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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고 잠시 앉아 있으려니, 회의대사가 단신으로 웃으며 걸어 들어왔다.
“오, 이런! 폐하께서 여기까지 납시다니, 소승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가 간단한 예를 표하며 장내의 사람들을 두루 훑어보았다. 거기서 미시아를 발견하고 회의는 얼굴 가득 웃음을 담아 그녀에게까지 인사했다.
“대사님! 내가 정사로 바쁜 몸이라 대사님의 생신 축하연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신 약소한 선물을 가져왔으니 받아주세요.”
이렇게 말하고 무 태후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사찰 안에 변변한 음식도 없어서 폐하를 어떻게 모셔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별 겸손의 말씀을요.”
이어서 무 태후는 태평공주와 미시아를 손으로 가리키며 회의에게 말했다.
“내 딸아이와 이 어여쁜 처자나 잘 대접해주기 바라오.”
“이 분, 아름다운 처자는 소승도 몇 차례 뵌 적이 있으나 아직도 누구인지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의는 무 태후를 동행해 영주에 갔을 때, 미시아를 여러 차례 보았고 또 미시아와 고조영이 무예를 선보이는 자리에 함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불과 몇 시간 전에도 천진교 위에서 만났었으나, 주변에서 다른 손님들이 듣고 있는 마당에 무 태후의 영주 행을 비밀에 부쳐야 했으므로, 짐짓 모르는 척했던 것이다.
무 태후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새로 얻은 비자예요. 하지만, 실상은 나의 시위장侍衛將 가운데 한 사람이니, 대사님도 이 처자를 잘 대해야 할 거예요.”
“오, 그래요?”
회의가 몹시 놀라는 척하며 덧붙였다.
“꽃같이 아름다운 젊은 처자는 무예가 아주 탁월한가 보군요.”
“탁월하다마다요. 실은, 고조영 장군 못지않은 놀라운 무공武功의 소유자요.”
회의는 미시아의 얼굴을 한참이나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말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소승이 예전 세속에 살 때 무예를 꽤나 좋아했었는데, 언제 시간나면, 아가씨의 무예를 한 번 감상하고 싶습니다.”
무 태후가 그의 말에 대꾸했다.
“무예 구경의 대가는 매우 비싸오. 빈손으로 구경할 생각은 하지도 마시오.”
미시아가 얼른 손을 내저으며 부인했다.
“아닙니다. 대사님. 저의 무예는 변변치 않습니다. 오히려 대사님이 세상에 계실 때 무림의 고수였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회의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과찬입니다. 아! 그런데, 아가씨 얼굴이···.”
잠시 끊었다가 그가 다시 잇는다.
“송막도독 이진영 대인의 영애 이루하 아가씨의 비자인 여미아에게 쌍둥이 언니가 있다는 말을 일전에 얼핏 들은 것 같습니다. 혹시···?”
회의의 말이 여전히 내숭을 떠는 투다.
“맞습니다. 대사님.”
“그 여미아 아가씨도 대단한 무예의 소유자라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언젠가 소승이 두 분을 한 자리에 뵈올 수 있다면 큰 영광이겠습니다.”
“소녀들은 천한 종입니다. 대사님께서 그토록 생각해주신다니, 부끄러워 어디에 몸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마침 한 승려가 나타나 회의에게 알렸다.
“송막도독의 따님이신 이루하 아가씨와 고조영 장군께서 방문하셨습니다.”
회의가 그 말을 듣고 무 태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회의의 뜻을 알아차린 무 태후가 말했다.
“그 분들을 이리로 모시지요.”
잠시 후에 고조영과 이루하, 그녀의 비자인 여미아가 함께, 무 태후 등이 있는 객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방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라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번거로운 예는 생략하고 어서들 자리에 앉으시오.”
미시아는 고조영의 훤칠한 면모를 보고 몹시 반가웠으나 감정을 억제하고 얼굴에 아무런 표식도 드러내지 않았다.
여미아가 실내로 들어오자, 갑자기 온 방안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미시아와 빼닮았으나 얼굴과 자태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미시아는 대단히 매혹적이면서도 늦가을의 서릿발처럼 차갑고 냉엄한 기운을 얼굴 가득 풍기고 있었다.
반면에 여미아는 지극히 따스하고 온화하면서도, 동지섣달 높은 산봉우리에 핀 설화雪花처럼 고고하고, 청명한 가을하늘의 보름달처럼 교교하며,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성스럽고 숭고한 백색미白色美를 갖춘 한편, 얼굴의 평온하기가 마치 바람 없는 고요한 날, 백산(백두산) 조천지朝天池(천지)에 깊이 가라앉은 맑은 물과 흡사했다.
여미아는 묘사하기 힘든 이상한 매력과 거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그녀가 출현하는 곳에서는 대기의 감각이 갑자기 변하는 듯했다.
무 태후가 여미아를 바라보다가 새삼 말했다.
“여미아 아가씨는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뭔가가 남과 아주 다른 것 같아요. 그 뭔가가 무언지 몹시도 궁금하오.”
“폐하, 그건 과찬이옵니다. 천녀가 남과 다른 게 있다면, 그것은 폐하께서 어여삐 보아주신 은덕이고 또한 제가 섬기는 하늘 임금님의 은총이옵니다.”
고조영은 한 자리에서 다시 여미아와 미시아를 만나자 감회를 금하기 어려웠다.
두 여인은 꽃 같이 아름다우나 신분상으로 자신과는 대단히 이질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녀들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도 과거에 오랜 세월 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무언가 형언키 어려운 친근감이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하며 미시아를 훔쳐보았다.
마침 미시아의 시선도 조영에게 닿아 있었는데, 그녀의 눈빛에 애절함과 슬픔의 기운이 가득한 것을 느끼고 섬칫 놀란 조영은 급히 얼굴을 돌린 후 조금 있다가 여미아를 슬쩍 쳐다보았다.
여미아는 얼굴에 온화한 웃음을 가득 담은 채 무 태후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 때 회의는, 속으로 어떻게 하면 저 꽃 같은 여인들, 미시아 여미아 자매와 이루하 등을 곁에 가까이 둘 수 있을까 하는 잡념으로 가슴이 요동하고 있었으나, 얼굴의 표정은 엄숙했다.
“자 그럼, 손님들 접대하느라 바쁘실 텐데 우리는 이만 일어나겠어요.”
무 태후가 자리에서 일어난 후 회의에게 예를 표하고, 이어서 조영과 이루하, 미시아를 차례로 훑어보며 말했다.
“고 장군과 이루하 아가씨는 좀 더 놀다 오실 건가요?”
“아닙니다. 저희도 바로 일어나겠습니다.”
“오! 오랜 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이 누추한 처소에 오셨는데, 오늘 비번非番이라면 오래 오래 머무르다 가십시오. 더구나 꽃같이 아름다운 공주마마와 이루하 아가씨 등이 여기에 같이 오시니, 사찰의 빛이 매우 휘황해지는 것 같습니다.”
회의는 그들이 가는 게 몹시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무 태후를 바라보고 말했다.
“폐하, 정 바쁘시다면, 잠깐 저와 함께 사찰 경내라도 한 번 둘러보고 가십시오.”
회의가 주지승으로 있던 백마사의 현 조감도 <Baidu百科>. 낙양성 동쪽에 있는 백마사는 현재 관광명소다.
무 태후와 젊은이들이 방 밖으로 나와 보니, 사찰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사찰의 정원은 각종 아름다운 꽃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장미여인 미시아는 꽃과 사찰과 사람들의 풍광을 구경할 마음이 없었으나 자신의 속을 채찍질했다.
‘미시아! 네 사명이 무엇이냐? 역겹더라도 참아야 한다. 저 회의에게 접근하지 않으면, 백마사의 신도로서 회의와 가깝다고 알려진, 흑치상지 장군의 부인과 무슨 수로 신속히 가까워질 수 있겠느냐?’
그녀가 헤아리기에, 흑치 장군의 부인과 교류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자연스런 길 가운데 하나는, 회의를 통하는 것이었다.
미시아는 흑치상지와 이다조, 연헌성 등에 대해, 다양한 경로로 벌써 많은 정보를 축적해두고 있었다.
흑치상지는 백제의 명장으로서 당나라에 항복 귀순한 인물이다. 당에 들어온 후 그는 문무 양면에 걸쳐 여러 관직을 수여받고 지대한 공을 세우며, 고종과 무 태후의 신임을 얻어 승진에 승진을 거듭한다.
삼년 전인 684년, 서경업 서경유 형제 반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무 태후로부터 강남도江南道대총관이라는 총사령관직을 제수 받고 토벌군을 이끌고 남하해 그들을 진압한 이도 흑치상지다.
얼마 전인 작년 시월에는 돌궐족이 북쪽 변경을 괴롭히므로, 흑치상지는 북으로 올라가 백제인百濟人 결사대 이백기二百騎를 이끌고 돌궐병사 삼천 명과 격돌해 그들을 쫓아버리기도 했다.
부하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성품이 너그러웠던 흑치상지는, 그가 한 때 모시고 싸움터에 다녔던 상관, 배행검裴行儉(619-682)처럼, 상으로 하사품을 받을 때마다 부하 장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배행검은 문무겸전하고 통찰력과 예지력이 뛰어난, 매우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가 전장에 데리고 다니던 휘하 장수들 가운데 다수가 훗날 명장이 되었는데, 그 장수들 중 두 사람이 바로 흑치상지와 그보다 젊은 장수였던 숙신말갈 출신의 고려인 이다조다(이상 <자치통감>).
당나라에 온 이후, 외적과의 전쟁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불후의 명장이자 백전의 장수인 흑치상지가, 그 이전 고국 백제가 망하고 백제부흥 운동을 펼칠 당시 임존성任存城에 웅거하며 한 때 이백여 성을 되찾기도 했으나 결국 당나라 군대에 항복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당에 투항한 이후 흑치상지는, 당나라 장수 유인궤의 명령에 따라 자신이 백제부흥의 거점으로 삼았던 그 임존성을 자신의 손으로 빼앗아 당나라 군대에 넘겨주었다<자치통감>. 이런 행위는 확실히 그의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사료에 따르면, 흑치상지는 키가 칠 척이 넘는 건장한 사람이었으며 용맹무쌍했을 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하고 두뇌도 명석했다.
고국 백제에 있을 때, 그는 약관 스무 살의 나이로 정이품 관리인 달솔이 되었다. 그의 조상은 원래 백제 왕족인 부여 씨 성을 가지고 있었음이, 1929년 낙양의 북망산北邙山에서 발견된 그의 묘지석에 의해 밝혀졌다. 그가 어린 나이에 일찍 출세한 것은, 혈통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는 재물을 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색도 가까이 하지 않았다는 게, 묘지석의 설명이다. 그는 넓은 학식과 깊은 지혜, 맑은 심성을 소유했을 뿐만 아니라 무예까지도 탁월한, 보기 드문 현장賢將이었음이 분명하다.
흑치상지는, 당나라 무 태후의 조정에서 국운을 좌지우지할 만한, 나라의 기둥 같은 장수였다. 무 태후가 그를 얼마나 의지하고 신뢰했던가. 흑치상지 묘지 비문의 작성자뿐만 아니라 당나라 황제 고종까지도, 흑치상지라는 인물에 대해 탄복해마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기림 글이 찬양 일색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흑치상지에 관한 역사적 기록과 그의 비문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가를 여실히 말해준다.
그가 조국을 배신한 것만 제외한다면, 그는 확실히 고구려의 을지문덕이나 연개소문, 후대조선의 이순신에 필적할 만한 명장이자 지장이었음에 틀림없으리라. 하지만 그의 천재적 전략은 조국을 배신했다는 한 가지 사실로 인해 빛을 잃었다. 충성은 지혜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덕목이니.
우리소설의 미시아가 낙양궁에 머물던 687년 당시 마흔 여덟 살이었던 흑치상지에게는 최소한 딸 둘과, 열두 살 된 아들 준俊이 있었다.
‘흑치상지 장군이 과연 나의 고국 고구려에 협력할 수 있겠는가? 고려 황족과 백제 황족은 같은 뿌리로서 둘 다 부여 씨의 후손이지만, 이미 당에서 확고한 지위와 명예를 얻은 그가 어찌 목숨을 각오하고 우리나라와 손을 잡을 수 있겠는가?’
미시아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무슨 재간으로 그를 포섭해 아군으로 만든단 말인가? 나의 얼굴을 팔아 미인계로···?’
‘그가 종내 굴복하지 않는다면, 길은 하나뿐이다!’
미시아는 독하게 마음을 먹고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외관적으로 대단히 비범하면서도 안으로 보면 비애悲哀롭고 처량한 흑치장군의 삶에 미시아의 상념이 잠깐 머물렀을 때, 앞에서 회의에게 인사하는 고운 여인의 소리를 듣고 잠결에서 깨어나듯 그녀는 그 음성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한 아름다운 중년 부인이 딸인 듯한 아직 스물이 되어 보이지 않은 아가씨와 함께 웃음을 가득 담고 회의대사 앞에 서 있었다. 이 여아가 바로, 훗날인 706년과 707년, 남편 순珣 장군과 함께 태원(산서성 태원시)의 천룡사에 재산을 헌납해 여러 불상 등을 만들게 했던<순장군공덕기珣將軍功德記>, 흑치상지의 둘째 딸이다.
“아, 흑치 부인께서 오셨군요.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회의는 그녀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후, 흑치상지 장군의 무용담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며 한 동안 칭찬을 늘어놓았다.
“아휴, 대사님, 우리 바깥어른을 그렇게까지 높여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흑치 부인은 이어서 회의와 함께 있는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미시아는 이때다 싶어, 남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살며시 자리를 옮기면서 흑치 부인의 앞으로 바짝 다가가 있었다.
흑치 부인의 시선이 우연히 그녀에게 향했을 때 흑치부인은 깜짝 놀랐다. 생전 처음 보는 지극히 아리따운 소녀가 자기 곁에 가까이 서 있었던 것이다. 흑치 부인이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 무태후의 입이 열린다.
“내가 새로 얻은 비자입니다.”
이렇게 말한 후 무태후는 미시아에게 명한다.
“부인께 인사드려라. 이 분은 그 유명한 흑치상지 장군의 부인이시다.”
원래 종들이 귀족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미시아의 신분이 특별했던지라 무태후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부인, 안녕하세요? 저는 미시아라고 하고, 태후마마를 시중들고 있습니다.”
흑치 부인은 잠시 놀란 표정으로 미시아의 위아래를 훑어보다가 무 태후에게 말했다.
“오, 태후마마께서 아주 아름답고 총명한 비자를 하나 얻으셨다고 들었는데, 그 비자가 바로 이 아가씨이군요”
“그렇소. 이 아이는 말갈여인으로서, 무예가 대단히 출중하오. 아마 흑치장군께서도 내 비자와 검술을 겨루면 쉽게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어머나! 그건 말도 안 되는 과찬입니다.”
미시아가 즉시로 겸양을 표하며 손을 내저은 후 흑치 부인에게 말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주머니의 얼굴이 몹시 곱고 따님은 아주 아름다워 보이는군요.”
여미아와 미시아를 보면서 이상하게도 일견지하, 일개 비자에 불과한 그녀들에게 마음이 강력히 끌리는 것을 느끼며 흑치부인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고 대답한다.
“일전에 이루하 아가씨의 여종과 태후마마의 비녀가 쌍둥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오늘 보니 두 아가씨가 참 곱게도 생겼네요. 여건이 허락되면 우리 집에 꼭 놀러 와요.”
그녀는 이렇게 말한 후 무 태후와 이루하를 각각 바라보았다. 당연히 주인인 그들의 동의를 구한다는 뜻이었지만, 최상류 귀족 부인이 한낱 비녀들을 초청한다는 것은 파격 중의 파격이었다.
낯선 이국 당나라에 온 지 어느 덧 이십여 년이 흘렀으나 흑치부인의 삶은 외로웠다. 믿고 의지하는 남편은 허구한 날 전장에 나가 있으니, 하루인들 마음이 편하겠는가?
어떻게 해서든 흑치부인과 사귀고 싶었던 미시아는 그녀의 말끝에 기회를 놓칠세라 즉시 응대했다.
“귀하신 부인께서 저 같은 천녀를 초대해 주시니,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미시아가 깊이 허리를 숙여 흑치 부인에게 다시 한 차례 절했다.
“내게도 딸 둘이 있지만, 정말 곱게도 생겼네. 내게 장성한 아들이 없는 게 한이야. 며느리 삼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흑치 부인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는데, 그것은 믿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미시아는 신분이 낮은 여종으로서 무 태후의 비자다.
(다음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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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2024. 8. 2. 한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