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과 시스템구축(7)
[부제: 소프트웨어적 정리/기업편]
앞선 글에 등장하는 공장은 원채 하드웨어적 정리가 안 되었던 터라 소프트웨어적 정리는 당연히 안 되어 있었고 그 방식을 들여다보니 참 어이가 없었다.
“그게 니 돈이면 그렇게 하겠어?”
1) 원자재 발주 요령
먼저 자재 발주 방식을 보자. 참고로 이해를 위해서 가상으로 만든 자료다.
<자재1>
상기 표는 원자재를 구매하는 방식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의 자료가 저렇게 생긴 것은 아니다. 회사는 원자재로 칼라강판을 구매하는데 그걸 가공업체에서 의뢰해서 필요한 길이와 수량으로 잘라서 공급받고 있었다. 자재를 공급받아 절단, 절곡을 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LOSS가 발생하고 그걸 감안해서 10% 정도 발주를 더 한다. 이 10%는 평균값이 아니라 최악의 값인데 각 길이별로 10%의 불량이 발생할 것을 고려한 것이다.
<1> 기존의 직원들이 해오던 방식(C)을 살펴보자. 필요수량에서 무조건 10%를 더했고 숫자가 1장일 때는 다시 1장을 더했다.
<2> 나의 방식(D)을 보라. 불량률 10%는 발생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데 무조건 준비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다. 그런데 강판이란 것은 잘라 쓸 수 있지 않는가? 그래서 길이가 엇비슷한 경우 제일 긴 것만 조금 더 구매하면 되는 것이다.
- 2000, 1990, 1980 같이 차이가 미세할 때는 제일 긴 2000짜리 강판만 적당히 구매를 더 하면 작은 SIZE는 조금 잘라 쓰면 되는 것이다.
- 1500, 1490, 1480, 1470 의 경우 2000과의 차이가 아주 크므로 1500짜리에만 마진을 둬서 구매하는데 그 마진도 10%를 가질 필요는 없다. 평균 LOSS율이 5%도 안 된다면 그 정도만 더 발주내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1500에 5% 마진을 주고 나머지는 실제 필요 수량만 구매하면 된다.
- 1000, 990 의 경우 마진을 줄 필요가 없다. 왜냐면 이렇게 짧은 자재를 재고로 남겼을 경우 다시 활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자재로 제품을 만들다 불량이 나면 1500 짜리 강판을 절단해서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각 방식별로 결과를 보자.
<자재2>
기존 발주 방식으로 발주 후 불량이 없었다면 저만큼의 재고가 발생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 것은 재고가 더 적을 것이고 어떤 것은 그대로 일 것이다. 문제는 어떤 자재가 남을 지 모른다는 것이고 특히 그 자재가 짧은 SIZE일 경우 악성재고로 방치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자재3>
이건 나의 발주 방식 후 재고이다. 불량이 0%라면 재고는 상기 표와 같을 것이고 5% 정도라면 1500 짜리 자재는 0, 2000짜리 자재는 10여장이 남을 것이다. 결국 제일 긴 자재만 조금 남는다는 얘기다.
이것은 아주 큰 차이를 일으킨다. 기존 발주 방식으로는 수많은 길이의 강판이 1~2장 단위로 재고로 잡힐 것이고 그것은 필요이상의 악성재고를 양산하고 회사의 자금 회전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즉 자재 발주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당액의 자금이 자재창고에 묶이게 된다는 말이다.
2) 원자재의 재고 관리 요령
<1> 기존 직원의 재고 list를 봤을 때의 황당함이란!
- 리스트는 전혀 정렬이 되어 있지 않아서 자재의 색상이 뒤죽박죽 되어있었다!
-> 이것이 무엇이 문제냐면 재고 리스트가 100페이지라면;
첫 번째 페이지에 2000mm, 빨간색 강판이 20장 있고, 21페이지에 30장이 있고, 74페이지에 40장이 있는 경우 필요한 자재가 50장이라면 첫 페이지에 보이는 20장만 보고 추가로 30장을 더 발주 낸다는 말이고 결국 30+40장의 자재는 영원히 자재 창고에서 썩는다는 말이다.
- 길이 또한 뒤죽박죽 되어있었다.
-> 원자재 발주 요령에서 언급했듯이, 조금 짧은 자재가 있어도 몰라서 못 쓰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 엑셀의 자동 계산을 몰라서 그 많은 자재의 합계를 계산기로 두드리고 있었다! 뜨악~
-> 당연히 계산은 맞지 않고 손가락만 아프다. 나 참 이런 등신~
# 놀라운 것은 옮겨온 지금의 회사도 이렇게 한다는 것이다!!!!!!!!!!!!!!!!
<2> 나의 재고 관리 방식
- 당연히 색상별, 길이별로 순서를 정했고
- 계약된 프로젝트에 필요한 물량을 반영하여 예상 발주량까지 자동 연산되도록 했으며
- 거기다 면적당 단가를 집어넣어 현재 창고에 있는 자재의 원가까지 실시간으로 자동 계산하게 했다.
- 모든 것은 엑셀의 자동연산기능을 이용했다.
-> 빠르고, 정확하고, 낭비없고, 재고조사 불필요, 미래 예측까지 가능한 것이다.
3) 설계시의 노하우
강판을 구매하여 절단, 절곡하여 1200mm 폭의 벽면을 구성해야 할 경우(엘리베이터의 한쪽 면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설계>
기본적인 설계 방식은 원재료(1219mm)로 판넬을 크게 만들면 휘청거리니 원재료를 절반정도 잘라서 만드는데 이때 뒤로 접혀 들어가는 LOSS 때문에 1200mm의 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3장의 판넬을 구성해야 한다.
<1> 기존 설계 방식(A)은 설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모두 같은 길이로 (400 x 3 = 1200) 판넬을 만드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스크랩이 발생하게 된다.
- 결국 한쪽 벽면이 1200mm 인 엘리베이터(문은 고려하지 말자) 를 만들고자 한다면 원재료 6장이 필요하다.(윗 그림 상에는 원재료 3장으로 만들 수 있는 최대의 판넬을 표현했다. 즉, 2면만 만들 수 있다.)
<2> 나의 설계 방식(B)은 원재료(1219mm)로 판넬을 만들 수 있는 최대의 크기(절반을 잘라서 만들 수 있는 최대크기는 520mm 이나 편의상 500으로 잡자)로 판넬을 만들고 부족한 200mm는 따로 만드는 것이다.
- 위 그림에서 보듯 3장으로 판넬을 만들고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원재료 2장만 더 있으면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결국 5장으로 같은 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 6-5/6 x 100 = 16.7%의 자재 절감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며
-> 절단공정 또한 12번 -> 7번으로 5번을 줄일 수 있고
-> 기타 뒤에 붙이는 보온재 역시 절단공정을 줄인다.
-------> 결국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20% 가까운 원가 절감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4) 부자재 발주 요령
<1> 기존 발주 방식
부자재로 사용되는 각종 자재들의 경우 한 제품에 필요한 것 x 200 개 이런 식으로 발주를 하고 있었다. 수입자재들이 대부분이라 재고를 안고 가는 것은 필수적이다.
-> 그런데 이게 무엇이 문제냐면 그들이 선택한 제품이 대표성이 없다는 것이다. 제품의 종류가 다양한 ITEM의 경우 각 제품별 소요되는 자재들이 다르고 결국에는 1년에 1개가 필요한데도 200개의 자재를 발주하게 되고 그것은 악성재고로 남게 된다.
# 놀라운 것은 옮겨온 지금의 회사도 이렇게 한다는 것이다!!!!!!!!!!!!!!!!
<2> 나의 발주 방식
- 일단 현재 재고를 종류별로 파악해 DATA BASE를 만들었다.
- 각 P/J별 향후 소요량을 입력해 단 1개의 오차도 없도록 했다.
- 불량, 긴급 P/J에 대비한 적정 재고량을 정해 놓았다.
- 현재 재고 - 향후 2달간 정확한 사용량 = 남는(또는 부족한) 재고를 뽑고
거기다 적정 재고량까지 감안해 자동 연산되도록 했다.
-> 예를 들어 어떤 자재가;
- 현재 재고(10개) - 향후 2달 정확한 사용량(30개) = 남는(또는 부족한) 재고(-20개)가 되며, 적정 재고량을 (15개)로 가정한다면
- 실제 필요한 발주량은 -20-15 = -35, 즉 35개가 되는데 정확한 사용량만 입력하면 이 모든 것이 자동으로 계산된다는 얘기다.
(저 방식은 정말 꼼꼼하게 한 것이고, 대개의 경우 3달 평균 사용량만 DATA BASE 해서 발주해도 무난하다고 볼 수 있다.)
- 그리고 현재의 총 자재 재고 원가가 자동 계산되고 그것들의 합계도 자동으로 계산되도록 했다.
-> 즉, 분기별 재고 파악이 필요 없다는 얘기다.
5) 현재 나의 소프트웨어적 정리
<책상>
내 책상 사진이다.
- 개인적으로 해야할 일.
- 모든 부하직원들의 1달 업무 내용
- 현재 파악된 향후 3년 이내 P/J 별 각종 DATA
-> 고객명, P/J명, 수량, 납기, 영업사원명, 설계사원명, 승인도 송부일, 고객 승인일, 각종 생산도 출도일, 기타 사항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지금은 A3 한 장에 이 모든 DATA를 프린트하여 관리하고 있다. 즉, 누가 무엇을 물어도 이 자료 한 장이면 된다는 얘기다.
오늘 올린 글은 제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잘 이해할 만한 것들인데 실제로는 정말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하는 회사가 많아서 옆에서 보면 답답하다. 중견기업도 그러할 진데 소규모 회사는 이렇게 새는 돈이 만만찮을 것이다. 지난 편에 올렸던 회사는 내 조언을 들었으면 연간 10억 원은 절감할 수 있었음을 DATA로 증명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어지간한 회사라면 지난 편과 이번에 올린 내용만 잘 적용해도 원가 절감을 5% 이상 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의 나는 담당하고 있는 제품에 20%의 원가절감을 하고 있고 그래서 한국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와 경쟁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담당하지 않는 제품? 건들다가 나만 찍혔다. 그래서 조용히 살고자 한다.
오늘 글은 최대한 쉽게 썼지만 제조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은 생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리를 이해하면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노하우들이 제법 있다. 사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노하우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나 지면의 한계로 여기까지만 적는다.
- 끝 -
오늘은 보너스 사진이 있다. 내가 교사로 자원봉사를 했던 아프리카 가나의 AKUFFO TOM SCHOOL의 전경과 학생들이다. 다음에 아프리카 여행기, 캐나다 이민 생활 등도 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