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59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염혜원 시인의 <귀로>와 전현주 시인의 <인생> 두 편을 소개한다.
1. 따뜻한 휴머니티가 묻어나는 영혼의 전등을 밝히다.
귀로(歸路)는 1. 돌아오는 길. 2. [전기·전자 ] 전원에서 부하로 전력을 공급하는 회로. 또는 선로에서 전류가 돌아오는 회로의 뜻을 지닌다. 인용된 디카시는 '돌아오는 길'에 해당한다. 어둠을 잡아주는 '줄줄이 전등'의 영상 기호를 통해 평화와 안식의 이미지로 연출하고, 또한 귀로를 밝힌 전등과 기억을 동일시하는 세련된 수사를 바탕으로 희망의 청사진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캄캄한 날에도 내게 오는 길이 빛나도록'과 같은 절창의 시적 언술로, 마침내 디지털 세상을 밝혀주는 북극성 같은 방향성을 구현하고 있다. 염혜원 시인의 감성과 따뜻함이 깃든 작품, <귀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디카시
귀로 / 염혜원
기억
하나하나씩 밝혀
길을 만들어요
캄캄한 날에도
내게 오는 길이 빛나도록
'기억 하나하나씩 밝혀 길을 만들어요'의 시적 진술을 통해, 이격된 인간미를 회복시키면서 동시에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고 있는 감성의 촉이 참으로 섬세하다.
2. 자기 진단과 탐색을 거쳐, 한계 상황을 극복하다.
인간의 삶은 노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을 가능하게 만들려면 적절한 도구, 일하기 편한 작업복, 신고 편안한 작업화 등의 구색을 갖춰야 작업의 속도나 능률을 높일 수 있다. 이중에서 편안하게 착용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활동화를 중심 소재로 부각시키고 있는 전현주 시인은 <인생>에서 자신을 다독이며 살아가는 소시민적 시선으로 긍정적 삶을 견인하고 있다.
'오늘을 딛고 서서 / 고도를 기다린다'에서 고도는 이미 오지 않을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으면서도 끝없이 기다리는 존재일 수 있다. 아울러 고도(Godot)는 영어의 'God'과 프랑스어의 같은 뜻의 말 'Dieu'의 합성어이다. 이에, 고도는 신(神), 간절히 기다려도 오지 않는 구세주라고 볼 수 있다.
'고도를 기다린다'는 마지막 시적 울림 속에는 타이트한 하루를 딛고 일어서려는 강한 의지가 피력되어 있다. 일종의 희망 메시지 또한 함유되어 있다. 여기서 고도는 신(神)일 수 있으며, 구세주일 수 있다. 더 나아가 활동화 한 벌로, 꼬인 정체성을 회복하고, 한계 상황을 초월적 자세로 극복하고 있다.
디카시는 1초 또는 3초 짜리 한 편의 기획 영화이다. 디카시를 창작하는 작가가 곧 영화감독의 입장에서 디카시의 종류, 형태, 테마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영상기호와 문자기호로 융합된 멀티언어를 기획할 수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에서 디카시 감성 치유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디카시를 사랑하면 할수록 세상을 모두 디카시 신대륙으로 바라보게 된다. 디카시 소재별, 형태별, 주제별로 전문적 세계가 축적되면 디카시 콜럼버스가 될 수 있다.
디카시는 대한민국이 종주국이다. K-디카시 열풍이 뜨겁다. 디카시 한글 문화콘텐츠가 디카시 해외 공모전을 통해 디카시 "붐" 조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디지털 세상 곳곳을 밝히는 디지털 별이다. 디카시 창작을 위해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기회가 생길 수도, 사라질 수도 있다. 그 기회는 디카시 작가로서 문학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지닌 작품의 탄생을 말한다. (끝)
[금주의 디카시]에는 최보경 시인의 <마중물>을 소개한다.
#금주의디카시
마중물 / 최보경
사랑한다 말 한마디
인연의 불 지핀다
날마다, 하 세월 퍼 날라도
메마르지 않을 사랑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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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은 순수한 우리말로, 메마른 펌프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뜻한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인연의 불을 지피는 마중물임을 밝히고 있다. '날마다 하 세월, 퍼 날라도'와 같이 단순한 펌프질이 아닌 세월의 펌프질임을 회자시키고 있으면서, '메마르지 않을 사랑의 성지'로 귀결시키고 있다. 아름다운 귀결점을 제대로 찾은 것이다.
상대의 가슴을 움직이게 만드는 그 뒤에는 진심이 담긴 사랑의 마중물이 비롯되었음을 엿볼 수 있으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구가하고 있는 최보경 시인의 <마중물>은 우리 사회에 잔잔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마중물>은 진솔하고 담백한 사랑이 결국 봄의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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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멀티언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박동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자신의 심장처럼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영웅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