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2013 전북문화계 결산 ② 문학] 작품 뚝…안타까운 '안도현의 절필'
베스트 셀러 없고 창작집 발간 확 줄어 / 해외교류 물꼬·문학관 활성화는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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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옛 도지사 관사를 리모델링해 개관한 전북문학관에서 초청인사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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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문학계의 올 농사는 전반적으로 흉작이었다.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문학 작품이 거의 없었고,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작가 배출도 예년에 비해 적었다. 안도현 시인의 절필 선언과 수필가 라대곤씨·문정 시인 등 중견 문인들의 별세는 전북 문단의 아픔이었다. 그나마 문학관을 중심으로 한 문학제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문향을 유지했다. 전북 작가들의 해외 교류가 활발한 점도 특기할 만한 해였다.
△창작집 발간 급감
전북 문인들의 창작집 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소설의 경우 창작집이 손으로 꼽을 정도며, 시집과 수필집 역시 양적으로 급감했다. 전북지역 대표적 출판사인 신아출판사에서 올 한 해 발간한 책은 100권 안팎으로, 예년보다 10% 이상 감소했다. 출판사측은 어려운 경기의 경제적인 영향과 문예진흥기금 감소 때문으로 보았다.
양적인 감소뿐 아니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작품도 없었다. 정읍 출신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로 지난해 인기몰이를 한 것과 대비된다. 신씨는 연초 단편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냈다. 흉작 속에 원로 문인들이 지역 문단의 버팀목이 됐다. 김남곤 시인이 오랜만에 시선집〈사람은 사람이다〉를, 이운룡 시인이 〈어안을 읽다〉를, 송하선 시인이 신석정 평전‘그 먼나라를 알으십니까’를 발간했다. 또 전북문학관이 전북 시인 68명의 대표시를 모아 ‘낭송 시집’으로 엮은 것도 성과로 꼽힌다.
△문학상 남의 잔치
저조한 창작활동은 전국 규모의 문학상 수상 흉작으로 연결됐다. 중산(中山) 이운룡 시인이 한국문인협회 주최 제32회 조연현문학상 수상과, 부안 출신의 동초 김형철 시인이 제38회 노산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북문단을 전국에 알린 정도다. 군산 출신의 고은 시인은 올해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대신 인터넷서점 ‘예스24’ 가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뒤로 밀치며 ‘한국의 대표작가’로 뽑혔다.
군산문인협회와 정읍문학회 문학상을 제정, 첫 수상자를 배출하며 지역 문단의 자극제가 됐다.
△해외로 지평 넓혀
전북 문인들 해외로 눈을 돌려 전북문단을 살찌웠다. 전북 문인들이 중심이 돼 문집 〈한·몽문학〉 창간호를 냈다. 소설가 김한창씨가 2년 전 몽골문학 레지던시로 참여해 한국문학 특강을 개설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몽골문인협회와 한·몽 문학교류협약을 체결하고, 격년제 상호 방문 세미나와 공동 번역 문집 등을 발행키로 한 결실이다. 또 아동문학가 김자연씨의 동화집 〈항아리의 노래〉가 미국에서로 번역 출간됐다.〈항아리의 노래〉는 그동안 국정교과서에 10년 동안 실렸고 초판 10쇄를 넘어 많은 한국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았던 동화집이다.
이와 함께 중등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후 전주에서 활동하는 이종희 시인의 시가 러시아어로 번역돼 시집으로 발간됐다.‘새해를 맞으러 뿌쉬낀으로 간다’. 이 시인의 5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거둔 결실이다. 이 시집은 한·러 대역((對譯, 원문의 단어, 구절, 문장과 맞대어서 번역함) 시집으로 발간돼 러시아에 한국문학을 알리고, 우리 교포(고려인)들에게 우리 글로 된 시를 함께 접할 수 있는 시집으로서 의미를 더했다.
△문학관 대중 속으로
문인들의 숙원으로 지난해 개관한 전북문학관이 개관 2년차를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버이날 초등학생 효도 편지쓰기대회, 가정의 달 전북아동문학전, 한글날 기념 도내 중고생 백일장, 문학 특강(이운룡, 김동수, 전일환), 문학제전, 전북시인 50인 시화전, 전북지역 동인지 특별전 등을 통해 2300여명이 문학관을 다녀갔다. 전북문학관은 또 시창작, 시낭송, 사서삼경, 자서전쓰기 등 문예아카데미와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최명희 문학관은 전주시 민간위탁시설 경영평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전국문학관대회에서 문학관 운영 성공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6년만에 혼불학술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수상작은 김희진씨(고려대 강사)의 ‘최명희 혼불의 민속 모티브 연구’였다. 청소년 대상의 백일장과 초등생손글씨 공모전을 꾸준히 진행했고, 도서관·문학관 문학작가 파견사업,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1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체험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받기도 했다.
미당 시문학관(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이 재정비됐다. 미당을 만나는 첫 공간, 시인의 흔적을 되돌아보게 하는 공간 북카페, 시와 삶과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제1전시실과 미당의 끊임없는 노력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제2전시실, 미당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제3전시실 등 특색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전국 문인들 전북서 축제
전국의 문인들이 9월 전북을 찾아 전북문학의 위상을 전국에 알렸다. 전북대 진수당에서 열린 제33차 한국문인협회 전국대표자대회에는 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비롯해 각 시도 문인협회장과 시군지부 회장 등 300여명의 전국 각지 문인들이 참석, 한국문단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화합의 장을 가졌다.
정 이사장은 이날 “전국적으로도 많은 1000여명의 회원이 있는 전북문협이 관과 서로 조화를 잘 이뤄 한국문학을 선도하는 데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또 전일환 전주대 명예교수가 이날‘한국문학의 원천, 전북문학의 미학’을 주제로 한 특강을 통해 전북문학의 자긍심을 높였다.
△안도현 시인 절필 선언
전북작가회의 회장을 지낸 안도현 시인이 7월 절필 선언으로 문단을 안타깝게 했다. 안 시인은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 맹세한다. 나 같은 시인 하나 시 안 써도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시인은 “30여 년 시를 써 왔고 시집도 10권이나 냈으나 거짓이 횡행하는 시절에는 시로써 현실을 타개하지 못한다면 시를 쓰지 않는 게 현실에 참여하는 또 다른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 시인은 대통령 선거 때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로 기소돼 올 한 해 뉴스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