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쪽> 마당 깊은 집을 읽고 - 김원일
** 올해 부터 책을 읽고 난후 서평이라기 보다는 간단한 소감록이라도 작성해 보리라는 다짐으로 적게 되었으나 독서토론에 함께 살펴볼 책인데 공부가 부족하여 미리 적으려니 잘못 이해하고 혼자만의 오답을 적게 될 것 같아 부끄럽고 두렵다. 그러나 미루다 보면 나와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될것 같아 백날글쓰기를 통해 적어보러한다.**
6.25. 전쟁 이후 50년대 초반의 피난민의 어렵고 힘든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당깊은 집에 세들어 살고 있는 4가구와 주인집의 이야기를 주인공 길남이를 통해 들려주고 있다. TV 드라마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대구가 고향은 아니지만 30년 가까이 자리를 잡고 살다보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약전시장, 방촌시장, 칠성시장, 대구역 등의 익숙한 지명과 마당 깊은 집에서의 생활과 여러 이웃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였다.
피난생활을 겪어 보진 않았지만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리 생소하지는 않으며,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작가의 50년대 초반의 이야기를 기억으로 재생하여 글을 쓰고 추억을 소년의 시점으로 들려주어 감정이입이 더 쉬웠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길가에 쓰러져, 어느 자식 없는 부잣집 마나님이 나를 불쌍히 여겨 자기 집으로 데려가 머슴으로라도 부려먹게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하루세 끼니 밥을 배부르게 먹는다면 원이 없을 것 같았다.(71쪽)
가난과 배고픔으로 겪고 있는 주인공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배고픔은 어른이 되어도 고봉밥을 주지 않으면 벌컥 화를 낸다고 한다. 배고픔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길남아, 니 아부지가 있으모 우리가 이런 설움 당하겠나 ~ 그래야 혼자 살아온 이 에미 과부 설움을 풀 수가 있다."~ 내가 어머니의 말처럼 내가 집안의 의지기둥이 되려면 남을 딛고 일서서야 하는데, 그러자면 정직과 성실만으로는 어렵고 실력, 체력, 노력, 거기다가 탐욕, 교활, 언변 따위까지 갖추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도무지 어머니의 그 맺힌 한을 풀어드릴 수 없을 것 같았다.(290쪽)
억척스럽게 살아온 어머니의 삶과 장남에 대한 무한 책임과 기대 등이 힘든 시대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듯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주인공은 도무지 어머니의 그 맺힌 한을 플어드릴 수 없을 것 같다고 고백하며 어머니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
추위와 배고픔, 고통 등의 피난민들의 힘든 생활만을 이야기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전쟁을 인한 다양한 사회적 상황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경기도 연백에서 피난 온 경기댁과 경기댁의 딸은 미군부대에 근무하다가 미군과 결혼하고 도미하게 되는 일, 전쟁으로 상이군인 준호아버지가 쇠갈고리를 달고 행상을 하는 일, 평양에서 피난 온 평양댁의 아들은 월북 미수로 체포된 일, 김천에서 온 김천댁의 월북, 기생들 바느질 품팔이로 살아가는 길남이 어머니, 피난민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위채에 살고 있는 주인댁의 삶 등이다.
우리의 현실은 남,북이 분단되어있으며, 전쟁이 일어난지 아직 한세대가 지나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아니 나자신은 옛날 역사책을 보듯이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구시내 계산성당 뒷편에는 길남이의 집과 김원일의 집필하던 집 등이 꾸며져 있다고 한다. 대수롭지 않게 스쳐지나친 것 같다. 6월3일 독서토론이 있기전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