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연결망, 해저케이블을 위협하는 범인은?
<KISTI의 과학향기> 제3054호 2024년 04월 22일
다가오는 7월,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국제 스포츠대회 올림픽이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됩니다. 수천 ㎞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경기지만, 한국에서도 실시간으로 경기 상황을 지켜볼 수 있어요. 어떻게 프랑스에서 열리는 경기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걸까요?
바로 대륙과 대륙, 국가와 국가, 육지와 섬을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해저케이블’ 덕분이에요. 원래는 인공위성으로 올림픽 생중계를 진행했지만, 위성 중계는 날씨에 따라 영상이 끊기는 경우가 있어 명장면을 놓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그래서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이후로 개최된 스포츠 경기는 해저케이블로 생중계되고 있답니다.
그림 1. 해저케이블은 오늘날 전 세계 통신의 99%를 맡고 있다. ⓒshutterstock
스포츠 경기 외에도 수많은 데이터가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송되는데요. 전 세계 데이터 통신의 99%를 해저케이블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유튜브나 틱톡 영상, SNS 계정의 게시물 등이 모두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송되고 있죠.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해저케이블은 대체 언제 만들어졌고, 어떻게 데이터를 운반하는 걸까요? 함께 알아봅시다.
전기에서 빛으로? 전 세계를 연결한 해저케이블의 진화
해저케이블의 역사는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는 소식을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전기신호를 사용했는데요. 바다 너머까지 신호를 보내기 위해 구타페르카 나무의 수액으로 감싼 구리선을 만들어 냈어요. 이 수액은 전기를 차단하는 성질을 지녀, 구리선을 지나는 전기신호가 물속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도왔답니다. 그리고 1851년 이 케이블이 영국과 프랑스 사이를 잇는 도버해협에 설치되며 해저케이블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이후 해저케이블은 영국과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 각지에 설치되었고, 대서양을 건너 북아메리카까지 뻗어 나가며 각 나라와 대륙을 연결해주었습니다.
그런데 1895년, 이탈리아에서 무선통신에 성공하면서 해저케이블의 인기가 떨어집니다. 왜 무선통신에 관한 관심이 커졌을까요? 그건 바로 케이블 설치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에요. 케이블을 설치하려면 화산폭발이나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을 피해 설치에 적합한 지형을 찾아야 합니다. 그 후 선박으로 케이블을 옮겨 바다 밑바닥에 설치해야 하죠. 이때 바다의 깊이가 200m보다 얕을 경우, 해양생물이나 어선으로부터 케이블 보호하기 위해 땅속에 파묻어야 한답니다. 반면 무선통신은 케이블이 없어도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죠. 그래서 1924년을 마지막으로 해저케이블 설치가 중단되고 무선통신이 주요 통신수단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림 2. 수심이 200m 이하인 경우, 해저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해 땅속에 케이블을 파묻어야 한다. ⓒshutterstock
그렇게 해저케이블의 시대가 끝나는 듯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통신량이 늘어나면서 해저케이블과 무선통신이 함께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왜 무선통신을 늘리는 대신 두 통신수단을 함께 사용한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무선통신이 가진 단점 때문입니다. 무선통신은 해저케이블과 달리 통신할 수 있는 거리가 정해져 있어요. 휴대전화와 무선 이어폰으로 예시를 들면, 블루투스로 연결된 두 기계가 10m 이상 멀어지면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죠. 이렇듯 무선통신도 통신 범위를 벗어난 곳에는 신호를 전달할 수 없어요. 또한 무선통신의 전파는 지형이나 날씨에 따라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자동차가 터널 안에 들어가게 되면, 라디오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는 것도 같은 이유랍니다. 즉 무선통신과 해저케이블이 가진 장점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나가기 위해 두 통신수단을 함께 사용하게 된 거예요.
그러다 1980년대에 좀 더 빠른 통신수단이 필요해지면서, 전기 대신 빛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광통신’이 시작됩니다. 빛은 1초에 지구 7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빨라요. 그래서 빛으로 신호를 전달하면 그만큼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보낼 수 있어요. 빛은 ‘광섬유’라는 특수한 케이블을 이용해 전달되는데요. 광섬유는 투명한 유리나 플라스틱을 실처럼 얇게 만든 것으로 특정 각도에서 빛을 쏘면 광섬유 안에서 빛이 반사되며 신호를 전달해요. 특히 광섬유의 안쪽은 바깥쪽보다 빛이 반사되는 각도, 굴절률이 낮아 신호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고 그대로 전달된답니다. 또 유리나 플라스틱을 사용하므로 구리선보다 가벼워요. 요약하면, 광섬유는 구리선보다 가볍고 같은 양의 데이터를 더 빠르고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어요. 그래서 1988년부터는 오래된 구리 케이블이 광섬유로 서서히 교체됐답니다.
상어가 해저케이블을 위협한다?
올해 기준 전 세계에 총 574개의 해저케이블이 설치돼 있고, 총길이는 140㎞에 달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이 해저케이블이 전 세계 인터넷과 모바일 정보 통신의 99%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통신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해저케이블이 고장 나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여야 해요.
그림 3. 2024년 기준 총 574개의 해저케이블이 바다에 설치돼 있다. ⓒTelegeography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들이 해저케이블을 위협하는 걸까요? 흔히 뉴스에선 해저케이블이 고장 나는 가장 큰 이유가 상어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국제케이블보호위원회(ICPC)는 상어가 케이블을 고장 내는 경우는 0.1%에 불과하다고 밝혔어요. 오히려 해저케이블을 고장 원인의 60%는 어선의 그물이나 선박의 닻이라고 해요. 즉 상어보다는 사람들이 고장 낸 사례가 더 많은 거죠. 한편, 지난 2월 영국 국립해양연구센터와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학교 연구진은 기후위기로 인해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강력해지면 해저케이블이 더 많이 고장 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답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국제 통신량이 나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저케이블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거예요. 어쩌면 광섬유를 뛰어넘는 케이블이 개발되거나, 무선통신의 발달로 해저케이블의 인기가 다시 떨어질지도 모르죠. 과연 미래에는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 통신이 이뤄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