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거형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땅콩집’은 서민들의 탈 아파트에 대한 열망에 힘입어 소형 주택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이를 필두로 작은 평형의 전원주택부터 다세대·다가구 주택 등 탈 아파트의 새로운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주목받고 있는 주택의 대표적인 건축가들을 만나 집짓기의 다양한 루트를 소개한다.
이선영기자 사진 김진수, 박여희, 정태도·디자인 김효정
작은 집 짓기를 위한 조언
좋은 땅을 찾는 것이 우선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교육 여건과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지역과 시세를 조사한 후 적당한 땅을 찾는다. 땅의 모양이 네모 반듯한지, 도로와 접한 면이 많은지도 살펴본다. 같은 땅이라도 평일과 휴일, 낮과 밤 등 시간대를 달리하여 꼼꼼히 살펴야 좋은 땅을 찾을 수 있다. 땅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면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사이트(http://luris.moct.go.kr)에서 위성사진을 통해 면적과 위치, 용도와 모양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눈으로 보는 것과 땅의 실제 모양이 다를 경우가 많기 때문. 건축가가 정해지면 함께 땅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땅콩집 등 소형 주택 열풍으로 택지 가격이 상승해 개인이 저렴한 비용으로 작은 집을 짓기가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타운하우스형 땅콩집 단지나 여러 세대가 공동 투자하는 다세대 주택 등에 눈을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택에 대한 오해와 진실
주택 하면, ‘단열과 보온이 잘 되지 않아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다’, ‘난방비가 만만치 않다’, ‘유지 보수가 힘들다’, 특히 목조주택은 ‘화재에 취약하다’ 같은 생각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선입견. 전문가들은 단열이나 보온 등은 시공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렴하면서 단열 효과가 높은 건축자재들이 많고 이중창, 삼중창 등 시스템 창호로도 외풍은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시공업자에게 설계부터 시공까지 맡긴 경우 전문가의 관리·감독이 없는 한 어떤 자재를 사용하는지 건축주가 알기 어렵고, 부실공사 우려가 있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믿을 만한 건축가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택의 유지보수 또한 건축 자재가 다양해지고 시공법이 진화함에 따라 과거처럼 힘들지만은 않다. 목조주택이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시각도 변화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데서 오는 오해다. 현대식 목조주택은 골조를 나무로 만들었다는 의미일 뿐, 외장은 철제 강판이나 시멘트 패널, 벽돌 등을 두르고 내부는 석고보드로 마감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은 다른 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흔히 주택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실제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적은 예산, 한지붕 두가족 땅콩집작년 한 해 우리나라 주거문화에 한 획을 그은 주인공은 단연 땅콩집이었다. 땅콩집은 한 필지를 두 가구가 나눠 사용할 수 있도록 듀플렉스 홈으로 디자인된 목조주택을 일컫는다. 광장건축사무소 이현욱 소장은, 지난해 226㎡ 대지에 총 건물면적 158㎡의 3층 건물과 마당까지 소유할 수 있는 집을 두 채 지었다. 총 건축비용은 7억원. 이로써 엄청난 비용 때문에 웬만해서는 지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단독주택을 1가구당 3억원 정도면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셈이다. 최근 땅콩집 열풍으로 인해 단독주택 부지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건물을 지을 땅 품귀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을 정도.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땅콩집은 타운하우스형 주택단지인 땅콩밭으로 진화한 단계. 현실적인 가격은 유지하면서 디자인과 편의시설 등은 업그레이드되고 있으니 향후 발전 방향이 더욱 주목된다.
3.3㎡당 공사비 400만원 | 대지 면적 226㎡ | 세대 구성 158㎡ 2가구
디자인 특징 목조주택이므로 나무가 기본 자재다. 이현욱 소장이 목조주택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단열 효과가 크기 때문. 콘크리트로 지반 공사를 한 후 나무로 골조를 세우고 외장재는 컬러 강판인 리얼 징크를 사용해 심플하면서 모던한 디자인으로 마감했다. 땅콩집 1호의 경우 1층은 식당과 거실, 2층은 부부방과 아이방, 3층 다락은 서재나 아이들 놀이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입체감을 더한 계단, 아치형으로 지붕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는 다락방은 특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땅콩집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단열이기 때문에 채광과 환기를 고려하되 창문은 가급적 작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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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하우스 형으로 진화된 땅콩집 단지 땅콩밭
땅콩집 열풍으로 대지 가격이 급등해, 개인이 땅을 구입해 단독주택을 짓기는 더욱 부담스럽고 힘들게 됐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땅콩집 단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 좋은 대안이다. 광장에이엔디 임영권 과장은 단지가 조성되면 대지 구입비나 기반공사, 전기나 수도 등 기본 설비 비용 등에서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고 좋은 이웃과의 만남이나 주택의 체계적인 관리나 A/S 등도 장점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개성적인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땅콩집의 장점만을 접목한 외콩집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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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필지에 두 가구의 주택을 건축하기 때문에 재산권 행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땅콩집은 등기상으로는 두 가구 공동 명의로 등록이 되지만, 각각의 가구는 법적으로 개별 재산권을 지닌다. 따라서 매매와 대출 등 집과 관련한 일체의 재산권 행사는 일반 단독주택 소유자와 다를 바가 없다. 옆집과 운명공동체가 아니니 걱정하지 말자.
라이프스타일 고려한 콤팩트 하우스 금산주택
교직생활 은퇴 후 전원생활을 계획한 건축주 부부의 의뢰로 시작된 금산주택은 얼핏 보기엔 정갈한 한옥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한옥의 정신을 담은 서양식 목조주택이다. 집의 평수는 나이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 여기에 가구나 가전제품의 대형화로 인해 점점 더 크고 넓은 집을 추구하게 된 것이 우리나라 주거문화의 특징이다.
가온건축 임형남, 노은주 소장은 이런 흐름에 역행해 거주면적 43㎡, 마루 26㎡의 금산주택을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건축주 부부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으로 지어진 이곳은 도산서원을 모티브로 전통 한옥 공사비의 절반수준인 평당 500만원으로 집을 완성했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실현하기 위해 토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서울과 1~2시간 거리의 교외로 삶의 터전을 옮기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금산주택은 이러한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3.3㎡ 당 공사비 500만원 | 대지 면적 867㎡ | 세대 구성 69㎡ 1가구
디자인 특징 서양식 목조 주택이지만 디자인은 한옥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나무로 골조를 만들고 외장재는 내구성이 좋고 별도의 화학적 방부 처리나 발수처리를 하지 않고 유지와 관리가 쉬운 ‘이뻬(IPE)'를 사용했다. 벽지와 바닥재는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주고 공기 정화 효과까지 우수한 한지를 발라 마무리했다.
마루와 방 2개, 주방과 화장실, 보일러실과 다락방 서재가 일렬로 나열된 내부는 방과 방 사이 미닫이문을 설치해 모두 열어 놓으면 하나의 공간으로, 닫아 놓으면 분리된 각각의 개별 공간이 된다. 창을 큼직하게 내어 내부와 외부의 공간을 연장하면서 마주하는 진악산을 마당으로 끌어들이는 등 공간에 가변성을 주어 작은 집의 단조로움과 한계를 극복했다. 흙을 밟고 생활하는 전원생활에서 마당의 수돗가는 로망이자 필수 요소다. 데크를 깐 마당에 마련된 야외 수돗가 겸 야외 목욕장은 건축가의 작은 배려로 탄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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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그것도 한옥을 모티브로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단열과 통풍이다. 벽과 벽 사이, 지붕과 천장 사이에 단열재를 넣고, 큰 창은 이중 시스템 창호를 설치하고 추가로 목재 덧문을 달아 단열 문제를 해결했다.
다세대 주택의 디자인적 진화 Y하우스
다세대 주택에 디자인을 더해 도시 자투리땅을 효율적으로 활용, 탈 아파트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금호동 Y하우스. 국내 다세대 주택 건설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는 대신 시공사에 저렴한 비용으로 설계까지 맡기는 경우가 허다한데, Y하우스 역시 시공사가 설계한 도면의 감수 의뢰를 받은 사례였다. 와이즈건축 장영철 소장은 설계 원안을 살펴보던 중 시공사에서 제시한 평당 공사비 350만원으로 더 넓은 면적을 찾아낼 자신이 있었고 건축주와 상의 끝에 Y하우스의 설계를 맡았다.
공간을 평면으로만 보던 시각을 바꾸어 3차원으로 해석해 중층 로프트 하우스 2세대를 만들어 버려지는 공간까지 활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 또 강화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를 외장재로 사용하면서 단열과 시공비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전략적인 공간 설계와 효과적인 외장재 사용으로 Y하우스는 도심 속에서 시공비 대비 넓은 평수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주택의 가치를 높인 사례로, 내 집 마련의 또 다른 해결책으로 급부상했다.
3.3㎡당 공사비 350만원 | 대지 면적 310㎡ | 세대 구성 85㎡ 4가구, 115㎡(중층) 2가구
디자인 특징 빨간 벽돌, 화강암으로 지어진 일반 빌라와는 달리 폴리카보네이트와 컬러 강판을 사용해 독특한 외관을 만들었다. 특히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한 북향 외관은 부족한 채광을 보완해 낮에는 전등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고, 5겹의 경막구조로 공기층을 만들어 단열 효과도 보완했다. 방음 효과는 적은 편이지만 조용한 주택가 골목이라 시끄러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부를 중층으로 설계한 로프트 하우스는 집의 크기를 넓이의 개념이 아닌 부피의 개념으로 파악한 디자인으로 바닥 면적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중층의 면적까지 확보했다. 또 화장실 외에는 문을 최소화해 공간의 경계를 만들지 않고, 난간 역시 스틸 라인만을 살려 디자인해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는 효과까지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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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 주택의 경우 대부분이 시공사에 설계까지 맡겨 설계비용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경우 관리,감독 전문가가 없고 시공 후 문제가 생길 경우 시공사와 분쟁 소지가 높고 예산 초과 등 문제가 발생되기 쉽다. 살고자 하는 집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다면 건축가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유명 건축가에게 의뢰할 경우 고가의 설계비가 부담스럽다면, 실력 있는 신예 건축가들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수익성까지 겸비한 상가형 다가구 주택 C프로젝트
산업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천안·아산에 들어선 다가구 주택 C프로젝트는 마치 외국 잡지 속의 집을 한 채 뚝 떼어 놓은 듯한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일반적인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평균 공사비보다 저렴한 수준인 평당 300만원으로 완성한 이 집을 설계한 이는 사무소 효자동의 서승모 건축가다. 도로와 인접한 이곳은 건축주와 상담을 통해 1층에는 상가, 2층은 세를 놓을 68㎡ 2가구, 3층은 건축주가 직접 생활할 145㎡ 1가구로 설계했다. 수익성까지 고려해 계획적으로 건물을 지은 것. 마감재보다 골조 공사에 집중해 공사비를 절감하고, 2층 1가구와 3층 주인집의 경우 중층으로 설계해 다락 면적까지 확보했다. 집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부동산의 수익성을 접어두긴 쉽지 않다. 따라서 상가형 다가구 주택인 C프로젝트는 재테크와 더불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을 끌 만하다.
3.3㎡ 당 공사비 300만원 | 대지 면적 256㎡ | 세대 구성 68㎡ 2가구, 145㎡ 1가구, 122㎡ 상가 1점포
디자인 특징 시멘트 골조에 단열재를 설치해 마감한 후 외관을 칠한 스토 페인트는 외부 단열 효과는 물론 오염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은 것이 장점. 별다른 디테일 없이 여러 개의 창으로 디자인적인 요소와 채광과 조망 효과까지 누릴 수 있도록 신경 썼다. 각 세대별로 현관의 위치를 달리해 프라이빗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물론 3가구의 내부 높이에 변화를 주어 리드미컬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특히 3층에는 중정을 만들어 현실적으로 마당을 갖기 어려운 다가구 주택의 단점을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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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층을 만들 때 생기는 계단은 공간에 입체감을 더하고 동시에 독립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직선형, 아치형, 나선형 디자인, 나무, 철재, 시멘트 등 재료도 다양하므로 인테리어에 맞게 선택한다.
≪일본의 땅콩집≫에서 배운다 작은 집 실현을 위한 깨알 같은 조언들
콤팩트한 사이즈, 미니멀한 디자인 주택으로 유명한 일본. 우리보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고 주거문화로 정착된 일본의 사례를 통해 다양한 작은 집 짓기 노하우를 배워본다.
1. 욕실+세탁실+화장실을 한 곳에
주로 습기가 많이 차는 욕실과 세탁실, 화장실을 한 곳에 모아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동선까지 줄일 수 있다.
2. 독립성과 연속성 동시에 만족, 미닫이문
작은 공간일수록 바닥에 경계를 만들지 않는 것이 포인트. 천장에 레일을 단 미닫이문은 닫으면 독립성을 열면 공간의 연속성을 높일 수 있다.
3. 유리를 활용한 시선 확장
투명한 유리나 아크릴을 방의 칸막이, 복도 막다른 곳, 현관홀 등에 활용하면 시선을 외부로 확장시켜 공간이 넓어 보인다.
첫댓글 땅콩집 이름이 재미 나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