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사람 [6] : 오재환 세이에셋 운용본부장
세이에셋자산운용의 오재환 운용본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꺼리는 스타일입니다. 오 본부장은 사진찍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웃지 아저씨처럼 친근한 외모에 논리적인 언변에도 불구하고 나서기를 꺼려합니다.
오 본부장은 “혼자서 운용하는 게 아니라 회사의 팀 전체가 함께 운용하기 때문”이라며 “운용스타일도 과거와 같이 변한 게 없고 ‘무식하기 때문에’ 별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합니다.
그가 ‘무식하다’고 표현한 운용방법은 운용방법은 원칙을 정하고 주식시장의 등락과 관계없이 이를 철저히 지켜나가는 운용을 말합니다. 그동안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배당펀드를 시도했지만 성공한 펀드가 별로 없다는 것은 이같이 원칙을 지킨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반증하는 셈입니다.
‘세이고배당주식형펀드’가 고배당주를 선정하는 원칙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① 과거배당률(배당금을 액면가로 나눈 비율)이 안정적이거나 상승추세인 주식
② 배당성향(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 25~50% 정도로 인색하거나 과도하지 않은 주식
③ 배당수익률(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비율)이 5% 이상 기대되는 주식
오 본부장은 “종목에 따라 배당수익률이 7% 이상 되는 종목도 꽤 있고 심지어 10% 이상인 종목도 있다”면서 “그러나 10%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은 종목들은 우량종목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배당률과 배당성향에 있어 최소한 3년 이상 데이터를 보고 투자한다”면서 “이는 배당을 많이 했더라도 다음 해에도 그렇게 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이 한해동안 올린 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과실’이 많을수록 주주입장에서는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 본부장의 생각은 다릅니다. 오 본부장은 “순이익 중 50% 이상을 배당으로 돌려준다는 것은 대주주가 회사를 키우겠다는 생각보다 많이 뽑아먹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배당성향이 너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미 산업이 성숙해 주주입장에서 배당 이외에는 수익이 없는 업종의 종목이나 외국자본과의 합작사는 50%가 넘더라도 투자합니다.
그동안 꾸준한 수익률을 올렸더라도 투자에 있어 항상 성공만 한 것은 아닙니다. E화학의 경우 고배당주로서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 투자했지만 결국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생산제품이 공급과잉으로 적자가 확대되면서 높은 배당을 계속 제공할 수 없게 되었기 대문입니다. 오 본부장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교체해 손실을 줄인다”면서 “향후에도 안정적인 상승트렌드를 유지할 지를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배당투자가 과거처럼 연말이면 잠시 왔다가 어느새 사라져버리는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듯 합니다. 오 본부장은 “3~4년 전만해도 배당수익률이 4%이상 되는 주식종목은 70~80개 정도였지만 지금은 200개 정도로 늘었다”면서 “저금리에다 외국인 투자비중의 증가로 주주중시 문화가 조성되면서 배당투자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 본부장은 주식투자에 있어 사서 묻어두는 장기투자가 투자성공의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시각으로 투자했다면 ‘세이고배당주식형펀드’가 우수한 성과를 올릴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좋은 주식을 골라 흔들리지 않고 장기투자한다면 결국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