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루공양 ◎
바루공양은 단순한 식사법이 아니라 수행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 바루(鉢盂)는 스님들의 밥그릇으로 발우, 바리때라고도 하며 부처님 당시 인도에서는 1개이던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4개가 되었다.
이러한 바루공양을 가정에서 해본다면 어떨까? 사찰에서 하는 엄숙하고 복잡한 의례에서 벗어나 보다 간단하게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바루 공양, 가정 바루공양을 가정식 뷔페라고 생각하면 쉽다.
배식은 역할을 분담해도 좋고 돌아가면서 해도 좋다. 그날의 배식자 외에는 합장을 하고 공양을 받는다. 이때는 필히 묵언(默言)을 하도록 하자.
밥을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날만큼은 묵언을 통해 헛된 생각들을 고요히 하고 겸허함과 감사의 마음을 갖도록 하자.
바루공양 때 암송하는 경은 <반야심경>이다. 반야심경은 대심경(大心經) 과 소심경(小心經) 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가 법회 때 암송하는 반야심경은 대심경에 속한다.
공양의 고마움에 대한 예배와 감사, 반성, 자비 등의 뜻으로 바루공양 때 암송하는 경을 간단하게나마 함께 소개한다.
가정바루공양의 순서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죽비와 바루 4개, 바루 수건, 무릎 수건, 수저집, 바루 뚜껑, 바루단(밥상 역할), 바루보(바루 싸는 보) 등이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국그릇(밥그릇도 괜찮고 크기도 상관없다) 네 개와 천수 물통, 바루 닦을 수건, 죽비 등을 준비한다. 방바닥에 앉아서 여법하게 하면 좋겠지만 그냥 식탁에서도 무방하다.
바루공양은 철저한 채식이다. 음식이 준비되었으면,
첫째, (죽비 1성) 합장을 하고 불은상기게(佛恩想起偈)를 외운다.
부처님은 가비라에서 탄생하시고
마갈타 나라에서 성불하시어
바라나 녹원에서 설법하시고
구시라 쌍림에서 열반하셨네.
둘째, (죽비 3성) 바루를 제 위치에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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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반찬 3.천수
│ │ 1.밥(어시바루) 2.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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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별 바루 배치도
셋째, (죽비 1성) 배식 담당자가 천수 물을 돌리고 밥, 국, 반찬의 순으로 윗사람부터 돌린다. 밥은 배식자가 담아 주며 배식이 끝난 후 다시 각자의 양에 따라 스스로 더 담거나 덜어내면 된다. 이를 가감(加減)이라 한다.
천수물과 국은 받을 때 적당하게 받아야 하며, 그만 달라는 표시는 바루를 좌우로 살짝 흔들면 된다. 반찬은 찬상에서 스스로 먹을 만큼 담고 받은 음식은 남길 수 없다.
넷째, (죽비 1성) 오관게(五觀偈)를 외운다.
온갖 정성 두루 쌓인 이 공양을
부족한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탐심을 버리고 몸의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네.
다섯째, (죽비 3성) 머리 숙여 합장하고 공양을 시작한다. 공양시 주의할 점은 수저 소리나 먹는 소리를 내서는 안 되며 주위를 둘러 보아서도 안된다. 국에 말아 먹을 때는 꼭 국그릇에 밥을 말아야 하고, 바루를 닦는 데 사용할 김치나 무 조각 하나를 남긴다.
여섯째, (죽비 2성) 식수를 돌린다. 식수는 가장 큰 바루(어시바루)에 받아 바루를 헹군(닦은) 후 마셔야 한다. 그릇을 닦은 물을 마시기가 곤란하다면 식수를 받을 때 마실 수 있을 만큼만 받는다.
일곱째, (죽비 1성) 찬상을 물리고 바루를 닦는다. 식수로 한 번 헹군 바루를 천수물로 다시 닦고 바루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다.
여덟째, (죽비 1성) 천수물을 거두어 버린다. 천수물에는 음식 찌꺼기가 있으면 안 되는데 목구멍이 바늘구멍보다 작은 아귀가 먹을 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수물을 부을 때 마지막 한모금 정도는 남겨서 마셔야 한다.
아홉째, 바루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열번째, (죽비 1성)수발게(收鉢偈)를 외우고,
크신 은혜로 넘치는 공양을 받으니
몸과 마음이 청정하고 기운이 솟네.
바라건대 모든 중생 고해를 벗고
위없는 보리도를 이뤄지이다.
(죽비 3성) 합장 반배하고 공양을 마친다.
이러한 바루공양을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어떨까. 가정 바루공양의 좋은 점
첫째, 최대의 장점으로 음식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둘째,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1주일에 한 번은 온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다.
셋째, 채식 위주의 식사로 건강한 식생활을 돕는다.
넷째, 편식을 막을 수 있다. 다섯째, 각자의 바루에 덜어 먹으므로 위생상 청결하다.
여섯째, 음식물과 음식을 준비한 사람의 수고로움을 알고 감사하게 된다.
일곱째, 설거지가 따로 필요 없으므로 물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여덟째,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다.
아홉째, 아이들은 신기해 하고 즐거워하며 환경과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외에도 바루공양은 불자로서 공양시간에도 기도의 연속감을 가질 수 있고 지구촌 한편에서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널리 회향할 수 있는 자비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