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모임에서 여러번 박 여행을 했는데 그 때마다 박국용(벽암 혹은 버드실)대감이
좋은 장소와 세밀한 계획을 세워 매번 만족을 하곤 했는데 이번 여행도 역시 멋진 추억이
되었다.
금요일. 오전 9시 바쁜 직장인도 있고 반백도 있고 온전한 백수도 있지만 전부 칼같이
시간을 지켜 서초 구민회관에 모여 떠난다. 여주 휴게실에서 커피 한잔 하고 담소를 나눈다.
막힘없는 고속도로를 달려 신림에서 빠져나가 주천으로. 주천 입구에 있는 주천 묵집에서
도토리묵 감자수제비 메밀묵밥 동동주등으로 배를 채운다. (주천 묵집 033-372-3800)
일행은 오늘 숙박할 가야산식당에 잠시들렀다가 백덕산 등산을 위해 사자산 법흥사를
찾는다. 이 사찰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나로서는 이제까지 4개의 적멸보궁을
찾아 보았는데 마지막 적멸보궁을 보게 되어 감회랄까. 조금은 새로운 마음이 들었다.
양산의 통도사 설악산의 봉정암탑 오대산의 상원사 정암사의 수마노탑은 유명세를
타지만 사자산 법흥사는 제일 안 알려진것 같다. 물론 불자들은 다 다녀갔겠지만
유명한 산 근처에 있는 보궁과는 달라 여기에 오기는 쉽지 않았는데 우리들 모임의
덕택인가? 사자산 법흥사는 지금 한창 불사를 일으키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다른
절에서는 그예를 본적이 없는 "만다라 전"이라는 전각이 있어 이채로웠다. 이 절이
티벳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문외한 인 나로서는 알 수도 없고 설명도 없었다.
이 절의 적멸보궁은 상원사의 적멸보궁과 거의 유사한 형태를 띄었는데 설명에는
불사리가 연화봉 절벽에 안치되었다는 것과 봉분과 같은 단 앞에 고승이 수행하던
석굴이 있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까. 만다라전과 석굴이 선문구산의 일파인 사자산파와
어떤 연관이 있고 밀교와도 관련이 있는 것일까?
보궁 참배를 마치고 백덕산 대신 바로 절 왼쪽에 있는 구봉대를 오르기로 했다.
높지 않은 구봉대는 이 근처 꾼들이 많이 다니는 산 같았다.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고 표지판도 요소 요소에 자리잡고 있었다. 어제 내린 눈을 처음 밟으면서
전부들 잘들 올라간다. 안부까지 오르고 다음 일정을 위해 하산하는데 너도 나도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춤을 추고 메기도 잡고 겨우 겨우 내려온다.
저녁과 광란의 밤을 지내기 위해 우리는 이 지방 특산이라는 꺼먹돼지를 잡으러
갔다. 주인이 불을 지피는 사이 우리는 주천의 명물인 섶다리도 보고 빙허루에 올라
조망도 감상하고 주천이라는 지명이 유래된 샘도 살펴보았다.
저녁은 돼지고기가 주였지만 우리들로서는 술을 빼놓을 수 없겠다.
雲海가 가져온 니이가타산 청주. 修德이 갸져온 옥로주를 다 마시고 소주에 복분자에
그다음은 무엇을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나는 취해서 만득이 노래방에서 어떻게
놀았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변명한다고 하겠지만... 여하튼 만득이 집에선가
어느 다방인지 石丁과 둘이서 앉아 노는데 우리들이 전부 우르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전부 같이 들어가야 한다나. 우리가 물가의 어린애인가? 아니면 닭이 기른
오리새끼가 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는 어미닭들이 자기들인가?
가야산 식당 앞집에서 한 잔 더하고 전부 뒤집어 졌나보다. 아침 식사 맛있게하고
돌개도 사고 헛개나무도 사고 하면서 서강 트레킹을 떠난다. 한반도 지형을 닮은
걸로 유명한 선암 마을 앞에서 탁족놀이도 하고 라면도 끓여 먹고 인삼주로 목도
축이고 캠프화이어도 하면서 그렇게 맑은 물과 접하고 우리는 또 순대를 채워야 한다.
영월에서도 유명하다는 장릉 보리밥집에서 맛있는 보리밥 한 그릇을 뚝딱 해 치웠다.
식후경으로 먼저 장릉을 보았다. 능은 다른 왕의 능보다는 초라하였다. 봉분을 받치는
둘레담도 없었고 12동물지신상도 문인석 무인석도 없거나 빈약하였다. 걸음을 재촉해
청령포로 향한다. 단종의 처음 유배지로 경치가 절경이긴 하나 하회마을처럼 물이 돌아드니
배를 타지 않고는 출입이 어려울터. 감시하기에는 너무 좋은 장소가 아닌가. 상왕에서
노산군으로 다시 서인으로 내려간 17세 소년이 지은 자규에 관한 시가 애처롭다.
청령포에서는 영월군청에서 나온 문화관광과의 이진숙 011-363-0936 이라는 여자가 해설을
해준다. 한 잔씩 걸친 우리들은 농담이 조금 심했는데도 약주 하신 분들 치고는
양반이란다. 청령포에 있는 관음송은 정말 멋진 소나무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만큼.
다시 배를 타고 나오니 우리들의 공식 일정은 서울 가는 일 말고는 전부 끝났다.
승용차를 냅다 달려 서울로 향한다. 그냥 갈 수없는 호주가들은 차안에서 맥주다 인삼주다
동을 낸다.서울 서초동 굴국밥집에서 보쌈에 삼합으로 뒤풀이를 마치고 약간은
피로를 느끼고 약간은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각자 집으로.......
카페 게시글
자유게시판
2006.3.17--18 서강 트레킹
가리(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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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20 18:1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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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렇게 마시고도 어떻게 그렇게 실감나게 기행문을 쓸수있는지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나는 망땅 취하면 취하기 1시간 전부터는 불꺼진 형광등인데...
술마시고 잊어버린건 안 쓰거나 못 쓰는 거예요. 내가 한 행동을 다른 사람은 모르니까 대강 써도 모리지요. 일요일 관악산에는 생강나무가 예쁘게 피었던데 오늘은 또 꽃샘바람이 심하네요. 몸조심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