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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황금의 땅 ㅡ3권 15 "여어,미스터 김.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소.이거 기다리게 해서 미 안합니다. " 김이라고 불린 사내는 크링거의 손을 잡으며 따라 웃었다. "그 동안 이쪽에 사건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별일 없으 셔서 다행입니다. " "그거야 언론들의 놀음이지. 뭔가 터져야 시청률이 높아질테니까." 그들은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앉았다. "아마 사건이 없으면 사건을 만들려고 할거요.그래서 경찰과 기자 는 사이가 안 좋은 겁니다. 하나는 사건을 막으려고 하고 한쪽은 될 수 있는 한 길게 끌려고 하거든, " 김종무는 머리를 끄덕였는데 건성이었다. 크링거가 아무렇지도 않 은 듯이 이야기를 했지만 예전의 그와 많이 달라져 있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었다. 전에는 LA에 도착하면 그의 부하들이 리무진에 태워 곧장 패사디나 근처에 있는 크링거의 저택으로 모셔다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LA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야 크링거를 만날 수가 있었다. 그것도 호텔을 세 번이나 옮기고 나서 크링거가 호텔 방 으로 찾아온 만남이었다. "어했플 그 일 때문에 내가 활동에 조금 제약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크링거가 한쪽 다리를 꼬아 걸치며 김종무를 바라보았다. "어때요? 미스터 리는 별고 없습니까?" "네, 저희 보스는 저에게 대신 안부를 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고맙군. 그렇게 전해 주시오." 크링거는 머리를 들어 김종무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를 두 번째 만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쪽에서 단단히 기대를 하고 온 모양이었 다. 서울의 이성철이 세 번이나전화를 해서 그쪽시장의 가능성을 선전 하면서 이번에는 4백만 달러어치의 물량이지만 5개월 후에는 1천만 달 러어치의 물량을 가져갈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이다. "김, 내가 듣기로는 당신들이 홍콩하고 태국에서 물건을 들여오려고 한다던데, 그것이 잘 안되었소?" 크링거가 웃음 띈 얼굴로 묻자 김종무가 눈을 깜박이며 덕을 들었 다. "들여오려고 했던 게 아니라 시장조사를 했을 뿐입니다. 잘 아시학 시피 국내의 일부 세력들이 그쪽에서 물건을 들여 놓고 있어서요." "그러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던데, 한국도 패 살벌해진 모양이오. 죽 은 미스터 강은 그쪽에 패 기반을 굳혔다던데." "그렇습니다. 동남아의 공급자들하고 패 친했다고 들었습니다. " "이젠 경쟁자가 없어져서 미스터 리가 한몫 잡겠군. 그렇지 않소?" 김종무가 그를 바라보던 시선을 내렸다. 떤히 알면서 묻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마약의 거래는 이성철보다유장수의 기반이 더 굳었 고 경력도 길었다. 이성철은 동남아 지역의 공급자들과 직거래를 맺으려고 노력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공급업자들이 강일준의 거래 라인 을 례들어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강일준은 공급받았던 마약을 대부분 유장수에게 넘겼으므로 유장수측에서 그들에게 거래 제의를 했다면 성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한 지역에 하나의 거래업자를 내세워 지역별로 가격의 차이 를 없애는 방법을 쓴다. 그러나 이쪽은 다르다. 남미에서 생산된 마약 은 대부분 크링거의 은을 통하는데, 한국은 아직 크링거로부터 구매를 해 본 경험이 없었고 이번이 처음 시작인 것이다. "미스터 리는 한국 시장을 곧 장악하게 될겁니다, 크링거 씨. 미스터 유는 동남아에서 들여온 물건을 팔고 있지만 그들로부터 신용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폐냐하면 미스터 강을 살해한 것이 미스터 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스터 강을 유인해서 榮아 죽이고는 물건을 강탈해 서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 김종무가 준비해 두었던 것처럼 막히지도 않고 이야기를 하자크링 거는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핀국은 잠채력이 있는 시장이었다. 국민소득에 비추어 마약의 공급 이 너무 적은 것이다. 그만큼 단속이 심한 탓도 있지만, 반대로 이윤은 단속이 심한 만큼 많이 남는다.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세 배 가까운 비싼 가격으로 넘길 수가 있었다. "미스터 유라는 작자는 믿을 수가 없겠구만. 언제 총부리를 나한테 겨눌지 모르겠어." 크링거가 그를 향해 웃자 김종무가 어깨를 내리며 따라 웃었다. 마 약의 원산지인 콜룹비아의 카를로스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그 를 만날 길도 없으려니와 그에게 4백만 달러를 들고 값다가는 그 돈으 로 코를 풀어 내버리든가 돈만 빼앗기고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겨우 살아나온다 하더라도 이쪽 크링거의 일당에게 잡혀 뒤통 수에 바람구멍이 생기게 된다. 그들은 생산업자와의 직거래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좋소,미스터 김.우리 이제부터 거래관계를 맺어 봅시다. " 크링거가 상체를 세우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도 진작부터 계획을 세우고 있었소." 김종무는 가습이 뛰었으므로 어금니를 물고는 시선을 내려 시치미 를 떼었다 이쪽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마약공급뿐만 아니라 판매에 대한 지원 까지 받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들은 물품의 통관부터 판매에 대한 견제 세력이 있으면 그것까지도 청소해 주었다. 김종무는 머리를 끄덕이며 자세를 고쳐 맞았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지미 골드는 차 안으로 들어와 고영무의 옆자리에 앉더니 차 안을둘 러보았다. "워싱턴에 있는 우리 빅보스가 이런 차를 타고 있는 걸 보기만 했는 데 오늘 처음 타 보는군, " 그는 가죽으로 된 시트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다가 앞쪽에 놓인 소형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이런, 샴페인 대신 위스키를 넣어 두다니, 자네도 형편없는 친구로 군." "지미, 용건을 이야기해. 차구경 하려고 만나자고 한 것은 아니겠 a1?" 고영무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자 지미가 냉장고의 뚜껑 을 닫았다. "동양인들은 대체적으로 유머가 없단 말이야. 여유 있는 생활을 하 지 못하고 있어." "이봐, 자네가 만나는 동양인은 마약 소지자이거나 그런 혐의자야. 마약부원 앞에서 유머러스해지겠나?그런다면 당장에 자네 주먹에 얻 어맞을텐데 말이야." "자네를 봐도 알 수가 있다니까, 고. 저쪽 옆자리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나? 우지 기관총인가?" 그가 고영무의 옆쪽팔걸이를 가리켰다. 대형 링컨 콘티넨털을처음 타 본다는 그는 팔걸이의 뚜껑을 열면 물품들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잘 아는군, 지미 . 실탄 60발이 장전되어 있지." 힐끗 고영무의 얼굴을 바라본 지미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두 다리 를 주욱 뻗었다. "크링거는 백악관에서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보류시키고 있는거야. 그 이유는 우리 빅보스인 로스만하고 안보 보좌관인 포크너,그리고 대통령밖에 몰라. 그걸 가지고 날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란 말이야." "난 오늘 2주일 만에 자넬 본거야. 자낼 볼 기회가 없었어, 지미 ." "나이 삼십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차를 끌고 다니고, 백만 달러가 넘 는 해변가의 저택에서 살고 있어,자네는. 미국은 기회의 나라라는 생 각이 들거야. 그렇지 않나?" 지미가 손바닥으로 가죽 팔걸이를 가법게 두드리며 말했다. "UCLA의 모통이 길에서 건달 세 놈이 벌통 세 개가 되어 죽어 있 더구만, 신문에는 폭력배들의 영역 다통이라고 났고 경찰들도 그렇게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날 이후로 자네의 콘티넨털이 없어지고 이놈 이 나타났단 말이야." 그는 다시 의자의 손잡이를 두드렸다. "나는 자네에게 경고해 주려고 왔어.자네 할 일은 이제 끝났어,고 자네 원수도 갚았지 않나?보상도 충분히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영무는 머리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지미, 자네가 만나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야. 자네는 잘못 찾아왔 어. 내가 자네에게 페르난도를 알려 줬지만 자네는 페르난도는커넘 그 하수인 매린과 밀리카를 하루도 안되어서 집으로 돌려보냈지," "그리고 자네가 매린을 美았고." 지미는 입술 끝으로 웃으며 손으로 권총 모양을 해 보였다. "그리고 밀리카를 잡아다가 무슨 흥정을 하였나?크링거의 저택이 2 차대전 때 노르망디 근처의 농가꼴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건 저희들끼리의 싸움이었겠지 " 지미 의 얼굴이 팽평해졌다. "고, 난 증거가 있어, 제보도 받았고. 크라우스를 처치한 것도 자네 습씨야." "그렇다면 잡아 넣지 그러나?" "그럴 작정이야." "아닌 것 같은데. 자네는 날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빌어먹을." 지미가 주먹을 쥐고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렸다. 세게 쳤으나 가죽의 탄성이 좋았으므로 주먹편 괄이 우스꽝스럽게 튀어 올랐다. "네가 라파엘의 일만 하지 않고 있었다면 벌써 잡아 넣었을거야!" 그가 얼굴을 붉히며 고영무를 노려보았다. "그 빌어먹을 포크너가 언제부터인가 라파엘을 싸고 돈단 말이야!" "어줬든 넌 운이 좋은 줄 알라구, 고." "당연한 일이야, 지미." 고영무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동안 차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문득 고영무가 창 쪽의 가죽 팔걸 이를 손으로 두드리면서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이봐, 지미 . 이곳을 열어 보고 싶겠지?" 지미가 눈샙을 치켜 뜨고는 그를 榮아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시가 피우겠나?" 그는 팔걸이의 뚜껑을 열고 시가 상자를 꺼내었다. "선물로 주겠네, 한 상자를" "보스, 지난번 UCLA 옆길에서 부딪친 놈들은 다운타운의 건달들 입니다. " 짐 버클리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놈들은 페르난도나 크링거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놈들이었어요. 그 중 두 놈은 폭력행위나 절도 등의 전과자였고 한 놈은 마약복용으로 벌금형을 받은 놈이었는데," 고영무는 팔장을 편 채 잠자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놈들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그했는지 저희들이 알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난데없는 놈들이어서." "알았어, 짐. 어차피 경찰이나 마약부 쪽에서도 알아 내려고 하겠지. 마약부가 누구에게 당했는가는 아는 모양이니까 왜 그했는가를 찾아 볼거야." 고영무가 등받이에 등을 기대자 짐은 머리를 돌렀다. 지미를 만나고 나서 산타모니카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를 만나 서로 언성을 높이고 화도 내었지만 고영무는 그를 향해 언제나 호의를 감추고 있었다. 그가 미국인으로서는 처음 가슴을 털어 놓은 사람이기 때문인지또 모른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매린과 밀리카를 찾아 내기 위해 함께 움직였던 동류 의식이 기억에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그는 오늘도 경고하러 왔다면서 화를 내고 비꼬았지만 그와 헤어진 지금 정리해 보면 그는 충고를 주고 간 것이었다. 그리고 규칙을 벗어 나지 않는 범위에서 정보도 주었다. 미국에서 라파엘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그의 말대로 라파엘의 일을 맡기로 한 자신에게 커다란 우산 역 할을 한 것이다. "짐, 카를로스의 집행관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문득 고영무가 묻자 짐이 이쪽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저었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보스." 페르난도의 거처를 찾기 위해 짐이 부하들을 동원해 보았으나그는 자취를 감춘 채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페르난도가 이쪽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LA에 있는 콜를비아 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는 고영무 때문에 돈과 명예 와 가족의 일원인 매린까지 잃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모두 알고 있었 다. "페르난도가 그렇게 되었으니 누가 그를 대신해서 크링거와 거래를 하겠군 그렇지?" "그렇습니다,보스. 당연하지요.지금은 내전이 심해져서 자금이 더 많이 들겁니다. 카스틸로 정권은 썩었습니다. " 짐은 아예 뒤쪽의 고영무를 바라보고 돌아앉았다. 그의 얼굴은 상기 되어 있었다. "전에는 카스틸로 정권의 고위급들이 마약 대금의 일부를 상납받았 지요. 그것으로 군사장비도 사고 어떤 때에는 다리도 놓고 했습니다. 그령지만 이제는 모두 저희들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 "지금은 부대별로 돈을 받는다고 합니다. " "부대별로 돈을 받다니?" "지역에 주둔해 있는 카스틸로의 부대들이 카를로스의 부하들에게 안전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전보다 및 배 더 돈이 들어가지요." H‥‥ "위에서 섹은 냄새를 풍기니까 아래에서는 부끄러울 것도 없습니다.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있지요." 고영무는 이제 어렴풋이 백악관의 고위층에서 라파엘을 지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권을 쥔 카스틸로는 이제 공공연히 카를로스 의 사업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마약은 콜롬비아의 고원지대에서 얼마든지 거둬 들일 수 있었다. 한 달에 10톤의 물량을 실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 카스틸로 대통령이 미국군과 합동으로 작전을 벌였다던 데, 중부 고원지대에서. 그건 어떻게 된거야?" 고영무가 묻자 짐이 입맛을 다시면서 머리를 저었다. "정보를 미리 주어서 놈들은 모두 도망쳤다고 합니다. 애꿎은 원주 민 마을 두 개를 폭격해서 원주민들만 죽였습니다. " "미국 신문에도 백여 명을 체포했다고 했어. " "원주민들입니다. 지금증 모두 풀어 주었거나 미국 눈치를 보느라고 총살시켰거나 했겠지요." 고영무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것으로 라파엘의 대리인 노릇을 하게 되는 명분은 싫다. 카스틸로 정권이 부패했다는 것은 보고타에 있을 적에 어렴풋이 짐작하였고,어 졌든 그 정권하에서 살인범의 누명을 쓴 입장이었다. 그것을 벗어나려 면 그와 반대쪽인 라파엘을 도와야겠다고 마음을 덕었던 것이 이제는 명분까지 얻게 된 것이다. 가르시아는 장신의 베스티조였다. 키가 1미터 90이 넘었을 뿐만 아 니라 몸무게도 150킬로 가깝게 되는 거인이었는데도 행동이 빨랐고,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수준 이상의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힐튼 호텔의 프런트에 다가서자 위압감을 느편 담당계원이 눈 을 껌백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난 예약을 했는데." 그를 향해 웃어 보이자 그의 얼굴에서 어린아이 같은 천진스러움이 배어났다. 저도 모르게 따라 웃으며 계원이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온 가르시아요. 여기 내 여권이 있습니다. " 그는 여권을 그의 앞으로 밀어 놓았다. "아, 외교관이시군요, 선생님." 여권을 펴 든 계원이 놀란 듯 머리를 쳐들자 옆쪽애서 백발의 지배 인이 다가왔다. 그는 여권을 힐끗 보고는 가르시아를 향해 머리를 숙 였다. "저희 호텔을 찾아주석서 영광입니다, 대사넘. 이쪽으로 오시지요." "지배인, 내 일행이 있습니다만." 가르시아가 웃는 얼굴로 뒤쪽을 가리켜 보였다. 두 명의 사내가 이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가르시아와 마찬가지로 말쪽한 정장 차림이 었는데, 한 명은 스페인계 백인이고 다른 한 명은 혼혈임에 틀림없다 고 지매인은 생각했다. 그들도 모두 외교관일 것이다. 그들에게 여권을 받아 프런트의 계원에게 넘긴 지배인은 자신의 예 상이 적중한 것에 만족했다. 거인은 대사급이 소지하고 있는 1급 외교 관 여권을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둘은 영사급인 2급 여권이었다. 잠시 후 지배인의 안내를 받은 그들은 18층의 특실에 들어딘다. "이 방이 대사넘의 방이시고 영사넘들의 방은 옆으로 나란히 있습니 다. 불편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고맙소, 지배인. 친절하십니다. " 가르시아가 그를 향해 활짝 웃었다. 지배인이 방을 나가고 등뒤로 문을 닫은 가르시아의 얼굴에서 순식 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외교관 여권이 편하기는 하군." 이맛살을 찌푸린 그가 소파에 털썩 않았으므로 소파의 스프링이 찌 그덕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돈이야, 가르시아. 돈이 그렇게 만든거야." 로베르토가 빙긋 웃었다. 그는 스페인계 백인처럼 보이는 사내였다. 지배인이 짐작한 대로 그는 스페인이 콜름비아를 정복한 이후로 350년 간 순수한 혈통을 지녀 온 가계의 사내였다. 다른 사내는 말없이 창문을 열어 베란다를 내다보다가 화장실 문을 열어보면서 분주했는데, 그는 가르시아와 마찬가지로 메스티조인 키토 싫다 以 , , "우선 파올로를 찾아야 돼." 가르시아가 넥타이의 매듭을 잡아당겨 늦추면서 및듯이 말했다. "그놈이 빌빌거리고 돌아다니는 곳을 알아두었지?시간이 없어.오늘 저녁부터 찾아봐." 소파로 다가오던 키토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검은 눈에 음침한 분 위기를 풍기는 사내였다. "파올로는 내가 찾아보겠어, 여랫이 다니면 귀찮기만 하니까." "좋아, 키토. 나하고 로베르토는 따로 갈 곳이 있어. 그럼 방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 출발해. 로베르토는 내 방으로 다시 오고." 모두 짐을 가르시아 방 입구에 내려놓았으므로 문 앞으로 다가가던 로베르토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가르시아, 오늘 총을 가져갈 필요가 있을까?" 옆에 있던 키토가 힐끗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가르시아가 자르듯 말했다. "시간이 없어,로베르토.페르난도를 보는 즉시 사살해도 상관없어. 이미 판결은 내려졌어." 그들은 잠자코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가르시아는 문 옆의 짐 받침대에 내려놓은 철제 트렁크를 들고 와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이것은 아침에 보고타에서 외교행낭 편으로도 착한 가방이다. LA의 콜름비아 대사관에서 금방 찾아온 것이다. 그는 주머니에서 가방의 열쇠를 찾아 자물쇠를 열었다. 자물쇠는 이중으로 되어 있었으므로 그가 다른 열쇠를 찾아 구멍에 틀어 넣고는 비틀자 가방에서 철컥 소리가 났다. 가방을 연 가르시아 는 만족한 듯 머리를 끄덕였다. 콜룹비아 외무부는 카를로스에게 협조 적이었다. 가방 안에는 그가 애용하는 대형 콜트와 소음기, 총알 박스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위쪽에 기다랄게 놓여진 것은 산탄총이다. 그리고 철갑 탄도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원호] 황금의 땅 ㅡ3권 16 집행자 그룹 클럽 안은 소음이 가득 차 있어서 옆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하려면 소리를 질러야 했고, 서로 소 리를 지르다 보니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바의 안쪽에는 음악 소리가 귀에 들리지도 않건만 서너 쌍의 남녀가 부둥켜안고 서 있었다. 명색이 춤을 추는 것이다. 웨이트리스 두어 명 이 쟁반을 들고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다딘는데 용케도 주문을 받아 내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키토는 맥주 한 병을 시켜 놓고 구석 자리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았 다. 카리브 클럽은 남미의 이민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대부분이 콜름비 아나 에콰도르, 베네수엘라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브라질이나 페루에 서 흘러온 사람들도 가끔 눈에 띄었다. 그들이 클럽 안에서는 마음놓 고 스페인 어를 쓰고 있었으므로 앉아 있다 보면 고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키토는 김이 빠진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밤 10시가 넘어 있었다. 두 시간이 넘게 앉아 있는 것이다. 그가 입맛 을 다시면서 다시 맥주잔을 쥐었을 때 기다리던 사내가 나타났다. 베 네수엘라에서 밀입국한 미도스였다 오십대 중반인 그는 구부정한 허리로 사람 사이를 비집고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키토는 지나가는 웨이트리스를 손짓하여 부르고는 맥주병을 들어 보였다. 이젠 기다리는 사람이 왔으니만치 그가 일어설 때까지 다시 기다릴 작정이었다. 미도스가 바의 한쪽 구석에 있는 빈 자리에 앉더니 손짓으로 술을 시키는 것이 보였다. 웨이터가 컵에 싸구려 위스키를 따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조심스럽게 술잔을 든 그가 위스키를 한입에 털어 넣고 있었다. 그는 코리아 타운의 한국인 봉제공장에서 잡역부로 일하고 있지만 밀입국자이기 때문에 보수는 주는 대로 받고 있었다. 월급을 타면 몽땅 술을 퍼덕어 버리므로 사흘 정도 밤낮으로 술에 묻혀 살다가돈이 떨어지면 봉제공장에 나가는 판이니 그를 고용해 쓰 는 한국인은 마음이 너그러운 모양이었다. 키토는 웨이트리스가 가져온 맥주를 병째로 한 모금 마셨다. 금방 가져온 것이어서 시원했고 목구멍이 따르르 울렸다. 미도스는 베네수엘라에서 폐 커다란 식당을 운영했었고 아내와 자 식 넷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헤레나라는 여자를 만나 정신없 이 빠져들었고, 그러다가 바람기가 있는 혜레나가 애인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권총으로 쏘아 죽이고 밀항해 온 것이었다. 그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조금씩 잃으면서 조금씩 죽어 가고 있었다. 그에게는 술이 생활을 지탱해 주는 음식이자 낙이었다. 술값이 없는지 찬장에 진열된 술병을 바라보던 미도스가 비척거리며 의자에 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키토는 웨이트리스를 손짓해 불러 그녀의 쟁반 위에 돈을 던져 놓고 는 사람들을 헤치고 클럽을 나왔다. 그는 어둑한 클럽 앞을 지나 옆쪽 의 문이 닫헌 가게의 그늘에 가서 몸을 붙였다. 서너 명의 취객들이 지 나가고 있었다. 번화가와는 떨어져 있는 곳이어서 차량의 왕래도 드물 었다. 클럽에서 미도스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이쪽으 로 다가왔는데 뒤를 따르는 사람은 없었다. 키토는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미도스." 그는 머리를 숙이고 그의 앞을 지나치다가 깜짝 놀라 머리를 들었다 "미도스, 나야. 키토." "아아, 키토. 언제 왔어?" 그가 준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물었다. 아직도 두 눈은 커다랄게 치켜 뜬 채였다. "오늘 오후에 ." 키토는 그의 팔을 잡고 어둑한 길을 벗어 나려는 듯 걸음을 발리 옮 겼다. "그래, 나는 네가 올 줄 알았어." 땅을 내려다보고 걸으면서 미도스가 문득 말했다. 키토가 그를 돌아 보았다. "내가 왜?" "난 너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 ‥‥% "그리고 네가 나한테도 찾아을 줄 알았어." 그들은 어두운 길을 벗어나 차량의 왕래가 빈번한 큰길로 나졌다. "미도스, 내가 술을 한잔 사지." "키토, 돈이면 돼." 키토는 11덕이며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좋아, 술도 사고 돈도 준비해 두었어." 서재의 문을 닫았으나 알렉산더는 바괄에 신경이 쓰였다. 바깥 응접 실에 사내 한 명이 앉아 있었는데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알렉산더씨, 카를로스는 당신이 앞으로도 우리 일을 맡아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가르시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그것을 말씀드리려고 여기 온겁니다 페르난도는 안타깝지만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다른 일을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알렉산더가 조그맣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나 다른 일이 무어냐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그것은 그들이 알 아서 할 일이다. "그런데 알렉산더씨,앞으로의 우리 관계를 위해서도 이것은중요한 문제인데, 페르난도가 어디에 있는지 정말 모릅니까?" 가르시아가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천진한 웃음이었다. "글쎄 가르시아씨, 모른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그가 나에게 연락을 끊은 지 열흘이 넘었습니다. 전화도 불통이길래 이상해서 집으 로 찾아가 보았지요. 그했더니 집도 빈 집이 되어 있었습니다. " 알책산더는 짜증이 났다. 그는 벌써 세 번째 페르난도를 물어 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 이상하군요. 페르난도와 당신 사이가 대단히 밀접하다고 들었 습니다. 그런데 당신한테까지 연락처를 알려 주지 않다니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그쪽 사정이 있었겠지요." 바로 너희들 때문이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그것은 마음뿐이었다. 알책산더는 페르난도가 처해 있는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 람이다. 그는 매린과 밀리카가 고영무의 고발에 의해 마약부에 잡혀 들어갔 을 때부터 지금까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찰해 왔다. 페르난도는실수 를 하기는 했다. 그것은 여동생을 구해 내려고 공금 2억 달러를 빼낸 것이다.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였고, 이제 그 돈이 이쪽에서 떠난 마당 에는 당연히 문책을 당해야만 했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들리는 소문처럼 페르난도가 처형당할 만한 죄 를 지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의 일을 째고는 수억 달러 를 만지면서 제 몫으로 1만 달러도 챙기지 않은 사람이다. 카를로스가 미리 할당해 준 경비에서 한 푼도 더 쓰지 않고 돈이 남 으면 부하들에게 나눠 주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알렉산더는 앞자리 에 앉아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거인의 시선을 옆쪽으로 홀렸 다. 이들이 페르난도를 잡아가려고 온 것이라고 생각하자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알책 산더씨 , " 계인이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근를 불렀다. 시선이 마주치자 거인 은 다시 웃었다. "당신은 당신 가족의 목숨보다 페르난도와의 의리가 더 중요합니 까?나는 그것을 알고 싶습니다. " "이봐요, 가르시아씨." 알렉산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는 가르시아가 어떤 생각 을 하고 있는지 금방 알아차렸다 "난 모른다고 하지 않있쇠 그리고 내 가족이 어줬다는거요?" 그의 목소리가 팽팽해졌다. 아내와 아이들은 마침 처가에 가 있었으므로 그는 집에 혼자 남아 있었다. , 그러나 그들은 밤 늦게 돌아올지도 모른다. 알렉산더는 혀로 아랫입술을 축였다. "페르난도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 주시오.당신과 당신 가족의 목숨 을 살리려면."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 러자 그피 커다란 얼굴이 더욱 크게 보였다. 알렉산더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알면 미야기해 줬소, 가르시아씨, 맹세해도 좋습니다. 내가 왜 알면 서 숨기겠소? 나도 내 중요한 고객인 카를로스씨를 잃기가 싫단 말입 니다. " 가르시아는 다시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두어 번 눈을 깜박이는 것을 보면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알겠소, 알렉산더씨. 당신을 믿겠습니다 당신이 카를로스를 배신 하지는 않으리라고 믿어요. 하지만." 그는 잠판 말을 멈추고 알렉산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페르난도한테서 만일 전화라도 온다면 말입니다, 알렉산더씨. 당신 이 그에게 우리가 당신을 찾더라는 이야기를 할 것만 같단 말입니다. " "그럴 리가 가르시아씨." "그것을 우리는 막을 길이 없습니다, 알렉산더씨." "가르시아씨, 나는 결코." 얼굴이 합빳하게 굳어진 알렉산더가 다시 말을 이으려고 입을 벌렸 다가 눈을 치켜 띤다. 가르시아가 선뜻 가슴에서 충을 꺼낸 것이다. 대형 권총이었는데 소 음기까지 끼워져 있었으므로 끝찍하게 보였다. "그래서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소.우리를 만난 게 불행이오,알 렉산더 ." 그의 총구에서 철 불꽃이 뒤어나왔다. 산타모니카의 저택은 방이 여법 개에 커다란 로비와 응접실이 있어 서 처음에 신용만과 최대광이 함께 옮겨 왔을 때는 집이 너무 크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택의 안팔으로 사내들의 모습이 보 였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고영무는 근처에 있는 저택 하나를 임대해서 그들을 옮기게 하였는 데, 이제 직원들의 수는 40여 명 이 되었다. 이른 아침에 고영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택에서 내려다보이 는 백사장을 4킬로쯤 달린 후에 땀에 젖은 몸으로 계단을 올라왔다. "여어, 고. 아침부터 부지런하군." 계단 끝 쪽의 난간을 잡고 아래쪽을 내려다보면서 말을 거는 사람은 뜻밖에도 지미 골드였다. "아니, 지미 . 이게 웬일이오? 아침부터?" 고영무가 놀라 묻자 그가 대답 없이 범긋 웃었다. "당신이 뛰는 것을 보고 있었어. 이편 저쪽이 시작인 모양이군." 지미가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 고영무는 3백 미터쯤 떨어진 옆쪽의 저택에서 백사장으로 내려가는 10여 명의 사내들을 보았다. 그 들은 이번에 뽑힌 부하들로, 시키지 않았는데도 짐 버를리의 인솔로 아침운동을 했다. 그들은 백사장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앉았다. "저렇게 아침운동을 하고 나떤 무얼 하지? 당신 부하들 말이야." 뛰기 시작하는 사내들을 바라보며 지미가 물었다. "할 일이 많지. 정보 수집, 총기조작 훈련, 실내에서는 유격술 훈련 을 하지. 내가 교관이야." "그럴 듯하군." 지미가 머리를 끄덕였다. "LA에서 출퇴근하는 부하들도 있겠구만 그래." "그런 셈이지. 그렇지만 교대로 이곳에 들어와 훈련을 받아야 돼." 이번에 뽑힌 산토스가 다가왔다. 검은 눈에 이목구비가 깔끔한 메스 티조였다. "고, 식사를 이쪽으로 내올까요?" 고영무가 지미를 바라보았다. "어때?같이 식사를 하지. 이 시간에 여기까지 오려면 아침을 걸렀 을텐데." "좋지. 어디 호화판 아침을 먹어 볼까?" 고영무가 빙그레 웃었다. "기대하지 말게. 토스트와 계란하고 우유야. 자네가 먹고 싶다면 스 테이크라도 구으라고 할까?" 지미가 손을 저었다. "난 그대로 해줘. 그만하면 충분해." 그들은 잠시 말을 멈추고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라파엘도 당신이 이렇게 군대를 모으는 것을 알고 " 머리를 돌린 지미가 물었다. "알고 있을거야. 내가 부하들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소문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해야 돼. 이건 극비작전이야," 고영무가 머리를 돌려 지미를 바라보았다. "어했든 라파엘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그는 턱으로 백사장을 가리켰다. "준비가 되면 계약을 해야 돼. 나는 대원들아계 보수를 주기로 약속 하고 선발한거야." "저놈들은 애국심은 없나?" "그건 힘을 쥔 놈들한테 물어 봐. 카스틸로나 라파엘, 아니면 카를로 스라도." 산토스가 쟁반에 아침식사를 가저왔으므로 그들은 뒤쪽에서 떠오르 는 태양및을 비스듬히 받으며 식사를 했다. "고, 위쪽에서 결정을 내렸어." 계란 프라이를 스테이크 다루듯이 나이프로 샐던 지미가 문득 머리 를 들었다. "기다리고 있었어,지미 아침부터 이렇게 온 것이 원가 있으리라고 짐작했어," 지미가 나이프를 세워 든 채 잠시 고영무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 가 입을 열었다. "저 친구들을 네바다의 특수부대 훈련장으로 보낼 수 있겠지?" "가능하지. 하지만 내가 승낙해야 돼. 저들은 내 부하들이니까." "고, 자네 지금 몇 살이지?" "스물아홉이야." "대단하군. 그 나이에 이렇게 되었다니." "목숨 값이야. 그리고 황금의 땅에 발을 디먼 값이고, 물러서지 않은 보상이지, 내 몫은 어떻게든 받아 낸 덕분이야."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제각기·시선을 돌렸다. 모래사장 을 뛰던 사내들은 이제 저쪽의 저택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을 뛰어오르 고 있었다. 짐 버클리의 구령 소리가 들렸다. "이건 대통령과 몇 사람만 알고 진행하는 작전이야, 고. 잘 들어." "듣고 있어." 이맛살을 찌푸린 고영무가 커피잔을 내려툴았다. "우리는 카스틸로 정권을 전복시키려고 해. 그것도 내부에서." 지미가 말을 멈추고 고영무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군대를 파견할 수도, 그렇다고 라파엘에게 군사고문단을 파 견할 수도 없어. 카스틸로는 그래도 국가원수야. 주권국가를 우리 마음 대로 전복시킬 수가 없단 말이야." 고영무는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지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라꼴을 보게.놈은 공공연히 카를로스의 마약을 이 쪽으로 실어서 사복을 채우고 있네. 그놈이 있는 한 마약수출은 끊기 지가 않아." "카를로스보다도 카스틸로가 문제야. 그놈만 제거하면 카를로스는 금방 잡을 수가 있어. 나라가 온통 씩었지 않은가? 자네도 줘어 보았을 텐데 ." "자네가 자네의 부대를 데리고 보고타로 가게. 거기서 카스틸로를 제거해, 그러면 그빼 라파엘의 군대가 움직일거네." "그때까지는 라파엘은 물론 자네 친구인 알폰소에게도 이 일은 비밀 로 해야 돼. 자네의 병사들도 거사 직전에 알도록 하고." "절대로 우리가 개입되었다는 흔적이 있으면 안돼.무슨 말인지 알 겠나?" "알겠는데, 지미." 고영무가 상체를 세우고 그를 쪽바로 바라보았다. "난 저 사람들에게 자네와 사전에 이야기가 있었다는 말도 하지 않 았네 ." 지미가 입맛을 다시면서 그를 쓰아보았다. "지미, 얼마를 주겠는가?아니, 이미 결정되었겠군 그래.나에게 어 떤 조건을 제시하라고 하던가?" "우린 돈이 없어." "무슨 개수작이야 고영무가 와락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럼 콜롬비아에서 가져가란 말인가? 돈을 낼 사람이 어디 있어?" "자네 말대로 황금의 땅 아닌가?" "황금이 들판마다 열리고 있네." "이런 개 같은." 고영무가 어금니를 물었다. "그럼 마약을." "그래, 고. 카를로스에게서 압수한 마약은 모두 자네 몫이데." "그것을 내가 먹으란 말이야?" "팔면 돼." 산토스가 다가와 커피를 더 가져올지를 물었다. 고영무가 손을 저어 그를 보띤다. 고영무가 다시 어깨를 세웠다. "지미, 마약부에 있는 네가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나?" "마약부에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거다, 고. 빌어먹을." "나더라 마약 장사를 하라고 했겠다. " "크링거에게 팔아." 고영무가 눈을 치켜 었으나 말을 하지는 않았다. 지미가 냉정한 얼 굴로 말을 이었다. "크링거에게만 팔란 이야기야. 1그램도 때놓지 말고 모조리 ." "그러면 우리는 크링거를 조종하는거쏙. 그런 놈도 쓸모가 있을 때 가 있지." "내가 알기로는 3개월쯤 후에는 마약의 수확기야. 카를로스는 1톤쯤 모아 놓을거야. 1톤이면 가격으로 얼마나 되려나?" 지미가 머리를 한쪽으로 누였다. "고, 크링거에게 비싸게 팔지는 말게. 적당하게 받아. 내가 보기에는 아마도 5,6억 달러는 될 성싶은데." 첫살이 등쪽을 비추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침의 서늘한 기운이 모두 렛살에 딸려들어가 있었다. 고영무가 잠자코 있자 지미가 그를 바라보며 빙그레 옷었다. 예상하 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고영무의 배웅을 받으며 차를 향해 걷던 지미 골드가 문득 걸음을 템켰다. "고, 어첫밤에 알렉산더가 강도에게 살해당했더군." 고영무가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경찰은 강도들의 소행이라고 보던데. 집 안에 있던 현금과 귀금속 들을 털어 간 모양이야." "우리는 경찰의 발표를 믿어야지. 안 그래? 요즘은 강도가 흔해. 마 구잡이로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강탈해 간다구." 지미가 이곳저곳 칠이 벗겨진 BMW의 문을 열고는 고영무를 돌아 보았다. "일어서는 사람이 있으면 넘어지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야." 고영무는 그를 향해 머리를 끄덕였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지미가 탄 차가 정문을 돌아 나가자 고영무는 현관으로 들어서서 산토스에게 말했다. "짐 버클리를 불러라. 지금." 응접실로 들어가자 소파에 암아 있던 최대광이 몸을 일으켰다. "형넘,저 시내에 볼일이 있는데요." "무슨 일인데?" 고영무의 말소리가 팽평하게 일어서 있었으므로 최대광은주춤거렀 다. "네, 저, 가게를 보고 오려고. 그리고 저를 즘 보자고 해서요." 최대광은 그와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다녀와. 용만이하고 같이." "용만이 말입니까?" 그가 눈을 점벅이며 고영무를 바라보았다 "그래. 용만이하고 같이 다녀오너라." 고영무가 자르듯 말하였으므로 최대광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응접실 을 나갔다. 그와 엇갈려서 짐 버클리가 들어셨다. "보스, 부르셨습니까?" "그래, 여기 앉아." 짐은 셔츠 차림이었는데 방금 샤워를 하고 왔는지 피부가 물기에 젖 어 있었다. "알렉산더가 어첫밤 살해되었다는 이야기 들었나?" 고영무가 묻자 그는 머리를 끄덕였다. "저도 오늘 아침에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만 "자네가 보기에도 강도가 살해한 것 같나?" "집행자가 왔는지도 모릅니다. 알렉산더는 페르난도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고 들었으니까요." "보스, 오히려 잘된 일 아닙니까? 만일 집행자가 왔다면 말입니다. " "잘된 일이지, 짐. 하지만 집행자가 나에게 이로우라고 그런 첫을 하 는 것은 아니야. 놈이 왔다면 찾아봐." "알았습니다, 보스." 자리에서 일어난 짐이 서둘러 응접실을 나갔다. 고영무는 한동안 소파에 랄아 움직이지 않았다. 지미 골드도 은근히 잘된 일이 아니냐는 듯한 눈치를 보였다. 페르난도가 고영무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다는 것은 그들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집행자가 오게 된 것도 따지고 브면 고영무가 마약대금을 강탈해 갔기 때문이다. 그 런 페르난도를 잡으려고 집행자가 왔다면 이쪽에서는 두 손을 들어 환 영해 주어야 할 일이다.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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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 늘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
잘~~~감상~~~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