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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6)
2006-05-23 18:19:59
91차 축령산-서리산 (철쭉)산행기
2006. 5. 23. / 신 경 호
1. 산행 일시; 2006. 5. 21(일) 08 : 30 ~ 14 : 10 조금 무덥고 후덥지근한 날씨, 맑음
2. 산행 코스; 축령산 자연 휴양림 주차장 - 숯가마터 - 홍구세 굴 - 큰 소나무 - 주능선 -
(수리 바위) - 남이 바위 - 축령산 정상(886.2m) - 절고개 - 서리산 정상(825m) -
철쭉 동산 - 화채봉(649 m) - 자연 휴양림 주차장 (원점 회귀)
3. 참석 인원; 박 광용, 서 상국, 이 민영, 황 문수, 신 경호(5명)
(註) 뒷풀이 자리에서 잔머리 굴리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쓰게 된 산행기임을 以實直告함.
지난 주 명지산 산행시 이번 주는 펭귄님의 지휘아래 관악산 6봉~8봉을 탄다고 하더니만....
2주 연속 산행에는 참석치 아니하면서 攝政(?)을 일삼는 某선사님의 지략에 철쭉구경을 가기로 산행지가 변경되었단다.
이 平卒이야 덕분에 난생 처음 꽃구경을 가게 되었으니 더 말할나위 없이 가슴 벅찬 산행이 되겠지만, 이 날 평생 가까운 여의도 벚꽃구경 한 번 못 데려간 마눌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올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하필 산행일(21일)이 "夫婦의 날"이라나?...2(둘)이 1(하나)된 날이라고 21일로 정했다는 데....누군지 잘도 갖다 붙였다... 올해가 벌써 12번째란다. 예년처럼 그냥 모르고 지나쳤으면 좋았으련만, 알고나니 마음 한구석에 찔리는 게 있어 토욜날 저녁 마눌에게 넌지시 말을 붙였다.
"내일 우리 철쭉 산행 간다는 데 당신도 같이 가지?"
"일 없네요. 나는 잠이 모자라서 잠이나 잘테니 사진이나 많이 찍어오이소. 그라고, 낼 뭐 가지고 갈 끼 없는 데... 김치도 인자 다 떨어지고... 이럴 줄 알았으면 쪼매 마이 담을낀 데..."
눈물이 쏙 빠질만큼 고맙다. 자칫 나혼자 꽃놀이 간다고 심통(?)이 나서 바가지를 긁거나,아니면 같이 가겠다고 따라 나서지 않는 것만도 그러한 데. 지아비 산행 준비물까지 걱정을 해 주다니....이젠 울 마눌도 늙었나 보다.^^
(이제사 고백하건 데 사실 夫婦 相互 聽問會(?) 하면서, "당신이 내한테 해 준 게 뭐 있어?"라고 윽박지를 땐 정말 할 말 없어진다.그럴 땐 차라리 <짐승?>이라도 되고 싶은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ㅋㅋㅋ)
却說하고 산행기나 쓰야겠다. 나중에 혹 울 마눌이 이 글을 보면 또 뭐라 할 지모른다. 그야말로 禁筆을 당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당일 날(21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한다. 친구들과 산행후 처음으로 내 차로 가기로 했다. 비록 11살 된 x차이지만 아직은 내보다 힘이 좋다. 그동안 매번 친구들 차를 얻어만 타고 다녀 가뜩이나 미안한 마음에, 내 X차라도 괜찮은 지 조심스레 블로그에 올렸더니 우리 某대장님, 대뜸 가져오란다.(차 운전하고 가면, 歸家 길에 꿀맛같이 달콤한 잠도 자지 못하고,뒷풀이 자리에서의 그 맛난 동동주니 막걸리도 오늘은 다 묵었다. 사실 염불(산행)도 염불이지만 잿밥(동동주에다 파전,두부 김치등)맛이 어딘데.... ㅠ.ㅠ)
꽃구경 간다고 너무 들떠서 그런가? 수서역 6번 출구에 도착하니 6시30분이다. 차를 가져오니 집에서 꼭 25분 밖에 안걸리는 길을 매번 마을버스,지하철 갈아타고 1시간 20분 정도씩 걸려 다녔다. 약속시간 까지는 한 30분 여유가 있는지라, 길 건너 김밥집에서 김밥 2줄 사서 캔커피와 함께 아침 요기를 하는 데 박 대장 손 전화가 왔다. 조금 늦잠을 잤다고....집으로 모시러(?)오란다. ㅉㄱ님도 집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누구 분부신데.... 오늘만큼은 이 한 몸 다바쳐 충성을 다해야 당분간은 내 차를 안 몰고 산행 따라 다닐 수 있겠지?^^
대장님과 ㅉㄱ님을 pick up해서 막 대장네 아파트를 빠져나오는 데, 서 총님의 손 전화가 왔다. 분당팀도 오늘 서 총님과 황 선달님 두사람 밖에 안가니 기왕이면 차 한 대로 같이 가잔다. 울어야 되나? 웃어야 되나?..... 겉으로 울고, 속으로 웃어야지^^.... 차 한 대면 당근, 황 선달님의 <랜드로바>지.ㅋㅋㅋ
呼(募)客 行爲 禁止法(?) 발효 이후로 갑자기 산행 인원이 확 줄어든 것같은 묘한 불안감도 잠시, 자판기 커피 한 잔씩 뽑아먹는 사이에 도착한, 위풍당당한 <랜드로바>에 탑승..... 출발.....07시 25분
3공 정권(?)이 들어선 이후, 많이도 바뀌었다. 지각 벌금제에,호객 행위 금지에, 목적지 山은 점점 멀어지면서 험해만 가고...심지어 某某님은 산행 팀을 1부와 2부 리그로 나눠야 되는 거 아니냐고 까지 하신다.... 그건 아닌 것 같은 데.... 만약 나눈다면 나도 당연히 2부리그로 가야만 한다.
너무 조용한(?) 차 안 분위기 탓인지, 모두들 이 자리에 없는 친구들을 그리워한다.
펭귄님, 호루라기님, 장정님, 병고님, 청솔모님, 거사님,땀 선사님, 걸레 선사님, 양 사장님,영펭쫄님,수사님,권박님,조아산 님,삼성 쫄님,갱도님,......대사님, 회장님까지
난생 처음 타 본 <랜드로바>는 기름도 많이 들어간다. 주유소 주인장 양반이 "뭔 차가 경유를 넣는 데도 10만원어치가 넘게 들어가냐?" 며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거저 타라고 줘도 못 탈판이다.
<축령산 자연 휴양림>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8시 30분, 꽤 이른 시간임에도 등산 인파가 많이 보인다. 철쭉구경들 하느라고 많이들 온 모양이다. 날이 날인지라 그런지 전부 夫婦산객들과 동호인 단체 산행객들이다.
모르긴 몰라도 愛妻家(?)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우리의 선달님을 비롯해서 서 총님, ㅉㄱ님, 박 대장까지 모두들 집에 두고온 마나님들 생각에 남몰래 눈시울을 적시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죽어도 아니다. 나는........................................................ 敬妻家(?)니깐. ㅎㅎㅎ
신발끈을 조여매고 본격적인 산행채비를 하고선, 임도쪽 초입으로 들어서는 데, 박 대장이 딴지(?)를 건다. 임도로 따라 올라가면 안되고 산장 옆 오르막 길로 치고 올라야 한단다.
오르막만 보면 무조건 치고 오르고 보는 우리 선달님은 초입에서 사진 한장 박고 가자는 서 총님의 제안을 들을 새도 없이 뒤도 안돌아보고 그냥 치고 오르다가 초장부터 빠꾸(?)당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한다........08시 40분
근데 그 오르막은 산장 산책로를 한바퀴 빙 돌아 결국은 임도와 만나게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오늘 새벽부터 이상하게도 자기답지 않게 허둥지둥 댄다고 자책(?)하던 박 대장은 할 말을 잊었다. 간밤에 필경 <夫婦의 날 전야제>행사를 성대히 치른 게 틀림없는 눈치다.
작년 5월 8일, 박 대장은 이미 선달님과 함께 이 곳에 와 본적이 있고, 게다가 대장 말씀이라면 껍뻑 넘어가는 쫄된 입장에서야, 뭐라 시비를 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임도를 따라 오르다 주능선 길 방향으로 접어드니 초장부터 오르막 경사도가 예사롭지가 않다.
흡사 초여름을 방불케하는 날씨로, 습도가 높은 탓인지, 출발하자마자,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길 안내 한다는 핑계(?)로 선두에 선 황 선달님은 날렵한 박 대장과 함께 아예 날라가 버렸는 지 보이지도 않고,발목에 또 다시 납 주머니 차고 온 서 총님과 발목 접질런 두 빙신(?)순으로 고바우를 치고 오른다. 매번 산행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출발후 20~30분이 제일 힘들다.
(내가 뭐하러 이 고생이고? 이 곳에 안 왔으면 지금쯤 늦잠자고 느긋하게 일어나 T.V나 보면서 휴일 아침을 만끽하고 있을텐데...)
거의 매주 산을 다니면서, 매번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곤, 곧바로 잊어먹고 또 이렇게 오늘도 산을 오니 이게 바로 <까마구>지. 달리 <까마구>가 아니다.^^
한 30분쯤오르니 선두 황 선달과 대장이 쉬고 있다. <홍구세 굴>이다......................09시 15분
'이조 시대 洪氏 성을 가진 판서가 후손을 잇지 못해 이곳에 굴을 파서......우짜고 저짜고..... '
밤새 얼려온 생수로 목을 축이는 데, 황 선달님 복부에 胃(?)가 빠져 나와 있다. 처음 보는 신형 장비 인데.........양피로 만든 물통이란다.............................위대(胃大)한 선달님???.
나도 그렇지만 오늘따라 ㅉㄱㄴ께서 유달리 힘들어 한다. 작년 덕유산 종주이래로 가장 힘든 것 같다면서 "이게 설마 나이 든 탓은 아니겠제?"라며 덧없는 세월에 대한 원망을 살짝 내비친다.
<그라문요, 아직 나이 탓을 하기엔 우리가 너무 젊지... 이럴수록 산에도 자주 다니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활을 영위해야지 몸도 마음도 젊어지는거지...................갱호 생각>
앞서가던 황 선달에게 박 대장이 또 딴지(?)를 건다. 작년에 왔을 때의 길이 아니란다. <수리 바위>가 나와야 하는 데 보이지도 않고, 이 쪽 길이 아닌 것 같다며 지도를 펴고, 나침반을 정치하고 난리다..........이상하다? 분명 <홍구세 굴>에서 <축령산 정상>쪽 방향판을 보고 왔는 데 .....할 수없이 맨 뒤의 서 총이 (그 내려가기 싫은) 오던 길로 도로 내려가 뒤에 오던 산객들에게 물어보니, 이 길이 맞단다. 조금만 더 오르면 <수리바위>와 <남이바위>로 갈라지는 삼거리 길이 나온단다...............아무래도 박 대장의 <전야제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조금 더 오르니 박 대장이 작년에 올랐던 주 등산로가 나오면서 많은 산객들을 만난다.
근데, 어렵쇼? <수리바위>로 갈려면 아래로 320M 내려갔다 와야 하고, 바로 올라가면 <남이 바위>다. 황 선달님은 내려가서 <수리바위>를 보고 와야 한다하고, 좀 전의 상황으로 인해 조금 머쓱해진 탓인지, 박 대장은 그냥 <남이 바위>로 올라 가잔다. 예전의 박 대장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급기야 여기서 이산 가족이 되어 버린다. 서 총과 나는 황 선달님을 따라<수리 바위>로 내려가고, 박 대장과 ㅉㄱㄴ은 곧 바로<남이 바위>로올라가고.....
얼떨결에 선달님을 따라왔건만,<수리 바위>로 내려가는 급경사로가 장난이 아니다.
뭔 320M가 그렇게 먼지... 도로 올라갈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산에 와서 제일 싫은 것이 다시 올라와야 되는 줄 알면서,올라 왔던 길 도로 내려가는 것이고 보면..... 그래서 병고님은 항상 맨 후미를 지킨다고라? 결코 체력문제때문에 후미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고 입에 거품을 물고 우기면서까지^^.....
이럴 때 항상 하는 생각.....지금 안 가보면 또 언제 가 보겠노?....라고 중얼거리며,마음을 잡으면서 <수리바위>에 도착하니 삼면이 확 트인 것이 조망이 너무 좋다. 역시 고생한 보람이 있다.
자기는 작년에 이미 다녀갔으면서도 친구에게 그 좋은 전망을 구경시켜 줄려고 인도해 준 황 선달님의 마음 씀씀이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낀다. 독사진을 한 장씩 박고 가파른 경사길을 다시 오른다.
산객들이 너무 많아 외길 등산로가 만원이다. 황 선달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고....뒤처진 서 총과 나, 못 쫒아가는 한심함(?)을 황 선달 탓으로 돌린다.
"문수 저거는 옛날에 태어났으면 <山賊>했으면 딱 맞겠다. 그자?"
"그래, 산적 두목이 안됐겠나?"
"그기 아이고, 정탐병... 포졸들이 오나 안오나, 이 산 저 산으로 막 날라다니는....ㅋㅋㅋ"
"그래 맞다. 인자부터 문수 별명 바꾸자. <황 산적>으로...ㅋㅋㅋ"
군데군데 듬성듬성 만개해 있는 철쭉들을 감상하며, 그 옛날 남이 장군께서 자주 올라 자주국방을 걱정하며 병법을 구상하셨다는 <남이 바위>에 당도했지만 박 대장과 ㅉㄱ는 보이지 않는다. 정상으로 먼저 올라 간 모양이다. 남이 장군 바위(한 사람이 딱 앉기 좋게 홈이 파져있다.남이 장군 졸병이 일부러 파 놓은 건지 몰라도...)에 앉아 나도 '나라 걱정'아닌 '집안 걱정'을 해 본다.
<앞으로 남은 인생 어떻게 먹고 살건지....ㅠ.ㅠ>.........................................10시 40분
* 축령산에 먼저 올랐다. 근데 서서도 잘 잔다. ㅉㄱ님, 어제 뭐 했수?
드디어 축령산 정상에 올랐다. 물론 박 대장과 ㅉㄱ도 다시 해후하고.....
박 대장은 정상의 삼각점이 산객들이 쌓아놓은 치성돌에 파 묻혀 버렸다고 불만이 대단하다. 하기사 산에만 오면 유달리 삼각점부터 챙기는 박 대장이고 보면.... 전공을 <지리 측량과>로 택했어야 했는 데....
점심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각임에도,만장일치로 일단 먹고 보기로 결정하고 정상 아래쪽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는다. 황 선달님의 얼린 맥주에, 서 총의 막걸리, ㅉㄱ께서 지리산 갔다오면서 술 이름도 모르고 사 온 약초주.......서 총이 보더니만 '삼지구엽초'라나?..., 근데 이 넘의 얼린 맥주가 너무 이른 시간에 개봉을 한 탓으로 녹지를 않아 완전히 <샤베트>다.그래도 우리가 누군가? 맥주 녹으라고 약초주에다 콩우유까지 짬뽕을 해서 한 잔씩 들이키니 별미중에 별미다.
박 대장 마나님께서 손수 장만해 주신 도시락 반찬은 언제나 봐도 정말 정갈하다. 쇠고기 장조림에 메추리 알,미역 무침,계란 부침개 덮개까지....그 옛날 엄니의 정성과 손맛을 느끼게 한다.
하기야 박 대장께서 매일 그렇게 잘하니(?) 그만한 대접을 받겠지..........다 <自嶪自得>아닌감?
울 마눌이 마지막 김장김치라며 싸 준 김치에 즉석김밥을 만들어 먹으니 포만감이 밀려 온다.
정상주도 했겠다...이럴 땐 서리산 철쭉동산이고 뭐고 다 귀찮고, 그냥 한 잠 늘어지게 자면 보약이 따로 필요없을 것 같다.
(진짜로 언제 한 번,산도 좀 빡시게 타고나서 정상에서 느긋하게 점심먹고 오수를 즐기고 내려오는 코스 를 개발해서 함 하시는 게 어떠하신지들?)
축령산 철쭉은 맛배기로 보고 이젠 본격적인 꽃구경하러 서리산 <철쭉 동산>으로 향한다.
점심을 조금 일찍 잘 먹었다. 내가 보기엔 서리산으로 넘어가는 <절고개>가 부른 배를 소화시키엔 딱 좋은 길이다. 시야가 확 트인 고개마루에 이르자, 나를 제외한 모두가 배설 욕구를 느끼는 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볼일(?)들을 보기 시작한다. 나는 멀쭘하니(?) 그냥 서 있을 수가 없어 할 수없이 그 모습들을 내 디카로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다 담았다. 진짜로 따로 할 일이 없어서....ㅎㅎㅎ
몇구비 <절고개>를 넘어,서리산 정상아래 마지막 오름길이 조금 벅차다. 역시 박 대장과 황 선달은 보이지도 않고, 뒤쳐진 ㅉㄱ,서 총, 그리고 나.... 오름길을 오르는 데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나는 너무 너무 시원한 데 내뒤의 서 총님 한 말씀,
" 아이구 시원 타, 근데 기왕 불라면 뒤에서 불어주지, 그래야 쪼매라도 덜 힘들낀데... 와 앞에서 불어쌌노?"
" 별 걸 다 시비네. 앞에서라도 불어주이 시원키만 하구만..."
역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물론 이러한 욕심이 오늘 날 인류의 위대한 발전을 가져온 것이기는 하지만.......(거 참, 써놓고 보니 되게 거창하네^^)
서리산 정상에 다다르니 먼저 올라 간 박 대장이 내려다 보며 낑낑대며 올라오는 폼들이 재밌는 지 혼자 킬킬대며 한 사람씩 사진을 찍고 있다. 순간, <이크~, 표정 관리해야지, 안 그랬다간 낼 아침 블로그에 순간포착으로 병고님 꼴난다>는 생각이 언뜻 스친다. 전혀 힘들지 않다는 듯이 담담하게 표정관리하며 서리산 정상 도착.............12시 50분
정상석 부근은 넘치는 사람들로 단체사진 찍을 여유 공간조차 없다. 조금 내려와 방향표지판 앞에서 증명사진 한 장 박고 정상부터 능선 길따라 <철쭉동산>까지 널브려져 있는 철쭉들의 축제에 빠져든다.
철쭉의 색깔이 나무마다 다 다르고 키도 그리 큰 철쭉은 처음 보았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나는 마나님의 지엄하신 명령(?)이 생각나서 꽃구경은 둘째치고 철쭉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친구들한테서 나 때문에 산행 속도가 지체된다는 쿠사리(?)를 들어가면서까지 감행하는 나의 이 눈물겨운(?) 지극정성을 울 마눌은 눈꼽만큼이라도 알아줄런지?^^
철쭉터널을 지나 꽃구경 인파를 헤치면서 <철쭉동산>을 지나가다 보니 <화채봉>으로 빠지는 갈림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어라? 화채봉 까지 0.09km...... 조금 전 서리산 정상에서, 다들 너무 힘드니 <화채봉>은 가지 말자느니 우짜느니 했지만, 1km도 아닌 다음에야.....
<화채봉>을 돌아 나오니 곧바로 즐거운 하산길이다.
'한번 싸 가지고 온 음식은 절대 집으로 다시 가져가지 않는다' 는 30 산우회의 불문율(?)에 따라, 산행후 처음으로 산에서 2차를 한다. 아까 배불러서 미처 못 먹은 과일에 나의 마지막 김치를 안주로 마지막 남은 술 한방울까지 '쪽쪽' 빨아먹는다.
손 전화로, 2주째 정기 산행을 빠진 펭학님 안부를 물어보는 ㅉㄱㄴ,
"펭귄! 니 삐칬나? 그런 거 아이제? ㄲㄲㄲ, ..... ㅋㅋㅋ.....ㅎㅎㅎ.....ㅍㅍㅍ " 통화 끝?.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꽃구경으로 눈도 즐겁고, 친구들과 있으니 마음도 즐겁고,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되니 몸도 다리도 즐겁고...........이러니 어찌 산에 중독(?)이 되지 않으리오?
아침에 차를 세워 둔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14시 10분.... 총 5시간 30분... 걸은 시간만 대략 4시간여...
주차장 빽빽히 들어차다 못해 양쪽 길가까지 점령하고 주차되어 있는 행락차들을 보고선, 뒷풀이는 서울 가서 하기로 현명한 결단을 내린다.
문수 선달님만 졸음에 겨운 눈까풀과 씨름하면서 운전하고 나머지는 깜빡깜빡 졸다 보니 1시간만에 서울 도착....산에서 아무리 배불리 먹었어도 반드시 뒷풀이는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철칙(?)....ㅉㄱㄴ이 추천하는 밑반찬 잘 나오는 집이 휴일이라 문닫아 수서 역 막회집으로... 그 집도 때마침 휴업이라, 맞은 편 <화석 마을>에서 보쌈 안주에 소주로......해장국에 순두부까지.....정갈한 밑반찬이 맛깔스럽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도중에 나는 잔머리 굴리다가 한 방 호되게 뒤집어 쓴다.
오늘 산행에 일일 산행대장이 없다 했으니....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장 한번 할려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오늘 산행대장은 그냥 내가 핸걸로 하모 안되...ㄹ..."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 총님,반색을 하며,
"그래 좋지, 산행기도 쓰고 , 캬캬캬~"
"앗! 실수! ...취소! 취소!"
이미 엎질러 진 물이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좋아 죽겠단다. ....... 친구의 불행은 나의 행복?
<그래도 꼭 산행대장이 산행기 쓰라는 법은 없다.....>
선달님과 나는 차를 가져온 탓에 못 마시고, 집에가서 <夫婦의 날 메인게임(?)>뛰어야 한다고, 박 대장과 ㅉㄱㄴ도 딱 두 잔씩 적정량(?)만 마시는 바람에 서 총님 혼자 쇠주 2병을 다 드시고........대작할 술 친구가 그리웠는 지,
"내가 오늘 펭귄을 함 물어삐까?"......@@@@@
아침에 오는 길은 좋았는 데, 집에 가는 길은 올림픽 대로가 우찌나 막히던 지...졸려서 혼났네...
운전해 오시는 친구분들 심정 정말 이해가 갑디다. 다시금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꾸~뻑
친구들 덕분에 정말 꽃구경 한 번 잘 했습니다.
저는 某某氏처럼 혼자서 축령산 철쭉구경은 절대로 못 갑니다. 아니 갈 엄두조차 못 냅니다.
축령산 철쭉이 제 아무리 곱다 해도....^^
칭구보다야 더 하겠습니까요???
[91차] 축령산 사진
앨범 2005~2020/앨범(2006)
2006-05-21 19:06:12
[91차] 축령산 사진
2006. 5. 21. (일), 후덥지근한 날씨
휴양림 주차장-홍구세굴-주능선-(수리바위)-남이바위-축령산-절고개-서리산-화채봉-휴양소-주차장
광용, 상국, 문수, 경호, 민영. (총5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