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좋은 느낌] 모두 다 내 이야기 '바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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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내 이야기 '바넘효과'

글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누구에게나 발견되는 보편적인것인데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성향을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고 부른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대중 심리와는 다른 길로 가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11월 어느 날, 한 신문에 게재된 ‘오늘의 운세’를 보자. 다음의 운세가 각각 무슨 띠, 몇 년생에 해당될까.① 몸수가 불길하니 건강주의할 것. ②가망성 없는 일로 헛수고 말 것. ③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 것. ④ 사업가 직장인은 어려움에 대비할 것. ⑤ 빈 항아리가 요란한 격에 유의할 것. 답은 모두 용띠이고, ① 1940년생 ② 1952년생 ③ 1964년생 ④1976년생 ⑤1988년생의 운세다. 먼저 ①은 만 71세이니 건강 조심하라는 조언은 하나마나한 얘기다. ②는 퇴직 후일 자리로 고민하는 세대라면 당연할 것이고, ③,④, ⑤는 어느 세대에나 해당되는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오늘의 운세라는 게 대개 이렇다. 용띠가 아니라 쥐띠, 소띠의 운세라고 해도 대동소이하다. 모두 내 이야기 같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격이나 심리적인 특징이 누구에게나 발견되는 보편적인 것인데도 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성향을 ‘바넘효과 (Barnum Effect)’ 또는 ‘포러효과(Forer Effect)’라고 부른다. 바넘효과는 19세기 미국의 서커스단 흥행사인 피니어스 테일러바넘(1810~191)의 이름을 딴 심리학 용어다. 그는 서커스 공연장에서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관객들의 성격, 특성 등을 알아맞힌 것으로 유명했다. 관객을 한 명씩 짚어가며 당신은 이러이러한 사람일 것이라고 지목했는데 하나같이 정확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바넘이 속임수를 부렸다고 의심했지만 그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1940년 말 심리학자 버트 람포러가 심리 실험을 통해 바넘효과를 증명했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성격진단 테스트를 실시한 뒤 결과지를 주었다. 내용은 모두 똑같았다“. 당신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종종 외향적이고 붙임성이 있으며 사회성이 좋지만 가끔은 내향적이고 주의 깊고 과묵한 때도 있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각자 받은(실은 똑같은) 결과 지가 자신의 성격과 얼마나 부합되는지를 0~5점으로 매기도록 했다. 학생들이 매긴 점수는 평균 4.26점이나 됐다.

하지만 그가 준 결과 지는 신문에 실린 별자리 운세를 마구잡이로 섞어놓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성격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성격이라고 믿은 것이다. 이런 경향은 사회통념상 우수한 것, 좋은 것과 자신에게 유리한 것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혈액형별 성격 유형도 마찬가지다.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못됐고, O형은 독불장군이고, AB형은 복잡하다는 속설도 바넘효과의 한 유형이다. 어떻게 세상 사람을 단순히 4가지 유형으로만 나눌 수 있을까. 그럼에도 누구나 혈액형의 성격 유형과 자신의 성격을 동일시한다. 혈액형별 유형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격 유형을 나열한 것이란 사실은 무시된다. 점쟁이야말로 바넘효과를 이용한 장사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년 여성이 점 보러 왔다면 대뜸 “남편이 바람 피우는구먼” “, 애가 그렇게 속을 썩이니, 쯧쯧” 하고 툭 던진다. 그러면 십중팔구 중년 여성은 점쟁이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또 주위 사람들에게 그 점쟁이가 용하다고 소문을 내고 다닐 것이다. 중년 여성의 고민이 남편과 자식을 빼고 나면 뭐가 남겠는가. 요즘 20대의 고민은 필시 취업일 테고 40,50대 남성이라면 출마나 사업 운세를 보러 왔기 십상이다.

사람을 자주 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를테면 경찰관, 은행원, 상담사, 교사 등)은 오랜 경험을 통해 낯선 사람을 만나도 성격특성 등을 80%쯤은 맞힐 수 있다고 한다. 하물며 하루에도 수십 명씩 점을 봐주는 점쟁이라면 첫인상에서 고객의 처지를 80% 이상 파악하고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직업을 바꿔야 할 것이다.

운세라는 게 모두 내 이야기 같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재테크 성공 위해선 남과 다른 생각 필요

재테크에서도 바넘효과는 얼마든지 작용한다. 보험설계사는 어쩌면 그렇게 내게 꼭 필요한 보험만 소개하는지 궁금하다. 서둘러보험을 들었다 뒤늦게 후회할 때도 많다. 이는 설계사가 상대방의 나이와 가족, 직업, 재산상태를 감안해라이프사이클상 가장 절실할 것으로 짐작되는 보험 상품만 권하기 때문이다. 20, 30대면 건강보다는 목돈 마련과 자녀를 위한 보험에 관심을 둘 것이다. 40대는 노후 대 비용 종신 보험이나 연금보험,50대 이상은 건강보험에 관심을 갖는 게 보통이다.

케이블TV의 증권투자상담에서도 바넘효과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상담의 고수라면 투자자의 상담전화를 받을 때 목소리만으로도 연령대, 교육 수준, 투자 지식, 손실 규모에 대해 감을 잡는다. 투자자의 유형에 따라 그에 적합한 일반적인 조언만 해줘도 투자자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양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조언내용은 사실 누구에게나 해당될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오죽 답답했으면 상담까지 요청했겠는가. 그렇기에 웬만큼 위로와 격려가 되는 조언이라면 모두 자신을 위한 맞춤 상담처럼 들릴 것이다.

자신이 처한 사정이 어려울수록 귀가 얇아지는 게 사람이다. 집안에 큰 병을 앓는 환자가 있다면 길 가다가도 어떤 의사가 용하다는 소리만 나와도 귀가 솔깃해진다. 주식에서 큰 손실을 본 투자자일수록 주위에 떠도는 이른바 대박종목이나 작전주로 단숨에 만회하려고 매달리기 일쑤다. 그런 식으로는 백전백패다.

결국 재테크와 투자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대중심리와는 다른 길로 가야만 한다. 남들이다 던질 때 사고, 너도나도 덤빌 때 던질 만한 배짱이 없다면 주식투자는 접는 게 상책이다.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물론 대중과 반대로 행동하는 게 말처럼 쉬웠다면 누구나 부자가 됐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하루 상한가이면 15%가 뛰는 주식을 놔두고 이자가 연 3, 4%밖에 안되는 은행예금을 드는 사람이 더 많은 게 아니겠는가?

 Tips 

바넘의 20가지 富의 황금률

바넘은 사기꾼 소리를 들을 만큼 거짓말도 잘했다고 한다. 그의 저서 중에 '세계를 속인 사기꾼'이 있을 정도다. 바넘은 1841년 뉴욕에서 박물관을 인수해 온갖 서커스 공연을 펼쳤다. 물고기에 동물 털을 붙여놓은 '털 달린 물고기', 물고기 머리에 원숭이 몸통을 붙인 인어 등 가짜 전시물로 큰 돈을 모았다. 1871년에는 '지상 최대의 쇼'라는 이름의 서커스 순회 공연을 별여 대성공을 거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백만장자가 됐지만 말년에는 고향인 코네티컷 주에 엄청난 땅을 기부해 오늘날 시사이드파크가 됐다. 바넘은 "부자를 위해 서커스를 해왔지만,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바넘은 엄청난 부를 모았던 비결을 20가지로 정리했다.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와 닿는 부의 황금률이다.

1. 천직을 혼동하지 마라: 어떻게 하면 이 일을 그만둘까 하고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

2. 적절한 위치를 선택하라: 자신의 일을 먼저 찾고, 그 다음 기회를 주는 곳을 찾아라.

3. 빚을 지지 마라: 돈에 지배 받지 말고 스스로 돈을 지배하라.

4. 에너지를 분산하지 마라.

5. 끈기를 가져라.

6. 무슨 일이건 전력을 다하라.

7. 자기 일에 전문가가 되라: 완전히 미치지 않고 성공을 바라지 마라.

8. 최고의 직원을 고용하라: 타인의 경험이 주는 이익을 즐겨라

9. 내 자리에서 최고가 되어라.

10. 체계적으로 일하라: 반만 일하고도 두 배의 성과를 내라.

11. 정규사업 외의 투자를 조심하라: 능력 이상의 요행을 바라지 마라.

12. 담보 없이 보증을 서지 마라: 보증 탓에 친구와 자신까지 망친다.

13. 신문을 읽어라: 신문은 인생의 동반자다.

14. 광고하라: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15. 남에게 베풀어라: 돈을 쓰면서 더 많이 불려라.

16. 고객을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하라: 사업에서 최고의 자본은 친절이다.

17. 정직하라: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은 정직이다.

18. 유용한 기술을 배워라: 나만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춰라.

19. 희망을 가지되 지나친 공상은 피하라: 알이 깨기도 전에 병아리부터 세는 실수를 조심하라.

20. 일 얘기를 함부로 하지 마라: 사업 기밀은 잘 되든 못 되든 절대 말하지 마라.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베테랑 경제 전문 기자. 쉽고 사례가 풍부한 기사와 다양한 방송 매체에서 알기 쉽게 경제 이슈를 풀어주는 해설자로서 정평이 높다. 저서로는 일상에 숨어 있는 경제원리를 찾아서 알려주는 경제 입문서 『자장면 경제학』이 있다.

[2011-12-01]

<출처: 미래에셋은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