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2일(토)에 구서동에서 49번에서 100번으로 환승하여 송정 해수욕장에 하차하니 12시가 다 되었다. 점심을 간단히 때우고 죽도 공원 북쪽 해안의 절벽을 오르면서 부딪치는 흰 포말의 파도에 정신을 빼앗겼다.
송월정에 올라 송정 해수욕장의 노란 모래와 동쪽의 거북 모양의 큰 바위가 그 위용을 자랑한다.
부산하면 해운대 해수욕장이 유명하다. 그러나 해운대보다 유명세는 덜하지만 깨끗하면서도 한적한 해수욕장이 바로 송정 해수욕장이다. 지금은 겨울인데 전국에서 카누를 즐기는 동호인의 별천지다. 오늘도 큰 파도를 넘으며 즐기는 동호인을 본다. 춥지도 않은가?
송정해수욕장의 끄트머리에는 구덕포라는 한적한 포구가 자리 잡고 있다. 송정은 터널이 뚫리기 전만 해도 가기가 무척 힘든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통이 좋아 누구나 찾아와서 죽도 공원과 바닷가의 낭만을 즐긴다. 구덕포는 약 200년 전에 함안 조씨에 의해 형성된 마을이라고 알려졌으나, 현재는 모두 외지 사람이 살고 있다.
2013년 12월 31일에 폐쇄된 동해남부선의 철길에 올라 청사포로 가는 길에는 험준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해안가가 있다. 이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면 바다에는 먼 곳에서 흰 파도가 넘실댄다. 또한, 바다에 있는 배와 철길의 침목을 헤아리며 걷다 보면 어는 듯 한적한 청사포에 도착한다. 원래 청사포의 한자명은 靑 ‘푸를 청' 蛇 ’뱀 사'였다. 청사포에는 '푸른 뱀'과 관계된 애틋하면서도 아름다운 전설 하나가 맺혀 있다.
‘예전 이 마을에 금실 좋은 부부가 살았다. 하루는 고기잡이 나간 남편의 배가 파선되어 익사하고 말았다. 그러나 김 씨 성을 가진 그 아내는 해안가에 있는 바위에 올라가 남편이 오리라 생각하며 매일 기다렸다. 그 부인을 애처롭게 여긴 용왕이 푸른 뱀을 보내 부인을 동해 용궁으로 데려와 죽은 남편과 상봉시켰다.'
여기에서 청사(靑蛇)라는 지명이 등장하였다고 하나, 그 후 마을 촌로들이 '뱀 사'자가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바닷가에 푸른색을 가진 돌이 많은 것에 착안해서 "靑沙浦", 즉 '푸른 모래의 포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전해 온다. 또한 이곳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질 좋기로 소문나 있다.
청사포는 이채로운 이름만큼이나 황홀한 일출로 매년 12월 31일이면 청사포 일대는 일출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입추의 여지 없이 꽉 차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드넓은 동해의 수평선을 뚫고 오렌지빛을 발하며 올라오는 태양의 장엄한 모습에 누구나가 감동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약 3시간 동안 사진도 찍으면서 철길을 걸어서 다리가 많이 아프다. 그러나 삼포의 끝자락인 '꼬리 미'자를 쓰는 미포로 발길은 뚜벅뚜벅 향한다. 미포는 옛날에 '미늘' 혹은 '미암'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달맞이 고개가 있는 곳은 일명 '와우산'이라 하는데, 소의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미포에 도착하니 지금 떠나는 동백섬과 광안대교를 오가는 유람선에 관광객을 태우고 그 뒤에는 갈매기가 따르는 진풍경을 보았다. 부산의 참 멋을 알게 해주고 있다. 즐비한 횟집 골목을 지나 광안대교 위로 검붉은 석양을 바라본다. 만물에 에너지를 보급하고, 장엄하든 하루의 태양이 휴식을 취하러 서쪽 산 넘으로 살아진다. 나는 해운대 바닷가에서 오랜만에 석양을 보았다. 즐거운 추억에 남는 하루를 마치고 해운대역에서 수영, 연산의 3개의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나의 보금자리에 도착하니 몸은 피로하나 해운대의 삼포인 구덕포, 청사포, 미포의 발품 여행을 아주 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