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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
마침내 지휘봉 잡은 이흥실 "지켜봐달라" | ||||||
만년 수석코치서 안산 감독으로... "최선 다하는 축구" 각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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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늦게 나오는 사람이 간식 산다.”
이흥실(54) 안산 경찰청 감독이 가볍게 던진 말에 선수들이 재빨리 반응한다. 아직 대열에 서지 못한 선수들이 다급히 뛰어나와 정렬했다. 안산은 찬바람이 부는 목포 축구센터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한달 간 맹훈련에 매진했다.
이흥실 감독은 훈련 기간 내내 운동장 한가운데 서서 훈련을 지휘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분주히 움직이는 선수들의 얼굴엔 어느새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그 모습을 본 이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얼마나 원했던 순간인지 모른다.
그는 지난달 13일 K리그 챌린지 안산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감독은 “내 간절함을 구단이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토록 원하던 기회를 이제야 잡았다. 사실 그에겐 ‘수석코치’라는 직함이 익숙하다. 프로무대에서 10년 정도 수석코치로 지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엔 늘 감독으로서 자신만의 축구를 하고 싶었다. 2012년 대표팀을 맡은 최강희 감독을 대신해 전북을 지휘했지만 ‘임시대행’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상태에선 한계가 있었다.
이후 몇 번 기회가 있었지만 끝내 붙잡지 못했다. 그 탓에 안산 감독에 지원했을 때는 신중해졌다. 가족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지원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행여 탈락했을 때 가족들이 마음고생할까 걱정했던 것이다. “계약 당일 아침 아내에게 양복을 꺼내달라면서 그제야 안산으로 가게 됐다고 알렸다. 놀라면서도 좋아하더라.”
하지만 곧 안산이 쉬운 곳이 아님을 알게 됐다. 상주 상무와 같은 군경팀이라 선수들이 자주 바뀌는 탓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힘들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보다는 안산이 팬들을 끌어모으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얼마 전 팬과의 간담회에서 안산과 수원 삼성의 경기가 동시에 열린다면 수원으로 가겠다는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제대할 즈음 선수들이 몸을 사리는 등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한 것이다.”
곧바로 선수들을 모아 이런 사실을 알리며 “군 복무라지만 프로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축구 또한 경기 후 팬들에게 박수를 받는 것이 목표다.
물론 성적, 즉 클래식 승격도 노리고 있다. 올시즌은 기존 팀 외에도 신생 서울 이랜드FC와 클래식에서 강등된 상주 상무의 가세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감독은 자신감에 차 있다. “상주와의 군경더비, 이랜드와의 맞대결이 기대된다. 올시즌은 정말 치열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정작 그가 곤란해하는 팀은 따로 있다. 고향팀 경남FC다. 지난해 경남 수석코치를 맡았지만 시즌 도중 2군 코치로 물러난 뒤 팀의 강등을 지켜만 봐야 했다. “광주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당시 관중석에 앉아 있는데 몇몇 팬들이 내 팔을 잡고 ‘벤치에 있어야지 여기서 뭐하는거냐’며 울음을 터트리더라. 나도 따라 울었다.”
얄궂게도 안산의 개막전 상대는 경남이다. “감독으로서 첫 경기가 경남이라니… 묘한 느낌이다.”
본격적인 승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흥실 감독은 “정말 재미있고 최선을 다하는 축구를 할 것이다. 지켜봐달라”고 주문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회를 잡은 그가 안산 경찰청을 어떻게 이끌지 주목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