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자의 깨우침‘당랑박선’
‘당랑박선(螳螂搏蟬)’ 고사성어는 ‘장자(莊子)’가 쓴 ‘산목(山木)’에 나온다.
장주(莊周)가 어느 날 밤나무 울타리 안을 거닐다가 문득 남쪽에서 이상하게 생긴 까치 한 마리가 날아오는 것을 봤다. 그 까치의 날개는 일곱 자 정도로 컸으며, 눈의 직경은 한 치나 되는 묘한 형태였다. 장주는 혼잣말로 “저건 도대체 무슨 새인가? 날개는 큰데 높이 날지도 못하고 눈은 큰데 앞을 잘 못 보네”
장주는 얼른 다가가서 그 새를 쏘려고 활을 쥐었는데, 그러다 문득 보니 매미 한 마리가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제 몸을 잊고 울고 있었고, 그 매미 곁에는 사마귀 한 마리가 그 매미를 잡으려고 정신이 팔려 스스로의 몸을 잊고 있었다. 이때 이상하게 생긴 까치가 그 기회를 노려 사마귀를 노리면서 그 자신도 몸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장주는 이 형세를 보고 깜쩍 놀라 외쳤다.
“아! 모든 사물이란 본래 서로 노리면서 해를 끼치는 것이, 이(利)와 해(害) 서로를 불러들이는 모습이구나”
장주는 순간적 깨우침에 얼른 활을 버리고 그 숲을 빠져나왔지만 그때 밤나무 주인이 쫓아와 밤을 훔친 줄 알고 꾸짖기까지 했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는다’는 의미의 ‘당랑박선’은 그러니까 지신의 이익을 탐하여 스스로의 처지를 돌아보지 못한다는 교훈을 일깨우는 고사성어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는 저서를 통해 권력자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를 ‘아포리즘(명언) 에세이’ 방식으로 저술한 바 있다. 강 교수는 “부패는 권력의 숙명인가?‘ 라는 명제를 던지면서 미국 철학자 월 듀랜트(1885-1981)가 말한 ”권력을 향한 열망 앞에서는 도덕도 이성도 무력하다. 이성과 도덕은 권력의지의 손아귀에 든 무기이고, 권력 욕망의 꼭두각시다“라는 말을 적시했다.
사실 동서고금을 통해서 정치적 권력 창출에는 도덕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이는 도덕적 정당성이 없으면서 정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윤리적 판단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적 행위에는 항상 윤리적 판단이 따르는 것이고, 권력 행위에는 도덕적 정당성이 수반되어야 권위가 생기는 법이다.
특히 선출된 권력을 휘두르는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시의원이나 구의원 등 주민 대표자들의 권력 행위에는 철저한 도덕성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회의원들의 민주주의 훼손, 적어도 정당정치를 파괴하는 일탈행위는 우리네 민주화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동되는 모습이다.
같은 맥락에서 종로구의회 의원이 종로구청 산하 장학회의 추천으로 장학금을 수령한 일에 대해서 일말의 반성적 숙고가 없음이 매우 개탄스럽다. 최소한 윤리적 판단과 도덕적 정당성 차원에서만 봐도 주민 대다수가 몰염치한 권력 행위라고 지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는 ’절차적 하자가 없다‘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구의회 행정문화상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산하 부서 종로장학회에 장학금을 신청하면 그것을 거절할 수가 없는 장학회 입장임을 감안하면 그것은 충분히 반강제적 권력 행위로서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될 수도 있는 행태다. 더군다나 재산이 없거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 장학회에서 재산이 무려 10억 원에 이르는 구의원에게 장학금 200만 원을 지급하는 행위는 자격 요건이 안되는 오류이자, 부정 수급이기도 하다.
따라서 엄격히 따지면 형사소추 대상일 수도 있는 셈인데, 형사소추는 검사가 기소를 해야만 그 책임을 추궁할 수가 있기 때문에 너무나 복잡, 요원하기도 하다.
하지만 선출된 권력자로서의 도덕성에는 주홍 글씨가 새겨지는 모습임에 틀림없다. 몇 년 전 종로구청에서 지역의 도시계획선을 수립할 때에도 구의원의 집 뒤로 도시계획선을 그리는 행위가 논란을 일으켜서 권력의 비도덕성이 새삼 문제 시 된 바도 있었지만, 구청장과 ‘짬짜미’로 그냥 흐지부지되기도 했고, 구의회 전문위원을 신규로 채용할 때도 자격이 결여된 사람을 억지로 뽑는 부정이 논란이 발생했을 때도 큰 정치 권력의 압력으로 그냥 덮어지는 비리가 발생되기도 했다.
강준만 교수는 권력 부패론을 소개하면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아포리즘을 인용했다. “권력은 그것을 소유한 모든 사람을 타락시킨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권력을 사용하고 싶고, 그다음에는 권력을 남용하고 싶은 유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장자가 말한 ‘당랑박선’의 교훈은 두고두고 새겨야 할 ‘신독(愼獨)’이다. 인간은 도덕적으로 발전해야 함에도불구하고 공연히 권력 사유화로 ‘가스라이팅’을 일으킨다면 부도덕한 정치 권력 행사이면서 스스로의 패착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