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정글 미술관] ‘유방백세’ 통해 한옥에서 엿보는 선비정신, 이동춘 사진작가
2024-09-20
이동춘 사진작가는 2005년부터 한옥을 찍어왔다. 이동춘 작가가 한옥에 매료된 것은 단순한 외형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옥의 구석구석부터 한옥에서 살았던 조상들, 한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생활습관까지 모든 것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한옥, 그리고 한옥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모든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온 이동춘 작가는 안동에 터를 잡고 우리 문화를 기록해왔다. 이동춘 작가는 그렇게 20여 년간 공들여 찍은 한옥을 담아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덤벙주초 위에 세운 집>, <궁궐 속의 한옥>, <한옥 · 보다 · 읽다> 등이다.
최근 ‘차경, 경치를 빌리다’, ’덤벙주초 위에 세운 집’ 등의 전시를 선보여온 이동춘 작가는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미국 UCLA, 버클리대학 등에서 한옥을 담은 사진작품 전시를 통해 우리 문화를 널리 알려왔다.
이동춘 작가의 새로운 전시가 9월 20일 경북도청 동락관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유방백세’로 선비정신과 예를 간직한 집을 선보인다.
선비의 고장 경북에서 4~500년의 시간을 이어오며 살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관직을 지니기보다 선비로서, 처사로서 은둔의 삶을 살아왔다. 서원, 서당에서 계속해서 공부하며 스스로를 다스리고 후학양성에 힘써온 이들이다. 이들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서원과 집을 아우르고자 한 이동춘 작가는 이것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선비정신을 담기로 했다. ‘아름다운 이름은 백년을 간다’는 뜻을 지닌 ‘유방백세(流芳百世)’를 통해 그들이 가진 성품, 올곧은 정신과 관련된 집과 서원을 전시하고자 한 것.
이동춘 작가는 한옥이 지닌 손맛이 손글씨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추녀의 현수곡선과 같이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을 위주로 65점을 추렸다. 이번 작품에는 인물도 등장한다. 한옥에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동춘 작가는 실제 서원과 집을 통해 후학양성에 힘쓰고자 했던 이들, 그들을 따라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오래된 한옥에서 ‘세월에 대한 음률’을 발견한 그녀는 이러한 모습을 정사격형의 배경에 담아 모던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동춘 작가는 선비정신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효를 하고 집안을 다스리며 나라에 충성하는 그러한 선비정신말이다. 이동춘 작가는 “선비정신을 지닌 이들은 전쟁이 나면 선봉에 서서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의병장 출신들이 많다.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 후손들이 독립운동을 했던 것처럼 그러한 정신은 이어진다. 몇 백 년이 지나도 또 다시 의병장이 되어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그러한 정신이 바로 선비정신이 아닌가. 그것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옥을 통해 엿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를 볼 수 있는 이동춘 작가의 이번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이어진다.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이동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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