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은 잘 보내셨나요?
무료한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이 되었습니다!
날씨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는데 데이트 약속들은 없으신가요?
데이트 약속이 있으시다면 제가 얼마전 다녀온 곳을 추천해드리려구요^^
가로수길에 있는 이자카야인데 분위기도 좋고 안주도 맛있는 곳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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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일본 라이프 브랜드 ‘무지(MUJI)’가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같은 아시아라고 반가운 마음에 매장에 들어가보면 이미 많은 런더너들이 이 제품 저 제품 둘러보고 있었
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일본식 소박함과 정갈함을 더한
‘무지’ 디자인이 런더너들에게 어필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무지’ 매장과 비슷한 느낌의 ‘일본 내츄럴 빈티지’ 풍의 음식점이 언젠가부터 많이 들어섰
습니다.
그런 음식점들은 대부분 ‘무지’처럼 흰색과 회색 등 무채색 위주의 색상을 쓰고
장식은 최대한 배제해 정리정돈 잘 된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앞서 언급한 곳과는 또 다른 ‘일본’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신사동 가로수길 커피스미스와 같은 건물 3층에 있는 ‘오기’. 오기는 일본말로 ‘부채’를 뜻한다
일본 빈티지 느낌의 ‘사루비아’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후배와
저는 이자카야 ‘오기(OGI)’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오기는 일본어로 ‘부채’라는 뜻인데요,
사루비아가 딱 일본식 빈티지라면 오기는 좀 더 일본의 전통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기’는 신사동길 초입에 있는 커다란 커피 전문점 ‘커피 스미스(Coffee Smith)’와
같은 건물에 있어서 매우 찾기 쉽습니다.
커피 스미스 오른쪽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왼쪽 옆에 쭉 놓여있는 사케 병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병을 놓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가 된다는 점에서 신기했고,
둘째로 자투리 공간을 이용한 분위기 연출에 감탄했습니다.
계단을 다 올라가면 나무문이 나옵니다.
차가운 시멘트 벽 사이에 원목 느낌을 그대로 살린 나무문이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마치 다른 나라로 통하는 마법의 통로 같다고나 할까요?
실내에 들어서면 처음 받는 느낌은 ‘탁 트였다’는 것입니다.
천장이 높고 테이블간 간격이 넓어서 그런 듯 합니다.
바에는 정말 많은 사케 병들이 놓여있고, 곳곳에 일본 여성을 소재로 한 우키요에가 눈에 띕니다.
그림 속 여성들의 가느다란 눈매와 하얀 피부, 매끈한 얼굴 선이 매혹적입니다.
↑넓은 공간에 탁 트인 실내가 좁고 불편한 여느 사케 집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여름에는 외부 공간을 오픈해 가로수길의 전경을 즐기기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이 곳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야외 테라스였습니다.
산들산들 바람 부는 날 저녁 그 곳에 앉아 사케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더군요.
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다다미방에 앉아 히레 사케 마시며 비에 젖은 가로수 길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겠네요.
하지만 지금은 2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날씨가 풀리면 반드시, 꼭 다시 찾아야겠습니다.
↑잇떼키뉴콘 준마이긴죠와 타코 와사비
저와 후배는 가로수 길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앉아
잇떼키뉴콘 준마이긴죠와 안주로 타코 와사비를 주문했습니다.
일본 히로시마현이 자랑하는 가모츠 루주조의 사케 ‘준마이긴죠’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한 방울 한 방울에 장인의 혼을 담아 빚어낸 술입니다.
천연수로 재배한 햅쌀을 사용해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비법으로 빚었죠.
향이 프루티(fruity)하고 목넘김이 경쾌해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립니다.
함께 시킨 안주 타코 와사비는 흔히 줄여서 ‘타코와사’라고 부르죠.
문어를 잘게 썬 다음 고추냉이(와사비) 등등을 넣고 만든 양념에 버무린 요리입니다.
소고기 타타키 등과 함께 타코와사는 대표적인 사케 메뉴입니다.
물론 제가 특히 좋아하는 요리기도 하고요.
쫄깃쫄깃한 문어가 달콤 짭쪼롬한 양념과 어우러져 사케 맛을 한층 돋워줍니다.
후배와 사케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문득 담배 생각이 나 한 개비 꺼내 물었습니다.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이자까야를 가끔씩 찾았습니다. 학교 앞에 오뎅탕을 잘 하는 이자까야가 있었거든
요.
거기에서 도쿠리 시켜놓고 오뎅탕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던 게 엊그제 같은데 새삼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
각이 들더군요.
↑후배가 건넨 해외판 다비도프 리치블루 (Rich Blue)
이때 후배가 무언가 잊었던 걸 기억해낸 듯한 표정으로 가방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건넸습니다.
바로 ‘다비도프 리치블루(Rich Blue)’.
다비도프 담배를 즐겨 피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후배가
이번에 유럽에 다녀오면서 저 주려고 사왔는데 지금까지 깜박하고 있었다는 군요.
참 기특하지 않나요?
‘다비도프 리치블루’는 담배 포갑지의 전체적인 블루 컬러가 인상적입니다.
거기에 깔끔한 디자인까지 ‘외모’는 일단 합격이었습니다.
케이스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습니다.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맛을 보려니 감흥부터 새롭더군요.
개인적으로 ‘리치블루’는 ‘다비도프 클래식’보다 좀 더 거친 느낌이 있었습니다.
‘클래식’이 독하지만 부드러운 면이 있다면 ‘리치블루’는 좀 더 쿨한 맛이 있다고 할까요?
국내에도 얼마 전 ‘다비도프 리치블루’가 출시 되었는데요,
8mg의 해외 제품과 달리 3mg 버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저도 피워봤는데 일단 클래식과는 많이 다른 향을 지니고 있어 또 다른 느낌이더군요. 다음에 한번 상세
한 리뷰를 올려보겠습니다.
↑매장을 나서면서 찍은 OGI 계단 사진
그렇게 신사동 일본 탐방은 끝이 났습니다.
후배를 먼저 택시 태워 보내고 저는 가로수 길을 더 걸었습니다.
제 입에서는 입김과 담배 연기가 뒤섞여 희뿌연 연기가 나오고 있었지만,
한밤 중 가로수 길 산책이 좋아 추운 줄도 모르고 어느새 한 바퀴를 다 돌고 제자리에 돌아왔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과 맛있는 곳에서 이야기 나누며 보내는 시간이 남기는 여운은 참 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