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동안 그림만을 그려온 남자 박한(53)은 6년 전 부터 '바이올린'이라는 외도를 했다.
그림만으로는 내면의 용틀임치는 욕구를 삭이지 못해서일까? 하여튼 화가는 그림 틈틈이 바이올린에 매달려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배워 나갔던 것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이후 문경에 하나의 명물로 등장한 고속도로옆 언덕위 빨간 창고집은 박한의 그림 전시실이다.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을 다녀오는 점촌분들은 이곳 빨간 창고만 눈에 보이면 "아, 점촌 다왔구나"하고 말을 한다.
그만큼 빨간 창고, 빨간 지붕의 박한 화가의 전시실은 고속도로 언덕위에 있는 탓에 아마도 문경사람 이라면 거의 다 위치를 안다.
그런데 이 전시실은 1년에 딱 열흘, 바꿔 말하면 10일 동안만 문을 연다. 기자도 이같은 사실을 전시실에 가서 처음으로 화가의 입을 통해 들었다.
올해도 11일부터 20일까지 딱 10일 동안 '호박과 바이올린'이라는 주제로 박한 개인 그림 전시회를 열고있다.
많은 사람이 다녀갔고, 또 오는 20일까지는 더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늦가을 밭이나 담장위에서나 딩굴고 있을 호박이 아닌, 밝은 불빛 아래 벽에 걸려있는 캔버스 속의 멋있는 호박을 감상할 수 있다.
호박은 어쩜 인생의 번뇌가 함축된 그런 모습인지도 모른다. 화가의 뼈를 깎는듯한 긴시간 작업의 고통이 아마도 호박속에는 깊숙히 스며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정장에 나비 넥타이까지 매고 박한은 전시실을 찾은 손님을 맞았고, 따뜻한 차와 함께 바이올리린의 아름다운 선율도 들려 주었다.
점촌에서만 10여 차례 전시회를 가졌고, 바깥 전시회는 지난해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가진 개인전이 첫번째 나들이전 이었다.
그만큼 작가는 고향 문경을 사랑하고, 외고집 문경땅에서 호박만을 줄기차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의 타협도 없고, 아무하고도 마구 어울림도 흩트러짐도 없이 작가는 마이웨이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과 입선7회, 대구광역시 미술대전 우수상, 한국수채화협회 공모전 우수상, 2001 새천년국제아트전 초대작가 출품, 21세기 한, 불 구성작가총람전 초대출품 등이 작가의 약력이다.
이제 내일부터 치면 전시회 기간은 4일 남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 까지다. 그곳엔 호박과 그리고 빛나는 작가의 눈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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