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학창시절 깊어가는 가을날
레미 드 구르몽의 詩를 읽으며
그당시 교정에 흔히 있는 플라타너스나무 아래서 낙엽을 밟곤했지.
젊은날 여친과 야외로 갈라치면 느티나무나 포플러 즉 미루나무잎이 하늘거렸지.
이제 역동의 세월이 지나고
옛 고향으로 돌아온 지금
옛 기억의 나무는 더이상 보이지 않고 메타세쿼이아, 은행나무, 단풍나무...
새 기억의 나무들이 가을의 깊이를 더한다.
겨울의 문턱에서 낙엽을 밟는다는 것은
또 한해를 보내는 전주곡이다.
떨어진, 아름답게 떨어진 낙엽을
다시 흙으로 보내는 聖스로움을 위하여
새신을 신고 가볍게 혹은 무겁게 밟아주는 것은 조물주를 향한 경외감이다.
바싹마른 가랑잎을 밟으면 뽀시럭, 바시락거리는 아싹거림이있고
샛노란 은행잎을 밟으면 마치 유럽 고성의 융단을 걷는 것이고
단풍나뭇잎을 밟게되면 왠지 눈물이 난다.
한때는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잎이지만
떨어지니 땅위에 찢기어져 알함브라의 슬픔을 담게된다.
메타세쿼이아. 너는 누구냐.
수억년전 화석으로 있다가 근래에 급속히 퍼진 요상한 ...가시같은 나뭇잎이지만
떨어지면 구석 곳곳에 끼여서 귀찮게하다가
비오거나 바람불면 날려서
한곳으로 모이는 잎이로다.
그래도 밟으면 푹신한 것이 마치 비밀의 정원 숲의 느낌인지.... 석탄기의 공룡이 밟고 지나가는 감촉을 주는구나.
발바닥은 아직도 옛 시절을 노래하는데
머리는 흐려지고 추억은 빛바래며
가슴은 차거운 대지위에 식어가는구나....
시므온. 나와 함께가자. 저 가을 너머로...
낙엽이 눈에 쌓여 새싹으로 나올때 까지.
시므온. 거긴 새 봄이 있으리니
포플러나무가... 플라타너스나무가.
느티나무가 그립구나...
시므온 함께 가자 낙엽 밟으며 같이 가자.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