해 스웨덴 13%, 네덜란드 18%보다 매우
높다.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가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보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숨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스쿨존을 모른다=정부는 1995년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300m이내를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했
다. 서울의 경우 유치원(276개) 초등학교(534개) 등 830개소가 스쿨
존으로 지정돼 있다. 현행법에는 차량통행이 금지되거나 시속 30㎞이
내로 주행하도록 돼 있다. 또 주·정차가 금지되며 학교정문과 직접
연결된 도로에는 주차장을 신설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운전자들 대부분이 스쿨존을 아예
모르거나 설사 ‘학교앞 천천히’라는 노면표지판을 발견했다고 해도
속도를 줄이기는 커녕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 일쑤다. 운전자의 76%
가 보호구역 내 법규 준수에 무관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치만 해놓
았지 단속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학교주변의 통학로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가득 차 있다.
초등학교의 67%, 유치원의 77%가 이면도로로 형성돼 있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호울타리도 초등학교는 47%, 유치원은 77%가 미설치
됐으며 주정차 금지도 초등학교 42%, 유치원 82%가 지정되어 있지
않다.
서울 서대문구 미동초등학교의 경우 안내표지판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돼 있다. 재미교포 신윤미씨(35)는 “미국에서 운전할 때
가장 조심하는 곳이 스쿨존”이라며 “이 표지판이 나타나면 반사적
으로 브레이크를 꽉 밟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어린이들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도 차들이 급하게 달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단속도 없고 제도도 2원화=어린이들을 교통사고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스쿨존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데는 경찰과 행정당국의
의지 부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은 신호등과
교통안전표지판을 설치하고 과속 방지시설 등 부설물은 자치구에서
설치하도록 이원화돼 있다. 또 어린이 안전에 관한 업무는 보건복지
부가 총괄하고 있는 등 법적·제도적 장치가 허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