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신용카드 사용시 주의사항 (2004-09-15)
해외 호텔들이 관광객의 허락없이 카드 결제를 통해 숙박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휴가철을 앞두고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직장인 이모(32·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씨는 지난해 11월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여행 후 4개월이 지난 올해 3월, 몰디브에서 묵었던 호텔의 숙박비가 자신의 카드로 청구된 것이다. 이씨는 출발전 숙박비를 포함한 여행경비 전액을 여행사에 지불했기 때문에 호텔의 숙박비 청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알고보니 호텔 측은 여행사의 부도로 숙박비를 받지 못하게 되자, 고객이 숙박비 외 부대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사용한 카드를 통해 숙박비용을 청구했던 것. 이 과정에서 호텔은 고객으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 이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있다.
카드사 “숙박업체에 카드 사용 권한 있어”
이씨는 카드를 통해 숙박비가 결제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ㅎ카드사에 항의했다. ㅎ카드사는 그러나 “여행사가 호텔측에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텔측은 약관에 따라 고객 카드로 추가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며 “카드사의 업무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ㅎ카드사는 가맹점인 호텔과 맺은 약관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숙박업체나 렌터카 등 여행 관련 서비스 업체의 경우 고객의 지출액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카드로 선불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 때문에 고객이 승인하지 않더라도 카드결제가 유효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호텔과 카드사의 약관은 가맹점과 카드사의 관계이고 고객과 카드사의 거래와는 상관없다”며 “숙박비 외의 부대 비용에 대해 카드로 결제한 것이지 숙박비 결제는 허락한 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부대 비용 청구서에 적힌 카드번호를 이용해 숙박비를 청구한 것은 엄연한 부정사용이라는 것.
ㅎ카드사 측은 그러나 “호텔측이 고객의 숙박을 증명하는 문서를 보내올 경우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카드사 측은 또 “만약 국내 가맹점이 이 같은 행위를 했을 때는 고객이 여행비를 완납한 상황에서 숙박한 정황을 고려해 환급 조치를 할 수 있지만, 해외의 경우 강제로 환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 역시 “숙박비가 아닌 부대비용을 결제했더라도 카드를 사용한 것 자체가 호텔 측에 카드 정보를 유출한 것이며 추가 비용에 대한 청구를 허락한 것으로 간주된다”며 “고객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보원 “카드사와 가맹점이 위험 부담할 때 서명없는 결제 가능”
이씨와 카드사의 분쟁에 대해 소비자보호원 황기두 과장은 “카드사 약관에 따라 고객의 서명이 없는 거래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고객의 명백한 고의나 과실이 없는 한 카드사 또는 가맹점이 피해를 부담해야 한다"며 “숙박의 경우가 비대면(非對面) 거래의 한 유형으로, 부당 청구의 위험을 카드사가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카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위원회 여전감독실 박성주 조사역도 “카드사는 약관에 따라 호텔 측이 여행사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숙박비를 고객에게 청구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가맹점과 카드사 간의 약관일 뿐”이라며 “호텔이 고객의 동의없이 사전에 알게된 카드번호로 결제 신청한 것을 카드사가 승인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박 조사역은 또 “숙박비 외 추가 비용 결제를 위해 호텔에 카드번호를 알려주는 것을 정보유출로 본다면 고객의 모든 카드거래행위가 정보유출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논리”라고 꼬집었다.
분쟁조정 신청 이겨도 강제력 없어 … 현재로선 주의가 최선
이씨의 경우, 카드사의 불합리한 약관적용에 의해 숙박료를 이중지불한 격이 됐지만 카드대금을 돌려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감위에 분쟁 조정 신청을 내는 방법이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이 분쟁에서 승리한다 해도 강제력이 없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민사 소송으로 법원의 판결을 받는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씨처럼 해외에서 부당 청구를 당한 소액 피해자들은 소송으로 인한 물질적 시간적 부담을 감안해 문제를 덮어두기 일쑤다.
문화관광부 국제관광과 관계자는 “여행을 다녀 온 뒤 카드를 이용해 사기를 당했다는 민원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씨뿐 아니라 이씨와 함께 여행갔던 일행들 모두 같은 수법으로 부당 청구를 당했다.
소비자보호원 황기두 과장은 “해외의 경우 카드사가 가맹점을 관리하기가 까다롭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카드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며 “반면에 국내에서 여행사와 계약을 할 때는 카드를 사용하거나 할부거래를 이용해야 유사시 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과장은 또 “가급적 믿을 수 있는 대형 여행사와 거래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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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다녀오면 카드 해외사용 서비스를 일단 중지시켜라.”
최근 한국의 유명 연예인과 국가대표 선수가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뒤 이들의 카드 정보를 훔쳐 제작한 위조 카드가 동남아에서 유통된 사례가 빈발해 주의가 요청되고 있다.
위조 수법은 여행객이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 위조범들이 카드정보를 빼내 위조 카드를 만든 뒤 해외에서 사용하는 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여행을 갔다 온 고객들은 해외사용 서비스를 일시 중지시킬 것을 권고한다.
삼성카드 홍경표 과장은 “해외 사용을 일시 중지시키더라도 국내 사용은 정상적으로 이뤄지며, 만약 해외여행을 나가게 될 경우 전화 한 통으로 복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회원이 인터넷상의 비씨카드 홈페이지(www. bccard.com)에 접속, 해외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세이프(Safe) BC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도 국내 신용판매(물품구매)와 현금서비스, 해외 현금서비스의 이용 여부를 회원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내맘대로 안심카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회원은 홈페이지(www.samsungcard.co.kr) 나 고객센터(1544-8700)를 활용하면 된다. LG카드(1544-7000), KB카드(1588-1688), 신한카드(1544-8800), 롯데카드(1588-8100), 현대카드(1577-6200)도 해외 카드사용 일시정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