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特異)란 말그대로 보통 것과 두드러지게 다른,
혹은 보통보다 뛰어난
이란 뜻이다
3층 특이사항 없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나는 혼자 쿡 웃었다
1
장미방에 계신 이현례 어르신 생각이 났다
저녁을 먹여드리는 중이었다
몸이 불편하셔서 침대에 누우신 채 떠드리는 식사를 받아드시는 분인데
요즘 좀 친한 척 하느라고 밥먹을 때 듣건말건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맛있냐고 한숟가락 뜰때마다 여쭙고
이번엔 무슨 반찬인데 어땠냐고 하고
잘먹어서 이쁘다고 하고 하여간 나름대로 수선을 피는데
느닷없이 이현례 할머니가 입을 안벌리고 나를 쳐다본다
나는 무슨 일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머니를 쳐다보았더니
할머니가 갑자기 웃으면서 "까꿍"하고 크게 말하셨다
허걱!
다른 할머니라면 모를까 이현례 할머니가 ......
잠시 아주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나는 식판을 내려놓고 크게 웃었다
할머니도 크게 웃었다
이거야 말로 대박 특이사항 아닌가 ㅋㅋㅋ
2.
개나리방 동규 할머니하면 말없이 웃으시기만 하기로 유명하다
또다른 것은 기저귀 못갈게 하시기로 유명하다
바싹 마른 손으로 우리 손을 잡으면 여간해서 빼내지지가 않을 정도로 안압이 대단하다
그런데 오늘 오후 기저귀를 가는데 아무 반항이 없다
"어? 할머니 왜 안잡아요? 너무 착해진 거 아니에요?"
그러자 할머니 특유의 웃음을 씨익 웃더니
"참 좋은 사람이여, 이쁘고"
"이쁘고 뭐요?"
"이뻐"
흐흐흐 드디어 노래 부른 효과가 나타났다
할머니 기저귀 갈 때마다
"동규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할머니"
하고 노래를 불러줬더니
3.
수지침 자원봉사를 나왔다
이례 할머니가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침을 맞고 싶어하셨다
그래서 할머니도 맞고 나도 너무 허리가 아파서 맞았다
할머니 다 맞고나서 역정을 내신다
"다리가 아프다니까 왜 손에만 침을 놓고 다리엔 안놔줘?"
윽!
왜 수지침인가 설명해도 돌아서면 또 같은 말씀 ㅋㅋ
수지침을 맞고 기다리는데 그 분 말씀이
"기가 약하면 침이 다 누워요. 수지침은 살짝만 놔도 다 서거든요. 할머니를 보세요 침이 눕죠?"
나는 손을 슬그머니 감췄다
침이 눕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침을 빼며 하시는 말씀
피가 많이 탁하시네요 ㅠ.ㅠ
그분이 가시려는데 이례 할머니
"침을 맞았는데 어째 다리가 그냥 아프다요?"
"할머니 침 놓자마자 낫는게 아니고 하루 기다리세요"
그러고 나서 저녁 때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워드리며
"아이고 허리야, 침 맞았는데 하나도 안나았네"
그러자 이례 할머니
" 침이 맞았다고 금방 낫간디? 하루 저녁 자고 나불면 낫지"
허거
이상 특이사항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