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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국여행동호회 원문보기 글쓴이: 최기자여우위에
바오두펑(왼쪽), 정양문(오른쪽 위), 서태후와 위안스카이(오른쪽 가운데), 왕푸징 야경(오른쪽 아래)
다하이(大海) 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베이징자장면도 팔지만 주 종목은 루주훠샤오(鹵煮火燒)다. 토속 음식인데 청나라 말기 광서제 때 궁중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큰 통 속에 갖가지 내용물을 하나씩 끄집어내더니 묵직하고 둔탁해 보이는 주방 칼로 잘게 썰고 있다. 두부도 있고 창자와 허파, 비계나 속살도 있다. 훠샤오라는 말이 불에 굽는다는 말이니 두부나 고기를 구운 후 국물에 푹 담근 듯하다. 약간 연갈색 빛깔이 도는 국물이 토속적인 냄새가 풍긴다.
두부나 고기를 끄집어내더니 빠르게 자르는 솜씨가 예술이다. 그릇 속에 같은 양과 개수로 정확하게 재빨리 배분한다. 혹시 양고기냐고 했다가 주인에게 혼 났다. 어떻게 양을 돼지와 비교하냐는 것이다. 고기를 다 썰어 넣자 그릇에 국물을 붓는다. 한 그릇에 12위엔 하는 요리를 먹으려고 기다렸던 사람들이 서로 받으려고 한다.
베이징에는 진귀한 먹거리가 많은데 왕푸징(王府井) 포장마차 거리가 대표적이다. 전국 각지의 다양하고 독특한 먹거리가 집합해 있는데 딱 보면 재료가 무엇인지 알 수 있기도 하지만 전혀 낯선 것도 많다.
너무 맛 있어 스님도 담을 넘어간다는 포탸오챵(佛跳牆)이 있으며 과일로 만든 사탕과자인 탕후루(糖葫蘆)도 있다. 얼음처럼 차게 해서 먹는 젤리인 빙라오(冰酪)에도 군침이 돌고 구운 옥수수인 카오위미(烤玉米)도 먹음직스럽다.
소나 양의 내장을 섞어 탕으로 만든 자쑤이탕(雜碎湯)이나 발효시킨 두부인 처우더우푸(臭豆腐)는 왠지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전갈, 번데기, 잠자리까지 꼬치에 꼽아서 만들어 파는데 역시 만만하지 않다.
궁중 간식인 검은 쌀로 만든 죽인 구이화즈미저우(桂花紫米粥)나 팥으로 만든 홍더우샤(紅豆沙)는 한 그릇 맛 봐도 무난하다. 신선한 우유를 뜨거운 불에 익혀 응고시킨 후 설탕을 넣어 만든 자셴나이(炸鮮奶)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양고기나 소고기, 오징어를 불에 데친 꼬치도 입맛을 당긴다. 구운 빵 속에 고기를 햄버거처럼 넣어서 만든 샤오빙자러우(燒餅夾肉), 문어를 넣고 익혀낸 장위샤오완즈(章魚小丸子), 녹두를 묵으로 만든 챠오먼즈(炒燜子), 구운 만두인 졘자오(煎餃), 하얗게 생긴 중국식 소시지인 관창(灌腸)은 부담 없어 보인다. 후식으로 먹기 좋은 쌀국수인 궈챠오미셴(過橋米線)이나 거품 차라고 부르는 파오파오차(泡泡茶)는 입가심으로도 좋다.
생굴을 구워 파는 카오셩하오(烤生蠔)이나 오줌싸개라는 이름이 붙은 소고기 완자인 싸뉴뉴완(撒尿牛丸)에 이르니 한자도 어렵고 맛도 분간하기 어렵다. 마라탕(麻辣燙)은 매운 양념국물에 완자, 야채, 버섯, 두부 등을 넣어 만든다.
파인애플 속에 쌀밥을 넣고 쪄서 만든 보뤄판(鳳梨飯)은 색깔이 예뻐서 탐이 난다. 오리 피로 만들었다는 야쉐탕(鴨血湯)은 쳐다보기도 싫다.
왕푸징 둥화먼(東華門) 음식거리가 갈수록 깔끔하다. 가게마다 홍등이 걸려서 분위기도 돋우고 있고 요리사들도 모두 깨끗한 옷을 입고 있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다. 밤이 되면 이곳은 신기한 먹거리를 눈요기하고 가끔은 용기를 내 맛도 보는 낭만적인 관광지로 점점 변할 것이다.
3) 길고 좁고 짧고 넓고, 별의별 후퉁 다 있네
베이징에는 무수히 많은 옛 골목길인 후퉁이 있다. 골목길의 정서가 많이 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수천 개의 후퉁이 있다. 원나라 시대 도읍이 되면서 마을이 조성되면서 골목이 형성된 것이다. 몇 군데 재미난 후퉁을 찾아 가보자.
톈안먼 광장 남쪽에는 마오주석기념당(毛主席紀念堂)이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양 옆 동서방향으로 길게 뻗은 후퉁이 있으니 쟈오민샹(交民巷)이다. 신중국 후 광장 한가운데 기념당이 들어섰지만 원래는 총 길이가 3킬로미터가 넘는 가장 긴 후퉁이다.
둥(東)쟈오민샹은 청나라 시대 외국 귀빈을 위한 영빈관이 있었고 서양 열강이 진출한 후에는 대사관저와 은행들이 들어섰던 곳이다. 몸통이 검고 줄기는 푸른 가로수 나무들이 있고 사람들도 많지 않아 한적하다.
둥쟈오민샹이 끝나는 곳에서 계단을 내려서면 톈안먼 광장이다. 광장으로 나서서 마오주석기념당을 가로질러 다시 서쪽으로 가면 시(西)쟈오민샹이다.
청나라 때에는 행정부서가 있었고 민국 초기에는 중국은행들이 있던 곳이다. 비교적 서민적인 주거지역으로 변했으며 골목 사이사이로 조그만 골목들마다 별의별 이름의 골목이 연결돼 있다.
돌아가는 길 골목에 자전거, 오토바이, 삼륜차와 자동차가 나란히 세워 있다. 집집마다 오성홍기가 나부끼니 사람은 없지만 복잡해 보인다.
이번에는 가장 거리가 짧은 후퉁을 찾아간다. 쳰먼을 마주 보고 옛 상가거리인 다스랄을 지나 양메이주세제(楊梅竹斜街) 골목을 지나간다. 너무 짧아 결국 양메이주세제에 편입됐다는 이츠다제(一尺大街)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류리창(琉璃廠) 동쪽 끝과 연결돼 있다는데 도무지 이츠다제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세 갈래 길에 있는 골동품 가게 화루이자이(華瑞齋) 앞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물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단 한번에 찾게 됐다.
이곳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유명한 후퉁이었지만 지금은 바뀐 지 오래됐다고 하면서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스싼부쥬다오러(十三步就到了), 어른 걸음걸이로 13보만 걸으면 된다고 한다. 전봇대까지가 가장 거리가 짧은 후통, 이츠다제인 것이다.
단 한 자 정도로 짧은 후퉁 이름인데도 큰길이라는 다제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해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골목의 구조를 보니 13보만의 거리만큼 절묘하게 세갈래 길 사이에 남겨졌으니 사람들은 기발한 이름으로 기록했던 것이다.
샤오라바(왼쪽), 쟈오민샹(오른쪽 위), 이츠다제(오른쪽 가운데), 거리에서 본 샤오라바(오른쪽 아래)
골목길이 가장 좁다는 샤오라바(小喇叭)로 찾아간다. 첸먼다제를 지나 융안루(永安路)에 있다는 정보만 알고 갔는데 금방 찾았다. 빨간 바탕에 흰색 글씨로 다라바(大喇叭) 간판이 보인다. 라바는 나팔이라 뜻으로 한쪽은 넓고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곳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큰 나팔이 있으니 작은 나팔도 있을 것이다.
오밀조밀한 골목을 들어서니 복잡한 미로 같은데 조그만 골목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가 빨래를 하고 있어서 물었더니 한 발자국만 더 가라고 한다. 과장이 약간 심한 듯 했는데 몇 발자국 들어서니 전봇대 하나가 우뚝 서 있고 바로 사람 한 명 간신히 통과할 좁은 길이 보인다.
전봇대 굵기의 두 배 정도인 약 60센티미터 너비이니 한 사람 겨우 갈 정도다. 전봇대가 바로 나팔 부는 작은 구멍쯤 되나 보다. 입김 따라 나팔 속으로 빨려들 듯 조심스레 걸어간다. 이 좁은 곳에 집 한 채가 있다.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먼당후두이(門當戶對)가 있고 복과 이익이 백년(福益百年) 지속되라는 부적이 붙어 있다.
큰길로 나와 되돌아보니 오성홍기가 좁은 골목을 가리고 펄럭인다. 서민들이 살았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후퉁 중에서도 이다지도 좁은 샤오라바 후퉁이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이 신통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후퉁이란 말은 몽골어가 기원이고 원나라가 도읍을 정한 후 도시 계획을 하면서 조성됐다. 비록 몇 군데만 둘러봤지만 후퉁 속에 담긴 서민들의 향기를 맛 본 시간이었다.
4) 경극 전문극장 후광회관의 오리지널 경극
베이징 후팡루(虎坊路)에는 경극을 전문으로 하는 극장인 후광회관'(湖廣會館)이 있다. 청나라 가경제 때인 1807년경에 만들어진 이 회관은 근대화의 선구자인 쑨원이 수 차례에 걸쳐 정치 강연을 했던 곳이다.
경극 공연 관람료는 조금 비싼 편이다. 좌석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 돈으로 3~4만원부터 10만원이 넘기도 한다. 좀 일찍 갔더니 배우들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차와 과자를 먹으며 잠시 기다리니 악기 소리와 함께 경극이 시작된다.
첫 번째 공연 제목은 스위줘(拾玉鐲)인데, 번역하면 ‘옥 팔찌를 줍는다’는 뜻이다. 소년 푸밍(傅明)이 소녀 쑨위쟈오(孫玉姣)를 사모한다. 일부러 소녀의 문 앞에 옥 팔찌를 떨어뜨린다. 이를 본 류매파(劉媒婆)는 소녀에게 온 증표라 여겨 중매를 한다는 내용이다.
전통 악기 소리에 맞춰 코믹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화장이나 복장, 동작들을 자세하게 보면 나름대로 재미있다. 30분 정도 이어진 공연인데 지루하면 차도 마시고 과자도 먹고 여유 있게 보면 금방 시간이 흘러간다.
한편이 끝나자 10분 정도 휴식인데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대나무를 소재로 동물들을 만든 공예품이라 관심이 갔다. 몇 번씩이나 깎아서 50위엔 하는 매미 한 마리를 10위엔 주고 겨우 샀다.
후광회관(왼쪽 위), 경극 공연장(왼쪽 아래), 대나무 공예품(오른쪽)
두 번째 공연 제목은 다오션차오(盜仙草). 신성한 풀을 훔치다 정도로 번역하면 될 듯하다. 허선(許仙)이 부인 백소정(白素貞)에게 술을 마시게 한다. 뱀의 정체를 드러내 허선이 깜짝 놀란다. 인간으로 변한 백소정은 남편 허선에게 도움을 청하니 산으로 들어가 신성한 풀을 훔쳐 온다는 내용이다. 중국의 4대 민간 전설 중 하나인 백사전(白蛇傳)을 배경으로 만든 경극이다.
배우들의 동작이 코믹하기도 하고 칼 싸움이나 창 던지기도 표현하니 흥미진진하다. 서커스 묘기도 곁들이고 노래도 잘 한다.
이렇듯 전설이나 소설에서 경극의 소재가 나온다. 경극은 원래 안후이(安徽) 성에서 발생한 것인데 청나라 건륭제 생일 잔치에 초대돼 공연한 후 베이징에 머물게 돼 점차 베이징을 대표하는 무대극으로 발전했다.
최종명(중국문화전문가)
pine@youy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