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억조창생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신 하늘님 천지신명님이시여!!!
오늘 이 자리에 당신의 자손들이 모여 천지신명님이 창조하신 우주와 억조 생명과 현실 세계에 살아가는 우리 자신과 미래와 후손을 위하여 기원하며 엎드려 고축을 올리옵나이다.
대범 하늘에는 천도가 있고 땅에는 지도가 있사오며 인간에게는 홍익인간의 인도가 있사와 조상님께서는 대대로 널리 인간을 사랑하고 나라에 충성하며 부모에 효도하고 전쟁에서는 물러나지 아니하며 함부로 한 생명이라도 살생하지 않으셨으니 이제 저희들도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하겠나이다. 천지 신명님이시여!!! 부디 소기충천 힘을 주시와, 혼돈과 무질서에 처한 세상을 평화와 희망의 빛과 생명으로 밝히는데 저희들을 쉬임없이 쓰이도록 하시옵소서. 우리 모두 간절히 고하나이다.' [개천 5909년 개천절 세계평화축제 전야제의 백산소도 천제 고천문(告天文)]
개천 5909년이자 단기 4334년 개천절인 3일, '단군의 후예들'의 축제가 국조 단군 할아버지가 깜짝 놀랄 정도로 눈부시게 빛났다. 올해 민족진영의 개천 행사는 특히 해방이후 '첫 기록'들을 쏟아내며 새 시대를 여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대한민국 심장부인 수도 서울의 도심 한복판인 서울광장의 대규모 장외 기념식과 퍼레이드 ▲굿판이 어우러진 천제 ▲기독교 신도들의 개천 행사 집단 참여 등이 올해 세워진 '첫 기록'들이다.
▲ 3일 대한민국 심장부인 서울광장에서 열린 '개천 5909 개천절 세계평화축제'는 '첫 기록'들을 쏟아내며 민족진영의 '신기록 산실'이 됐다. ©김희년 기자 | | 이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성과물은 서울광장에서 펼쳐진 '개천 5909년 개천절 세계평화축제'(이하 세계평화축제, 대회장 김옥순). 민족회의가 주최하고 민족자주연맹, 한민족운동단체연합, 삼균학회, 단군단, 원구단천선녀회, 개천민족회, 무천문화연구소, 환타임스 등 민족진영 300여개 단체들이 함께 한 개천절세계평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신기록의 산실'로 기록되게 됐다. '행사 장소'가 수도 서울의 도심 한복판인데다 장외(場外)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이 곳 현장에서 굿판이 어우러진 천제, 기독교 신도들의 축하 예배 등이 모두 이뤄진 것.
▲ 2일 세계평화축제 전야제에서 거행된 백산소도의 천제에서 제관들과 천선녀들이 한민족의 선조 환인·환웅·단군 할아버지께 엎드려 절하고 있다 . ©조성제 기자 | | 전야제가 열린 2일 오후 5시부터 이 곳에서 '백산소도(白山蘇塗)' 주최의 천제(天祭)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 백산소도 천제에 차려진 젯상. ©조성제 기자 | |
▲ 백산소도 천제의 축하 공연. ©조성제 기자 | | 무교인인 조승수 원장이 창시한 '백산소도'는 환인천제·환웅천왕·단군왕검 등 한민족의 '3신(三神)'을 한 곳에서 모두 모시는 대한민국 유일의 무교인(巫敎人)들 성지(聖지). 강원도 원주 치악산 자락에 본원이 자리한 백산소도는 전국에 5곳의 지원을 두고 민족무교의 새로운 도약을 주도해 나가는 맥락에서 이날 개천절 세계평화축제에서 천제를 올리게 됐다.
▲ 3일 세계평화축제의 천제 현장인 원구단에서 이경자 함경도망묵굿보존회장이 천제가무식을 펼치고 있다. ©조성제 기자 | | 개천절 당일인 3일에도 오후 1시 고종황제가 천제를 지냈던 서울광장 바로 옆의 원구단에서 무교단체인 함경도망묵국보존회에 의한 천제 가무식이 열려 빛을 더했다. 이경자 만신이 회장인 함경도망묵굿보존회는 올해 2월 28일 3.1운동을 주도한 민족종교 천도교의 성지인 서울 우이동 봉황각에서 <환타임스> 주최로 열린 '3.1운동 준비100주년 기념 손병희 선생님과 애국선열님들을 위한 추모위령제'를 주관하는 등 민족진영의 행사현장에서 무교를 접목시키는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무교인에 의해 잇따라 치러진 이번 천제 및 관련 공연을 지켜 본 시민들은 "민족혼이 담긴 이렇게 아름답고 귀한 행사를 방송사에서도 취재 나왔느냐. 내가 방송사에 연락해야겠다" "이런 행사를 많은 국민들이 볼 때 우리 민족의 위대함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등 뜨겁게 호응했다. 세계평화축제는 '사람안에 하늘 열어 세계평화 이룩하자'는 슬로건에 맞춰 국조 단군을 여전히 부정하는 기독교계의 대체적 흐름속에서 기독교 신도들의 대대적인 동참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도 각별하게 의미가 부여된다. 3일 축제 현장에는 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인 전광훈 목사 등이 이끄는 기독교 신도 1만여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 3일 (사)국학원 산하 국학청년단의 도심 퍼레이드. ©김희년 기자 | | 이 날 오전 11시 (사)국학원 산하 국학청년단 1000여명이 광화문광장에서 시청광장 앞까지 진행한 '세계인이 함께 하는 4344년 대한민국 생일축하 퍼레이드'도 세계평화축제와 같은 차원에서 민족진영의 새로운 용틀임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세계평화축제에 아쉬움이 없진 않았다. 우선 축제를 주최한 민족회의 등 민족 기관·단체들이 구조적인 자금난으로 인해, '대한민국 심장부에서의 첫 대규모 장외 기념식'이란 역사적 기록에 부응하는 행사를 치르는데 한계가 있었다. 행사 며칠전까지도 전야제와 본행사 프로그램을 확정짓지 못하는 혼돈을 겪어야 했고, 시청광장 상공에 레이저빔을 통해 대형 단군상을 구현 하는 등의 의욕적인 구상들이 대부분 폐기되고 말았다. 또 기독교계의 축제 동참이 민족진영측과의 사전 합의대로 되지 않은 문제가 노출되기도 했다. 기독교 신도들이 서울광장에 오게 된 계기는 전 목사가 '국조 단군'에 대해 '역사의 실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맞물려 공식 기념식에 앞서 오후 1시부터 열기로 한 행사 명칭을 '개천절 세계평화축제 축하 예배'로 하기로 전 목사가 민족회의측에 약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 목사측은 당초 합의와 달리, 지난달 30일 조선일보에 낸 광고에 행사 명칭을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개천절 국민대회'로 둔갑시켰다. 이에 행사 주최측인 민족회의는 조선일보 광고 직후 전 목사측에 '합의 준수'를 요구하고, 이들의 자체 행사가 '정치성 행사'로 기울 경우 법적 조치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경고를 보냈다.
또 개천절 당일 자체 행사에서 이광선 전 한기총 대표회장이 설교를 통해 "개천절은 홍익인간의 대업을 시작한 날"이라는 등 기독교계 인사들이 큰 틀에서 민족혼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기는 했지만 일부 인사는 '진보·좌파 성토'에 집중하는 등 개천절과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 '종교인도 세금 내라'는 국민복지캠페인/국민봉기서명운동을 <환타임스>와 함께 벌이고 있는 종세본의 김주연 사무처장이 세계평화축제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오진환 기자 | | 이와 관련, 민족회의는 전 목사측의 합의 위반에 대한 공박 차원에서 공식 기념식때 '종교인납세관철국민운동본부'의 '종교인도 세금 내라'는 국민봉기서명운동 선언문 발표를 전격 실행했다. 이 선언문 발표를 사전 조율 단계에서 전 목사측의 요청으로, 기념식에서 전야제 프로그램으로 바꿨으나 원래 계획대로 환원시킨 것이다. 민족회의 집행본부 김영기 대표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기독교계를 집단으로 개천행사에 끌어들임으로써 기독교계의 변화를 유도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2일 세계평화축제 전야행사로 선보인 기천무예무단의 단군무예. ©김희년 기자 | | 결과적으로 이번 세계평화축제는 민족진영의 구상과 계획에 비해 적잖은 차질을 빚긴 했지만, '최초 기록'의 양산이라는 객관적 사실이 상징하듯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민족혼'을 바로 세워 새 시대를 열어 젖히려는 민족진영의 의지와 열정이 강화되는 추세임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축제 전야제와 당일 개천무, 개천아리랑, 단군무예, 판소리치우천왕, 대금 연주, 장고춤, 강강수월레 등 민족혼을 품고 있는 고유의 전통 예술 공연이 줄을 이은 장면, 장면들은 민족진영의 용솟음치는 기운을 웅변한다. 원구단 개천대제의 대회장을 맡은 조만제 삼균학회 회장은 3일 기념식의 대미를 장식하는 '만세 삼창'을 선창하는 역할로 연단에 서자, "미안하지만 한 말씀 먼저 해야겠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내년에 또 이 자리에서 민족진영의 개천행사를 치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 이렇게 우리가 모인 것만으로도 큰 역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민족진영 전체적으로 이번 개천절을 통해 묵은 과제가 거듭 노출돼 이를 풀어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차기 총선과 대선이 예정된 내년을 앞두고 민족혼이 크게 웅기하는 '때', 즉 '천시(天時)' 가 이르렀다는 공감대를 토대로 올해 개천절 행사를 하나가 돼 대대적인 장외행사로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일찌감치 민족진영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됐으나, 결국 무위에 그친 것. 개천절 당일인 3일 (사)국학원이 주도한 '개천국민대축제/으라차차 코리아'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별도로 치러졌고, (사)현정회의 '개천절대제전'도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내 단군성전에서 독자적으로 진행됐다. 물론 개천절이 민족 최대의 경축일이라는 의의가 담겼다는 점에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행사가 열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일제시대는 물론 해방이후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의 변방에 밀려 있는 민족진영의 저력을 대내외에 과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측면에선 민족진영의 '각개전투'식 행사는 문제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정부의 개천절 공식 기념식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데다, 대통령 경축사를 국무총리가 대독했던 그동안의 관례마저 깨고 국무총리 경축사로 '격하'시킨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민족진영이 '대동단결'해야 할 이유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김인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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