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우리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해 백운대 꼭대기에 박아놓은 쇠말뚝을 뽑아낸 단체가 있었다. 민족혼을 찾고 민족혼을 되살리자는 뜻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대한민국 심장부에 버티고 서 있던 조선총독부 건물도 백운대 꼭대기 쇠말뚝과 같은 개념으로 보고 철거운동을 폈고, 그 건물의 철거에 큰 몫을 했던 이 단체의 이름은 `우리를 생각하는 모임`이었다. 이 모임에서 펼쳤던 또 다른 운동 중에는 `민족호칭`을 사용하자는 운동이었다.
반만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민족이라고 하면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우리 고유의 호칭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한문인 `씨(氏)` 자를 보편적인 호칭으로 쓰고 있고 미스터와 미스를 남녀로 구분한 호칭으로 쓰기도 한다. 군(君)과 양(孃)을 손아랫사람의 호칭으로 쓰는 사람도 많은데, 그 어느 것 하나 우리의 호칭으로 내세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이 모임에서는 우리의 고유호칭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그 호칭이 `선비`와 `선아` 였다. 남성의 호칭을 `선비`, 여성의 호칭을 `선아`로 했다. 지금도 이 모임 출신이나 이 모임과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은 고유호칭을 즐겨 쓰고 있다.
속리산 산행을 마치고 상주, 점촌, 예천 땅을 거쳐 영주 땅으로 들어서는데 영주 땅임을 알리는 시군계 팻말에는 `선비의 고장 영주`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영주시에서는 지금 `선비촌`을 조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주의 상징이라는 `선비`의 개념을 정립하고 선비상을 세우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었다.
[서부불고기식당]
소백산 산행 코스는 여러 갈래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희방사와 희방폭포가 있는 코스를 택하고 있다. 기차편을 이용해서 소백산으로 가는 편한 길은 중앙선의 풍기역을 거치는 길이다. 희방사에서 가장 가까운 역으로는 희방사역이 있기는 하지만,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작은 역이다. 단양역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희방사 코스로의 접근이 풍기역보다 멀다. 그래서 희방사 가는 길에는 인삼과 사과의 고장 풍기를 거치게 되어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풍기 읍내 중심가 풍기단위농협 뒤 골목 안에는 `서부불고기식당`(054-636-8700)이 있다.
옛날 시골에서 우리가 살던 모습의 골목 안이라 식당을 찾아 들어가는 골목길부터 마음에 든다. 식당으로 들어서면 반갑게 객을 맞이하는 집 주인 김순자씨의 인상에서 타향살이에 지친 몸을 끌고 시골 고향집을 찾았을 때 마주치는 어머니의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손으로 썰어 금방 양념한 연하고 좋은 부위의 갈비살과 등심살의 소금구이로 귀환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하산주 한잔 걸치기에 딱 좋은 식당이다.
육수 맛이 그만인 냉면이나 불고기도 먹을 수 잇다. 한 곡조 뽑으면서 뒤풀이라도 하고 싶다면 따로 노래방으로 갈 것 없이 앉았던 식탁에서 이 집 노래방 기기를 이용하면 된다.
풍기역까지는 도보로 3분 정도의 거리다.
[풍기멕시칸양념통닭]
풍기에는 멋진 산자락에 형성된 고장답게 산악회도 있다. 70여 명의 회원으로 8년째 한 차례도 걸르지 않고 꾸준히 월례 산행을 하고 있는 풍기산악회의 회장이었던 김용수씨는 동부리 중앙시장 앞 쌀전 거리에 `풍기멕시칸양념통닭`(054-636-8941)이라는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다.
인삼 고장의 인삼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인삼야채찜닭`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는데, 4명이 먹기에도 푸짐한 양으로 대단한 인기였다.
[대화식당]
죽령 고갯길에서 희방사로 꺾어 들어가는 삼거리 검문소 가까운 곳에 있는 `대화식당`(054-637-3766)은 곱상한 모습의 박순환씨가 객을 반갑게 맞는다.
산채정식을 먹을 수 있고 여름철에는 솔잎을 넣어서 만들어내는 솔잎냉면이 깔끔하고 맛있는 집으로 알려져 있는 소규모의 식당이다.
[청우가든]
경상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자신들의 음식이 남도 음식에는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영주 사람들이 신영주라고 하는 곳에 위치한 `청우가든`(054-635-3747)에 들어가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을 느끼게 한다.
밝은 분위기의 청결한 식당, 종사자들의 활기찬 표정과 친절함, 120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규모의 집이다.
집주인 이성구씨는 20년 경륜의 축산업자, 청우농장의 목장주이기도 한 이씨는 자신의 생산품을 실수요자에게 바로 연결시키는 판매망을 구축하겠다는 평소의 신념이 결국은 식당 문을 열게 만들었다고 했다. 암소고기만을 식탁에 올린다는 원칙을 어기지 않고 고기가 떨어지면 아무리 이른 시간이라도 그날의 영업을 끝을 낸다.
한우갈비살, 한우등심, 돼지고기삼겹살 등을 맛볼 수 있다
안주인 성경희씨는 손님들의 95%가 한우갈비살을 찾는다고 했다.
[풍기삼계탕]
인삼의 고장인 소백산 산록에 인삼이 재료가 되는 삼계탕의 명소가 없을 리 없다. 풍기 인삼의 지명을 딴 `풍기삼계탕`이 이 지방에서는 가장 잘하는 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풍기` 라는 인삼 산지의 지명이 붙어 있지만 이 집은 영주 시내 중심가 하망3동에 있다.
`충기삼계탕`(054-631-4900)은 그 유명도 만큼 맛에 관한 한 새삼스러운 소개가 필요하지 않다.
집주인 이영자씨는 불편하기는 하지만 삼계탕을 옛날 그대로 조선 솥에 장작불로 고아서 옛날 그대로의 맛을 내고 있다. 영계에 수삼 한 뿌리, 찹쌀, 마늘, 생강, 대추, 파를 넣고 삶는데 이 집만의 독특한 삼계탕 맛은 우리나라 삼계탕 맛의 표본이 될 만하다고 한다.
이 집에서 쓰고 있는 인삼은 인근 인삼재배농가에서 직접 구입해서 쓰고 있으며, 삼계탕 한 품목만 내어놓는 철저한 전문 음식점이다.
[초암골가든]
국망봉으로 오르는 가장 가까운 코스는 초암골이다. 40년도 훨씬 더 지난 1957년 여름 순흥에서 이 계곡으로 들어가 죽계구곡을 타고 국망봉을 올랐던 기억을 더듬으며 배점리에 도착한 겨울 대낮. 눈앞에 다가선 집은 `초암골가든`(054-634-2326)이라는 측염소고기집이었다.
`초암골가든`은 이 지역 태생의 유세종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기른 흑염소와 오리로 요리를 만들어 내어놓는다. 그만큼 양질의 고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집이라 실속파 식도락가들이 단골로 많이 찾아오는 집으로 알려져 있었다.
[소백산장]
배점리 국립공원 주차장에서 초암사 방향 200m 지점 왼쪽으로는 멋스런 통나무집 하나가 나타난다. 이 집이 `소백산장`(054-632-6994)이다. 2층 통나무집은 전통찻집이고 찻집 위쪽에 있는 또다른 집은 청둥오리 전문 음식점이다. 식사도 할 수 있고 민박도 가능하다.
`항상 친구 같고/ 항상 애인 같고/ 늘상 오빠 같은/ 사랑하는 나의 신랑이랑/
어깨 나란히/ 차를 달이고/ 담소를 나누며/ 불을 지푸고/ 그래 그렇게/ 살아갑니다. 우린…
`소백산장`에서 자체 제작한 그림엽서에 찍힌 글귀인데, 이 글귀를 읽고 나니 마시던 차맛이 한결 더 좋아졌다. 이 글귀의 `우리` 는 한 쌍의 잉꼬같이 살고 있는 `소백산장`의 길재홍, 유선희씨 부부이고 글귀는 부인이 쓴 것이라고 한다. 산장의 조경이 한 폭의 그림같이 너무 아름다웠는데 부인은 대학에서 조경학을 공부했다고 했다.
죽염 된장찌개가 따라 나오는 `오곡오과밥`을 개발해서 산사람들 주머니에 부담을 주지 않는 특별한 음식으로 손님들을 모시고 있다.
[순흥전통음식점]
초암사 코스 들머리길 순흥면 읍내리에는 이곳에서는 가장 오래된 묵집 `순흥전통음식점`(054-634-4614)이 있다.
소백산 자락의 명소인 이 집에서는 주인인 정옥분씨가 순메밀을 맷돌로 직접 갈아 가마솥에다 장작불로 묵을 만든다. 잡맛이 없는 담백한 맛의 전통묵을 먹을 수 있는데 참기름과 간장, 깨소금과 고추, 김과 파 등으로 묵 맛을 돋운다. 묵조밥 한 그릇에 소백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읍내 사거리 순흥주유소 옆 도로변에도 묵집이 있다. 바로 `원조순흥묵집`(054-632-2028)이다. 초암사로 들어가는 길목이라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기에 좋은 집이다. 메밀묵과 도토리묵을 전통적으로 만들어 별미를 찾는 손님들의 입맛을 만족시켜 준다.
가장 짧은 코스로 소백산 최고봉 비로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비로사 쪽을 선택하는데, 이 코스에는 먹거리촌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비로사로 들어가는 삼거리 버스정류장에 `삼가동구판장`(054-636-4640)이 자리하고 있다.
[부석사종점식당]
부석사 입구 버스정류장에는 반듯한 식당 몇 집이 있다. 이들 식당 가운데 `부석사종점식당`(054-634-3607)은 주변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집이다.
안주인 김숙자씨가 맛의 본고장 남원 출신으로, 결혼해서 처음 경상도 땅을 밟고 음식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시댁 마을로 와보니 한심한 생각마저 들었다고 한다.
부석사 입구에다가 식당 문을 열고 마음껏 음식 솜씨를 발휘하는데 그 누구인들 이 집 음식을 두고 딴 곳으로 갈 수 있었을까.
산채정식이 주된 음식, 봄과 여름에는 된장찌개, 가을과 겨울에는 청국장이 기본으로 따라 나온다. 산지에서 따온 도토리로 만든 도토리묵이 일품 요리고 `확실한 자연산 산더덕만`을 식탁에 올리지 `산에서 재배한 산더덕`도 배격한다는, 더덕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라고 자부했다.
김숙자씨는 자신의 집 메뉴 중 산송이버섯찌개를 권했다.
[금강식당]
소백산에서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대단하다. 신도 수가 180만 명이라고 하니 구인사 입구가 붐비는 빈도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구인사 입구에는 20여 개 업소의 식당이 있는데 가장 크게 눈에 띄는 식당은 `금강식당`(043-423-2594)이다. 1995년 충청북도는 도내 향토음식 기능보유자 7명을 선정했다. 이들의 쟁반냉면은 사리에 산나물, 야채 등 각종 재료를 넓은 접시에 가지런히 담고 그 위에 참깨와 참기름을 부어 비벼먹는다.
도토리냉면과 산나물이 어울리는 개운하고 담백하며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 한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쟁반냉면을 1만원 받고 있다. 윤기분 할머니의 솜씨는 며느리 김순희씨가 전수 받아 식당 운영을 맡아 하고 있다.
12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규모인데 도토리냉면, 산채백반, 산채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장다리식당]
주변에 볼거리가 너무 많은 단양이라 군청 소재지의 밤거리는 매우 화려하고 먹거리 집들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렇지만 수많은 음식점 중에서 한 곳을 골라보라고 하면 이곳 사람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장다리식당`(043-423-3960)을 꼽는다고 한다.
1997년 제1회 충청북도 향토음식경연대회에서 `산채비빔쌈밥`으로 대상을 수상한 업소이다. 이 집의 젊은 주인이 1995년 충청북도가 선정한 7명의 향토음식 기능보유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이 집의 명성을 대변해 주고도 남음이 있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산채비빔쌈밥은 상추, 깻잎, 배추 등 쌈 종류에다 산채가 섞인 오곡비빔밥을 쌈싸먹는 희한한 쌈밥이다. 산채비빔밥은 오곡밥에다가 소백산에서 나는 참나물, 취나물 등 10가지가 넘는 산채와 비빔육회로 비비는데, 산채 고유의 향이 어우러져 별미를 자아낸다.
`선미 엄마`로 불리는 식당 주인 이옥자씨는 하숙집을 하던 어머니 밑에서 10대 때부터 식당 일에 뛰어든 만만찮은 경력의 소유자다.
눈썰미와 손맛이 뛰어나 각종 음식 경진대회에 나갈 때마다 입상을 했다. 이 집만의 자랑스러운 음식이 여러 가지 있는데, 단양 특산물인 마늘이 들어가는 `마늘가마솥밥`을 이 집의 대표 음식으로 내세우고 있다.
마늘가마솥밥은 쌀에다가 마늘, 송이버섯, 밤, 대추, 은행 등을 곁들여 가마솥에 짓는 밥인데, 마늘쫑무침 등 마늘이 들어간 반찬 12가지도 상 위로 올라온다. 도토리송이버섯빈대떡 등 음식들이 다양하다. 대부분 다른 업소에서 먹어보기 힘든 독특한 음식들이다.
[장씨본가]
바퀴 달린 교통수단이 없던 시절 구름도 쉬어 넘던 죽령 가파른 고갯길을 넘던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충청과 강원지방에서 경상지방으로 연결되는 육로가 되는 죽령 어귀에 위치한 충청도 땅은 지금의 행정구역으로는 충북 단양군 대강면 장림리다. 고구려와 신라 때는 치열한 땅싸움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교역의 중심지 역할도 했던 땅이다. 이곳은 중앙고속국도 단양IC가 되는 곳으로 예나 지금이나 교통의 요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험한 죽령을 넘기 전에 이곳에서 하룻밤 쉬면서 짚신을 고쳐 신는다. 말에게도 여물을 먹이고 내일의 장도를 준비시킨다. 객고를 달래줄 주막거리가 번창했을 것임은 물론이다. 바로 이곳의 지금 모습이 보고파 찾아가 봤다. 여느 시골과 별 다름 없어 보이는 평범한 마을이었다.
대나무 죽자의 죽령이라 생겨난 집일까?
왕대나무밥 전문음식점이 눈에 들어왔다. `장씨본가`(043-421-2929)라는 간판의 집이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아달라왕 5년에 죽죽이 죽령기을 개척하고 지쳐서 순사했다`고 적혀 있다. 고갯길을 개척한 연대가 사서에 분명하게 전해지고 있는 고개는 오직 죽령뿐일 것이라고 한다.
`장씨본가`의 대표음식은 왕대나무밥이고 짓는 법은 전라도 땅까지 가서 배우고 왔다고 한다. 대나무고개 죽령에는 대나무가 없다는 뜻이겠다.
와대나무밥, 대나무돌솥밥, 대나무불고기, 한우생고기, 냉면 우거지해장국을 먹을 수 있다.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읍내에서 차라도 한잔 마실 수 있는 시간이 나면 강변 선착장으로 가보는 것도 좋겠다.
선착장 가까운 곳에는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043-423-2408)이라는 전통찻집이 있다.
이 찻집의 분위기는 글자 그대로 우리 전통의 멋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찻집 주인 서현애씨가 틀어주는 전통음악을 들으며 전통차 한잔 마시고 2층에서 흘러가는 남한강을 내려다보면 구름을 벗어난 둥근 달이 강물 속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