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울산 봄 여행 첫째 날(3) -고래마을, 십리대숲
산 높고 물 맑은 고장에서 바다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은 꼬불꼬불 내리막길이었다.
마음을 졸이고, 어지러움을 견디며, 아슬아슬 한 산길을 3·40분 내려오니 평지의 넓은 도로가 나왔다.
울산 시내로 접어들면서 교통의 흐름이 느려졌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와서 그런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가이드의 판단으로 내일 가려던 대왕암을 오늘 가는 것이 덜 혼잡할 것 같다 하여,
일정을 변경하여 그리로 방향을 잡았는데,
교통체증이 갈수록 심해 다시 차를 돌려 애초의 계획대로 고래박물관을 보기로 하였다.
고래박물관은 울산시 중심가에서 남동쪽 8 km,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동에 있다.
옛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곳에 건립된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으로
1986년 포경이 금지된 이래 사라져가는 포경유물을 수집, 보존 전시한 곳이다
장생포는 한 때 포경산업으로 이름을 떨치던 곳이다.
노르웨이의 배와 러시아와 일본의 자본으로 시작된 포경산업이
한국전쟁이 지나서 우리가 만든 배로 우리 포수가 고래를 잡는 곳이 되었다.
포경이 금지되기 전까지 포경선 50척이 드나드는 포경 전진기지로,
우리나라 고래 소비량의 80%를 이곳에서 담당했었다고 한다.
고래산업으로 장생포는 한 때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성한 시절이 있었지만 포경 금지 조치 이후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어 왔다.
장생포에서는 바다에서 찬바람이 휘몰아쳐 와 한기가 느껴졌다. .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에 고래박물관 안에 전시된 고래 표본 등을 보고 나와서,
바닷가에 정착되어있는 옛날의 포경선에 잠시 올라가 보고 내려와 차로 얼른 돌아왔다.
장생포에는 우리가 본 것은 박물관뿐이었지만
고래 생태 체험관, 장생포 고래마을, 모노레일 등이 있어
아이들이 오면 신기해 할 것들이 많이 있는 듯 보였다.
포경금지 조치 이후 오지마을로 전락한 장생포가
고래테마 도시로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조선 산업의 쇠락과 자동차 산업의 부진 등으로 울산시의 경제가 예전만 못하자
장생포의 옛 영화를 다시 한 번 되살려 사람들을 끌어모아 보자는 데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고래 박물관을 나와서 우리가 향하는 곳은 태화강 십리대숲(太和江十里竹)이었다.
태화강(太和江)은 울산시를 지나 동해로 흘러가는 강으로,
우리가 탄 버스는 이 강변을 따라 달렸다.
강변은 잘 정돈된 공원으로 형성되어 있었고,
도심지역의 태화강변은 고층 아파트와 초고층 주상아파트들이 하늘을 찌를듯한 위용으로 서 있었다.
십리대숲은 태화강대공원 안에 있다.
대나무숲이 태화강을 따라 십리에 걸쳐 펼쳐져 있다고 해서 '십리대숲'이라고 부르는데,
본격적으로 대숲이 형성된 곳은 무거동 삼호교부터 태화동 동강병원까지이다.
폭은 20∼30m, 전체면적은 약 29만 m²이다.
일제 시대에 큰 홍수로 인해 태화강변의 전답들이 소실되어 백사장으로 변했을 때,
한 일본인이 헐값에 백사장을 사들여 대숲을 조성하고.
그 후 주민들이 앞 다투어 대나무를 심음으로써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1749년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에
“오산 만회정 주위에 일정 면적의 대밭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 전에도 자생 대나무가 이 자리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십리대숲은 한 때 주택지로 개발 될 뻔 하였으나,
시민들의 반대로 대숲을 보존할 수 있었다.
그 후 간벌작업과 친환경호안 조성작업, 산책로 조성작업을 벌여
현재는 울산을 대표하는 생태공원이 되었다.
울산시는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확대 조성하여 관광 자원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울산시 환경단체는 태화강 생태환경을 인공적으로 바꾸는 것을 기본적으로 반대한다고 한다.
태화강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십리대숲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남편이 왼 쪽 무릎을 꺾으며 넘어질듯한 자세를 두어 번 취하는 것이었다.
무릎이 아픈 것은 아닌데 공연히 힘이 풀린다는 것이다.
불편한 좌석에서 다리를 마음껏 펴지 못하고 있었던 때문인가!
이번 여행에서 남편의 걸음걸이가 예전 같지 않다.
운문사 갈 때, 거리가 멀다고 불평하던 것부터,
늘 누구 보다 저만치 앞장서 가던 사람이 오늘은 나하고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8년 전 무릎 연골이 많이 달았다는 말을 의사로부터 들은 적도 있어 걱정이 되었다.
십리대숲은 양쪽으로 대나무가 쭉쭉 뻗어 있는 모양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우리가 다녀와야 할 길은 왕복 2km였다.
대나무의 그늘이 드리운 산책길은 편안하고 운치가 있었으며,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남편은 더 가봐야 거기서 거기이니 그만 가자고 하였다.
오늘 걸은 거리만 해도 하루 운동량은 충분하고도 남으니 그러자 하고,
산책길에 군데군데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쉬었다가 나왔다.
언젠가 울산에 또 올 기회가 된다면 끝까지 걸어보고 싶은 곳이 이 십리대숲이다.
저녁 식사는 울산 구청 앞에 있는 식당에 가서 갤러리 백반을 먹었다.
가이드는 예쁜 식당으로 갈 것이라 예고 했었는데
평범한 백반 집으로 실내 벽 사면에 소나무 등 동양화의 커다란 액자가 걸려 있는 곳이었다.
지역에서 알아주는, 소나무를 주로 그리는 화가의 작품인 것 같았다.
저녁 식사는 돌솥 밥에 제육볶음, 상추, 된장찌개 등 여러 가지 반찬이 나왔다.
서울에서는 8천원으로 이런 식사 못 할 텐데 가격대비 만족한 식사였다.
식사 후 시내, 서울로 치면 명동 한 복판에 위치한 롯데시티호텔로 가서 씻고, 휴식을 취한 후 바로 곯아떨어졌다.
첫댓글 여행기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사진이다.
대숲 사이를 걸어가는 흰머리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철학"이 느껴진다.
혜정이에게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